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처럼 따뜻하던 2월의 어느 날, 얼큰한 아구(아귀)찜이 먹고 싶었다. 마침 잠실동에 활아구 요리 전문점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터라 주저 없이 발길을 돌렸다.
하지만 그곳에 방문할 때까지만 해도 ‘매콤한 찜’을 먹고 싶어 주문한 아구찜이 여러 명의 잔소리(?)을 불러올 거한 예상은 추호도 하지 못했다.
단언컨대 다음에 그곳을 방문했을 때 나는 꼭 아구 ‘회’나 ‘수육’을 주문할 것이다.
잠실동 MBC아카데미 인근에 위치한 활아구 전문점 생생아구. 아구 애호가들에겐 입소문난 맛집이자 TV에도 수차례 나온 적 있어 이미 유명한 곳이다. 이곳에서는 싱싱한 아구를 요리하기 위해 1주일 2~3번 활아구를 공급하고 있다고 한다.
입구에 들어서기 전 수족관이 보인다. 살아있는 아구들을 보는 것이 흔하지 않다는 생각을 하며 실내로 들어섰다. 늦은 점심시간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식사를 하고 있다. 평일 오후 3시까지는 점심특선으로 아구탕지리(1만3000원), 아구매운탕(1만3000원), 아구지리정식(1만8000원) 등이 있어 인기다. 아구코스도 A/B가 있는데 회와 수육, 찜, 새우장, 위무침 등을 함께 맛볼 수 있는 코스. 3인 이상 주문 가능해 일단 패스해본다. 우리의 목표는 아구찜이었으니까.
종업원이 친절히 주문을 받으러왔다. ‘아구찜’이란 주문에 첫 번째 반문이 돌아왔다.
“우리 집은 활아구라 수육과 회가 가장 인기 있는데, 그래도 아구찜으로 준비할까요?”
“네. 우린 아구찜 먹으러 왔거든요.”
“네. 아구찜도 많이 드세요. 그래도 다음엔 꼭 수육이나 회 드셔보세요.”
“네네~”
반찬들이 세팅되고 이곳에서만 먹을 수 있는 어묵전도 테이블에 올랐다. 오! 어묵을 이렇게 손쉽게 반찬으로 맛있게 즐길 수 있다니. 세팅된 반찬도 모두 정갈하니 손이 마구 간다. 아구탕지리가 먼저 도착. 뽀얀 국물이 시원하면서도 진하다.
드디어 푸짐한 아구찜이 테이블에 올랐다. 세상에 아구살이 이렇게 푸짐, 쭐깃하면서 맛있다니. 아구살 때문에 배가 부를 만큼 탱탱한 아구 천지다. 콩나물이 이렇게 없는 아구찜은 처음 보는 듯하다. 사실 많은 아구찜이 ‘이게 콩나물찜인지 아구찜인지’ 헷갈릴 때가 많지 않은가?
너무나 맛있게 먹고 있는데 옆 테이블에서 말을 걸어온다. 뭔가 미식가의 느낌이 물씬 풍기는 분들. “왜 활아구 전문집에서 회나 수육을 먹지 않고 아구찜을 먹느냐”는 것이었다. 아구찜 속 특별한 아구를 영접한 후라 그분들의 ‘진심’을 읽을 수 있었다. 진심 안타까웠던 것이다.
푸짐한 아구를 먹고 또 먹은 후 빠질 수 없는 볶음밥을 주문했다. 뭔가 중국집 볶음밥 같기도 하고 베트남식 볶음밥 같기도 하고, 맛있어서 계속 먹다보니 2인분이 후딱 비워진다.
계산을 하고 문을 나서며 마지막으로 이곳 사장님으로부터 또 한소리를 듣게 된다.
“내가 주문 받았으면 회나 수육을 드셔보라 했을껀데, 다음엔 꼭 수육이나 회를 드셔보세요. 그게 우리 집에서 가장 유명한 메뉴에요. 아구회가 얼마나 맛있는지 몰라요. 꼭 드셔보세요.”
이제 미안한 마음까지 들 정도다.
“네네~ 다음엔 꼭 수육을 먹어보고, 그 다음엔 회에 도전해볼게요.”
우린 아구찜을 먹고 싶었을 뿐이고, 아구찜에 아주 만족하면서 이곳을 나왔다.
탱글탱글한 살점이 정말 맛있는 아구찜도 최고였다고 강력하게 외치고 싶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