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보청기 껴도 못 듣는 난청인 많다?

지역내일 2019-09-26

얼마 전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날 30대 젊은 청년이 모자를 깊게 눌러 쓰고 찾아왔다. 첫마디를 듣자마자 귀가 안 들린지 오래되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로 발음이 어눌하고 목소리가 갈라져서 알아듣기 힘들 정도였다. 종이에 적어가며 겨우 몇 마디 하는 내용을 정리해보니 어릴 때부터 귀가 안 들렸는데 부모님이 가난해서 치료를 빨리 해주지 못해 이렇게 살아왔다고 했다.

지금은 안산반월공단에서 쇠를 깎고 자르고 나르는 주로 허드렛일을 하고 있고, 귀가 잘 안 들리다보니 일자리도 안정적이지 못해 수시로 해고당해 쉬는 날이 더 많다고 했다. 이제 결혼도 해야겠고 직장도 안정적으로 다닐 수 있는 곳을 정해야 하는데 난청 때문에 고민이라고 했다. 20대 때 대학병원에 갔었는데 치료가 어렵다는 말을 듣고 낙심하고 지내다 난청전문이라해서 상담해보고 보청기라도 끼면 들을 수 있는지 혹시나 하고 이렇게 찾아왔다고 했다. 여러 검사를 비교분석 결과 내이의 청신경세포가 거의 소실된 고도의 감각신경성난청으로 추정되었다. 청력검사 결과를 토대로 보청기를 처방하여 착용해보니 주변소리는 대략 알아듣겠는데 말소리 분별이 어렵다고 하면서 이 정도면 보청기를 해도 소용이 없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귀가 안 들릴 때 보청기를 착용하면 모든 사람이 완벽하게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한 것 같다. 이처럼 보청기가 만능은 아니다. 마치 시각장애인이 안경을 착용해도 볼 수 없는 것과 같다. 물론 잔존신경세포가 0%가 아닌 단 5%만 생존해도 환자의 재활의지나 노력에 따라 매우 큰 차이를 나타낸다. 실제로 잔존세포 5%인 환자가 50% 이상인 난청환자보다 더 잘 듣고 전혀 불편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종종 볼 수 있다. 의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초인적인 능력이 인간에게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청년처럼 너무 늦으면 치료도 어렵고 보청기 효과도 기대하기 어렵게 되므로 난청도 암처럼 조기 진단 조기 치료가 중요하다.

안산연세난청센터
방희일원장/의학박사
문의 031-413-6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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