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 사는 ‘아는’ 언니에게 월남쌈 소스 레시피를 받은 적이 있다. 땅콩과 피시소스가 들어가는 소스였는데, 월남쌈은 물론 샐러드 드레싱으로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훌륭했다. 그러고 난 뒤 언젠가부터 ‘호주식 월남쌈’이란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호주식 월남쌈을 우리나라 사람들이 더 선호한다고 했다. 아무 생각 없이 먹던 월남쌈. 왜 호주식 월남쌈일까?
호주식 월남쌈을 먹으러 인정원에 다녀왔다.
고기구이와 갖은 채소를 한번에
길동사거리 근처에 위치한 인정원. 외관부터 매우 특이하다. 나무의 느낌이 물씬 나는 편안하면서도 이국적인 느낌이랄까. 격자무늬 나무창살이 인상적으로 외관에서부터 오래 된 식당의 느낌이 난다. 실내로 들어서면 테이블이 넓은 공간에 배치되어 있는데, 테이블마다 칸막이가 설치되어 있어 방역에 신경을 많이 쓴 느낌이다.
호주로 이주한 베트남 사람들이 호주의 풍부한 고기와 채소를 이용해 월남쌈을 만들어 먹었고, 이 방식이 우리 입맛에도 잘 맞아 호주에서 건너온 것이 바로 호주식 월남쌈이다.
인정원은 호주식 월남쌈 맛집으로 조리된 고기나 샤브샤브로 먹는 것이 아니라 고기를 직접 구워가며 먹을 수 있는 곳이다.
메뉴를 정할 땐 두 가지를 선택해야 한다. 먼저 고기의 종류를 정할 것. 돼지고기(국내/칠레), 소고기, 차돌양지, 차돌박이, 훈제오리 중 하나를 선택한 후 채소 종류를 월남쌈과 해초쌈 중 정하면 된다. 해초쌈에 좀 더 다양한 해초가 추가되어 월남쌈 가격보다 2000원이 더 비싸다. 정 인원을 주문하면 채소는 한번 리필이 가능, 무조건 리필을 해 먹어야 한다.
이곳은 꽤 오래 전부터 강동구 대표 맛집으로 입소문난 집이었는데, 최근 TV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다시 한 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늘 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곳이라 브레이크타임(오후3시~5시) 직전에 방문했다.
왠지 소고기가 먹고 싶어 차돌양지와 월남쌈을 주문했다.
라이스페이퍼 속 터질 듯한 채소와 고기
라이스페이퍼와 뜨거운 물, 그리고 차돌양지가 테이블에 도착. 그 모양에 먼저 가슴이 두근거린다. 푸짐한 월남쌈의 자태. 채 썬 채소의 가는 정도가 황홀할 따름이다. 사실, 소스만 갖춰져 있다면 집에서도 쉽게 해 먹을 수 있는 게 월남쌈이라지만 채소 하나하나를 씻고 이렇게 가늘게 채 썰기가 쉬운 일인가? 그리고 푸짐해 보이지만 금세 바닥을 드러내는 탓에 채 썰고 또 썰고의 연속이 되어야 한다. 그런 부담감을 벗어던지고, 친구와 함께 우아하게 먹는 월남쌈이라니. 이 또한 소확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이, 양파, 깻잎, 양상추, 버섯, 새싹, 파인애플 등 익숙한 월남쌈 채소에 고수까지 끼어있다. 해초쌈에는 톳, 미역, 꼬시래기, 세모가사리 같은 해초가 더해진다고.
월남쌈을 먹을 땐 라이스페이퍼를 최대한 적게 먹는 데에 집중한다. 그러기 위해선 라이스페이퍼가 터질 듯 많은 채소를 넣어줘야 하는데, 이때 약간의 스킬이 필요하다. 라이스페이퍼 끝부분을 말기보단 끝부분까지 채소를 꽉꽉 채워주고 김밥 말 듯 정성들여 말아준 뒤 소스를 숟가락으로 부어가며 먹으면 끝. 눈치껏 고기 개수도 맞춰가며 넣어야 한다. 크게 몇 입으로 마무리하고 나면 탄수화물 섭취를 최소화했다는 뿌듯함과 함께 건강한 식사를 하고 있다는 자부심이 든다.
월남쌈이 동이 날 즈음 서비스로 월남쌀국수가 나온다. 이미 채소 리필로 배를 채운 후라 소량이지만 흡족한 양이다.
집콕 생활로 힘든 요즘이다. 이번 주엔 절친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한 끼, 월남쌈을 먹어보는 건 어떨까?
▶위치 : 강동구 천호대로 1158
▶메뉴 :
-한돈(국내) 월남쌈 2만5000원 해초쌈 2만7000원
-차돌양지(미국) 월남쌈 2만2000원 해초쌈 2만4000원
-소고기(미국) 월남쌈 2만원 해초쌈 2만2000원
-훈제오리(국내) 월남쌈 2만2000원 해초쌈 2만4000원
▶주차 :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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