배상명령과 피해자 합의

지역내일 2021-10-28

  형사 1심 판결에서 배상명령이 내려진 이후 피고인이 피해자와 합의해 배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항소심 법원은 배상명령을 취소해야 할까? 그렇다.

  A씨는 2019년 8월 "계약금 5,000만원을 주면 강원도 삼척에 있는 건설현장에서 2019년 11월까지 매점을 운영할 수 있게 해주겠다"고 피해자 B씨를 속여 5,000만원을 송금받아 가로챈 혐의로 기소됐다. A씨를 사기죄로 고소한 B씨는 재판부에 배상명령도 신청했다.    그리고 A씨는 항소장 제출 이후인 2021년 4월 5일 “A씨로부터 피해원금 5,000만원과 피해배상금 1,000만원을 수령했고, A씨와 향후 어떠한 이의도 제기하지 않기로 원만히 합의했으며,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피해자와의 '합의, 고소취하 및 처벌불원서'를 1심 법원에 제출하고, 같은 달 21일 이 같은 사정을 기재한 항소이유서를 2심에 제출했다.

  1심은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면서 "B씨에게 편취금 5,000만원을 지급하라"고 배상명령을 내렸다. 2심은 A씨의 양형 부당 주장을 받아들여 징역 4개월로 형을 낮췄지만, 1심이 A씨에게 내린 배상명령은 그대로 유지했다.

  하지만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 중 배상명령 부분을 파기하고 1심 판결의 배상명령을 취소하는 한편 배상신청인의 배상명령신청을 각하한다"고 파기자판했다(2021도8015). 가해자인 피고인이 항소심 과정에서 피해자인 배상신청인과 합의하고 보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피고인의 배상신청인에 대한 배상책임의 유무와 범위가 명백하지 않아 배상명령을 할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은 피고인에게 유죄판결을 선고할 경우 직권 또는 피해자나 그 상속인의 신청에 의해 해당 범죄로 발생한 직접적인 물적 피해와 치료비 손해 및 위자료의 배상을 명령할 수 있다. 하지만 피해금액이 특정되지 않은 경우, 피고인의 배상책임의 유무 또는 그 범위가 명백하지 않은 경우, 배상명령으로 인해 공판절차가 현저히 지연될 우려가 있거나 형사소송 절차에서 배상명령을 하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고 인정될 경우에는 배상명령을 할 수 없다.


공증인가 법무법인 누리  

대표변호사 하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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