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스타샘 - 강동고 류승백 교사

꾸준히 최선을 다하는 것, 영어와 진학의 기본

박지윤 리포터 2021-07-27


 “학생들이 영어공부 하는 걸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아무리 언어로써 그리고 도구로써의 영어를 강조해도 내신과 수능을 벗어날 수가 없으니까요. 많은 학생들이 말하고 쓰는 건 아예 하려고 들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런 영어의 모든 영역 학습이 결국 수능에까지 큰 도움이 됩니다. 말하는 사람의 호흡을 들으며 끊어 읽기의 맥을 찾을 수 있고 나아가 자신에게 맞는 호흡도 찾을 수 있는데, 이게 구문해석에 정말 도움이 많이 되거든요. 단어도 마찬가지입니다. 입으로 발음해가며 암기하는 것과 그렇지 않는 경우는 그 차이가 크기에 반드시 입으로 말하면서 단어학습을 하라고 권합니다.”

 학생들에게 제대로 된 영어학습의 방향을 제시하고 또 방법론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강동고 류승백 영어교사. 그는 자신의 이력을 바탕으로 한 ‘살아있는’ 진로·진학 지도로도 유명하다.


영어의 감을 잡아라!

점점 길어지고 어려워지는 수능 영어지문. 정해진 시간 내 긴 지문을 해석하고 문제를 푸는  데에는 한계가 있게 마련이다.

내신과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영어를 듣고 말하는 데에도 익숙해지려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류 교사는 강조한다. 이를 통해 의미단위로 끊어 읽기를 좀 더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되는 것. 고등학교에서 많은 학생들이 문법에 치우친 영어 구문해석에 매달리는데, 이는 시간이 많이 소요될뿐더러 항상 들어맞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내신 준비를 할 때, 교과서 본문 오디오파일을 자주 듣고 따라 읽어보며 독해연습을 병행하는 것이 영어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러한 노력이 쌓인다면 수능지문을 읽고 이해하는 것도 더 쉬워질 것이라고 류 교사는 말한다.

 “3년 전 영어뮤지컬 동아리 면접을 보는데 영어를 정말 유창하게 하는 한 학생이 있었어요. 영어를 구사하는 수준이 원어민 급이라 외국에서 살다가 온 학생인 줄 알았죠. 그런데 그렇지 않고 어릴 때부터 오디오북을 들으며 영어의 감을 익힌 학생이더라고요. 그때 또 한 번 생각했습니다. 많이 듣고 말해보는 것은 언어학습에 있어 올바른 방향이라고요.”


영어학습은 꾸준히, 성실하게!

중1 때 학교 영어수업시간에 ABC를 처음 배웠다는 류 교사. 중1 영어 성적은 영 신통치 않았다. 그래서 그가 택한 방법은 교과서를 통째로 암기하는 것. 단, 시험을 대비하여 벼락치기로 외우는 것이 아니라 이와 상관없이 평소에도 꾸준히 그리고 성실하게 외웠다. 매일 교과서를 암송하고 다음 과로 넘어가면 지난 과도 중복해서 암기했다. 매일매일 외우다보니 시험시간엔 공부할 것도 없었고, 성적도 좋았다. 이렇게 성실하게 영어에 집중한 그의 노력은 아버지 직장 때문에 영국으로 건너가 고등학교 생활을 할 때에도 큰 도움이 됐다. 교과서 암기를 통해 익힌 영어감은 그를 남들보다 빠르게 학교에 적응하게 했고, 두 번째 학기엔 답안지를 충분히 채울만한 실력을 갖추게 됐다.

 영어 단어 역시 암기가 필수다. 교과서, 부교재, EBS 등의 단어를 확실하게 암기해야 하고 그 단어가 문장에서 어떻게 쓰이는지 확인해야 한다.

 지난 1학기, 그는 이런 노하우를 총망라해 학생들과 작은 ‘단어 암기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방법은 간단했다. 3학년 수특 수업 전 단어공부를 미리 하는 것. 매일 단어 20개씩을 중복해서 외웠다. 1주일에 단어 100개. 단, 눈으로만 암기하는 것이 아니라 말로 직접 단어를 말하며 테스트를 치렀고, 입으로 유창하게 나올 때까지 시험은 이어졌다. 내신과 모의고사 영어성적 중위권 학생들이 그 대상이었다. 결과는?

 “수업시간 침묵으로 일관하던 학생들이 말을 하기 시작했어요. 수업시간에 자기가 아는 단어들이 나오니 수업에 집중도도 높아졌고요. 특히 ‘말을 하며 단어 공부를 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는 학생들의 피드백이 마음에 와 닿았습니다.”


경험이 녹아있는 살아있는 진로 상담

 류 교사의 경력은 조금 특별하다. 영국 캠브리지대학교에서 물리학을 전공하고 독일 라이프치히대학교에서 물리학석사과정을 밟았다. 그리고 대기업에 입사해 연구원 생활을 했다. 연구원 생활은 즐거웠고 성취감도 컸다. 하지만 마음 한켠엔 늘 ‘학교에서 학생들과 함께 싶다’는 마음이 맴돌았다.

 과감히 회사를 떠나 교사의 길을 택한 건 오롯이 어릴 때의 꿈(물리학자·공학자·교사)중 하나가 ‘선생님’이었기 때문이다. 영국에서 고등학교와 대학교를 다녀 영어 과목을 선택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전 초중고 학교생활이 너무 즐거웠어요. 그래서 학교를 떠나기 싫었죠. 학교에 다시 돌아오기 위해선 교사가 되어야만 했습니다.”

류 교사는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학생들의 진로고민을 상담한다.

“제가 물리학자란 꿈을 갖게 된 건 물리가 너무 재미있고 흥미로웠기 때문입니다. 일찍 진로와 진학을 결정하고 거기에 맞는 교과목을 선택해 집중하는 것이 학종의 한 트랙이라면, 자신의 진로를 확실하게 정하진 못했을 땐 반대로 자신이 좋아하는, 그리고 성적이 잘 나오는 과목에 관련된 진로와 진학을 고려하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교과에 대한 관심이과 역량이 세특에 자연스레 녹아나고 대학진학에 있어서 경쟁력도 키울 수 있겠죠.“

 류 교사는 학생들이 입시를 위해 1학년 때 자신의 진로를 정하는 것만이 최선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수박 겉핥기식의 대비보다는 공부하면서 재미를 느끼고 자연스럽게 한 분야로 파고들어가는 과정이 더 중요하며, 미리 진로를 결정하기보다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좁혀가는 과정이 나을 수 있다는 것.

 “고교학점제가 시행되면 과목 선택의 폭이 더 넓어집니다. 진로가 확고한 경우가 아니라면 교과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면서, 자신이 ‘잘하고 못하고’ 혹은 ‘좋아하고 싫어하는’ 과목을 가려내보는 시간을 가진 후 진로를 좁혀가 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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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윤 리포터 dddod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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