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학생부 기재사항, 높아진 세특의 중요성

교과활동 중심의 학교생활 주력, 개별·심화된 탐구능력 기록되어야

이지혜 리포터 2019-04-11

지난 1월 30일 교육부는 ‘2019학년도 학교생활기록부 개선사항’을 확정 발표했다. 현 고1부터 적용될 이 내용에 따르면 학생부의 많은 내용이 축소·폐지된다. 일부 항목의 글자 수 축소는 현 고2·3 학년들에게도 적용된다. 이로 인해 그동안 비교과 활동의 중심이 되었던 ‘창의적 체험활동’은 다소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올해부터 강남·서초 지역의 많은 고등학교들이 기존의 비교과활동 프로그램을 축소·폐지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학교생활기록부의 여러 항목 중에서 학생 개인의 강점을 드러낼 수 있는 항목은 무엇일까? 현장의 교사와 대다수 교육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항목은 바로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하 세특)’이다.
 도움말 휘문고 김현철 교사 (3학년 부장)
참고자료 교육부 ‘2019학년도 학교생활기록부 개선사항’, ‘학생평가·학생부 신뢰도 및 투명성 제고를 위한 관리 강화 방안’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란?
‘세특’이란 학교 교과 수업 중에 발생했던 일이나 학생이 발표,토론 수업 등에 참여한 일들을 담당 교과목의 교사가 기록하는 항목이다. 학생의 잠재력, 장점, 성장가능성, 문제해결력 등이 기록되어 자기소개서 1번과 4번 항목에 활용되기도 하고, 면접 시 중요한 질문 요소가 되기도 한다.
지금까지 세특 항목이 ‘경쟁력 있는 학생부’ 만들기에 기여하지 못한 이유는 뭘까? 한 학급당 학생 수가 많아 교과 교사가 수업 중 학생들의 학업태도 등을 일일이 기억하기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지필고사 위주의 판서식 수업이 진행된 탓에 교사가 학생들의 학업 역량이나 잠재력을 관찰할 여력이 없었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상황이 좀 달라진다. 지역별, 학교별 차이가 있긴 하지만 2019학년도부터 고등학교 재학생 수가 급감한다. 또 2015 개정 교육과정이 적용되는 현 고2 학생들부터는 학생 주도의 발표나 토론 중심 수업이 늘어난다. 여기에 현 고1부터는 진로 선택 과목의 평가가 성취평가제로 바뀐다. 결국 교과별 세특 기록의 의미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교사는 학교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는 학생의 내용을 세특에 기록하게 되고, 진로 혹은 전공과 연계된 세특 은 매력적인 학생부를 만드는 초석이 된다.      

유의미한 세특이란?
세특이 강조되는 배경에는 ‘학생부종합전형의 공정성 제고’가 있다. 대입 과정에서 과도한 사교육의 개입을 막고, 학교생활에 충실한 학생 위주로 선발하고, 소외 지역 학생들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사교육이나 학부모의 개입 여지가 크고, 특목고에 유리했던 학생부 항목들이 대폭 수정,폐지됐다. 학교 수업만 열심히 들어도 대입에 불이익이 생기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이다.
하지만 학생을 선발해야 하는 대학 입장에서 보면 난감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교사 추천서도 없고, 방과 후 프로그램도 없고, 수상 실적이나 자율 동아리도 제한하면 학생간의 변별력은 어디에서 확보할 수 있을까? 자연스럽게 평가자의 시선은 세특으로 향한다.
이전부터 학종으로 대학 진학에 성공했던 학생들의 세특은 남달랐다는 게 정설이다. 실제로 내일신문에 소개되었던 학종 성공 사례만 보아도 알 수 있다. 경희대 한의학과에 진학한 중앙사대부고 고광필 학생의 경우, 국어과목 세특란에는 훈민정음 해례본을 언급하며 ‘모든 사물은 음양오행과 관련 있다’는 구절을 인용해 발표했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고, 영어 과목 세특에는 봄은 목(木)의 기운이 발생하는 시기라는 것을 접목해서 발표했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개별 교과가 한의학이라는 진로와 면밀히 연계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한양대 물리학과에 진학한 휘문고 박세익 학생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물리가 아닌 화학과 지구과학을 배울 때도 각각의 분야를 물리와 연관 지어 탐구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다. 화학 세특란에는 두 이온 간의 거리에 따라 미치는 힘에 주목해 그에 따른 결합 에너지를 식으로 계산했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고, 지구과학 세특에는 지구 내부로 들어가는 중력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계산해보았다는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휘문고 김현철 교사는 “전 단위 프로그램은 이제 아무런 경쟁력이 없습니다. 세특도 개별화 되고, 심화 되어야 합니다. 교실 현장에서는 개별 발표나 조별 토론 중심의 수업이 진행될 예정이고, 교사들은 자발적인 연구회 모임 등을 통해 보다 효과적인 세특 기록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있습니다. 학생들은 보다 적극적으로 수업에 임하고, 각 교과를 자신의 전공이나 진로와 연결해보는 노력이 필요합니다”라고 말한다.  

세특 강화, 일반고에 유리할까? 
‘2019학년도 학생부 게재 요령’ 발표에서 ‘추천서’가 폐지되고, ‘행동특성 및 종합의견’은 글자 수가 축소되었지만 ‘세특’ 항목은 글자 수가 축소되지 않았다. 다른 항목들에 비해 오히려 강화된 셈이다. 세특은 전적으로 교사 고유의 권한이다. 사교육 업체들의 조언이나 학부모의 의도대로 세특 기록 내용을 미리 작성해 오는 ‘셀프 학생부’는 위법행위다.
교사가 미리 과제로 내준 보고서나 탐구 활동이 아니라면 세특에 기록되지 못할 가능성도 크다. 그렇다면 학부모의 입장에서 학생부 기록에 적극적인 교사가 많은 특목고가 유리한 것 아니냐는 궁금증이 생긴다.
휘문고 김현철 교사는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학교별 차이는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교사 간 개인차는 어느 정도 있으리라고 여겨집니다. 그래서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들의 모임이나 워크숍, 연수 등을 통해 교사 간 차이를 줄이고 경쟁력 있는 세특 기록을 위해 끊임없이 정보를 공유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교육부는 현장 교사의 학생부 기재 컨설팅을 지원하기 위해 시도교육청별 학생부 실무현장실무지원단 운영을 지원하고, 2020년부터 전문성을 갖춘 전담 인력을 배치하여 ‘학교생활기록부 기재,관리 지원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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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리포터 angus70@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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