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어렸을 때 주변의 많은 어른들이 어렸을 때부터 빨리 꿈을 가져야 성공한다고 말들을 하셨다. 하지만 나는 특별히 하고 싶은 일이 없었다. 간절한 것도 없었다. 아니 구체적으로 내가 잘 할 수 있는 일이 뭔지도 잘 몰랐던 것 같다. 그리고 그 고민은 대학을 졸업하는 순간까지 계속 되었다. 최근에 졸업을 앞둔 제자들이 찾아와 그때의 나와 같은 고민을 털어 놓는 상황을 보면 청년들의 고민은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걸 느끼게 된다.
이 문제를 처음으로 깊게 고민했던 시기가 고등학교에서 문과와 이과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순간 이였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시기에 자신의 적성에 대해서 가장 깊게 고민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게다가 특별히 열정적이지도 않고, 과목도 특별하게 잘하거나 못하는 게 없는 그런 학생들은 더욱더 고민이 깊어진다. 단지 적성검사의 결과를 토대로 진로를 정하는 게 일반적인 상황이다. 하지만 난 이 적성검사라는 것도 솔직히 믿음이 가지 않는다. 적성검사의 질문지 내용을 보면 질문의 의도가 느껴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본인이 원하는 방향으로 결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난 예전에 적성검사에서 문과에 더 적성이 있다고 나왔었다. 이과도 높았지만 문과가 조금 더 높게 나왔기 때문인 것 같다. 하지만 단언컨대 난 전형적인 ‘공대생’이다.
진로를 정하는 문제에 정답이 뭔지는 나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냥 현실적인 측면에서만 조언을 해보고자한다. 내가 만일 문과성향과 이과성향이 근소한 학생의 부모라면 당연히 문과를 접고 이공계로 진출하도록 유도할 것이다. 어쩔 수 없다. 이게 현실이다. 물론 인생의 방향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직업 뿐만은 아닐 것이다. 그 직업을 수행함에 있어서 인정을 받아야 하고 즐거움과 보람도 느껴야 한다. 가능하다면 명예가 있고 선을 실현해서 더 좋은 세상을 만드는데 한 몫을 할 수 있다면 더 훌륭한 일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난 단순한 사고방식으로 현실적인 조언만 하고자 한다.
이유는 사실 모두가 알고 있다. 이공계로 진출하면 기회가 더 많이 열리고 연봉도 일반적으로 문과에 비해 높다. 항상 예외가 있고 특별한 경우도 있지만 천재가 아니라 그냥 잘 하는 수준의 학생에게는 이공계 쪽의 기회와 보수가 절대적으로 우월하다. 이공계로 진출하면 대학생 때부터 장학금과 각종 혜택이 문과보다 더 많이 주어진다.
그리고 연봉을 많이 받는다는 것은 사실 아주 중요한 일이다. 단순하게 물질적인 풍요를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경제적으로 여유로워지면 나만을 위한 투자가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그런 투자가 가능한 수준이 되면 그 때는 내가 원했던 문학, 음악, 취미등에 자신의 시간을 소비하는 게 가능하다. 필요하다면 그때는 대학에서 다시 문과를 전공까지 할 수 있는 여유까지 생기게 된다. 하나를 선택하면 다른 하나를 포기하는 삶이 아닌 모든 것을 다 선택할 수 있는 그런 삶을 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문과로 가면 보편적으로 그런 여유를 가지기 어려운 게 지금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만일 보수가 넉넉하지 않으면 더 많은 시간을 일해야 한다. 그나마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직장도 한정되어 있어서 하기 싫은 일을 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현실적으로 문과출신 학생의 연봉을 보면 공대생에 비해서 낮은데 이는 그나마 직장을 구한 학생들끼리의 비교라는 게 슬픈 현실이다. 만일 문과 졸업생을 다 포함 시키고 전공과 관련 있는 일자리를 찾지 못한 학생에게 제로 연봉 수치를 부여해서 비교하면 그 차이는 더욱 엄청날 꺼라 생각한다.
그러니 문과 쪽에 조금 더 재능이 있다고 문과로 진출하는 것은 조금 더 고민해보길 원한다. 물론 자신의 진로에 확신이 있고, 삶의 목표가 금전적인 목표와 관련이 없는 열정적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조언이 아님을 다시 한 번 강조한다. 단지 이과로 진출하면 문과를 전공한 학생보다 더 문과를 제대로 배우고 즐기며 살 수 있는 삶이 될 가능성이 오히려 더 커진다는 현실을 말하고자 함이다. 이것이 오늘의 공업화 된 정보경제 시대를 살아갈 학생들이 사는 세계의 현실임을 생각해 주길 바란다.
간단한 예를 하나 들어보자. 우리가 지출하는 돈의 비율이 어느 쪽이 더 높은가? 컴퓨터, 핸드폰, 통신서비스, 자동차, software 등등 이과 관련 서비스에 당신이 지출하는 돈은 얼마나 될까? 그리고 그에 비해 각동 도서, 언론, 행정, 그림, 기타 예술 작품 구입 등등 문과와 예술계열에 당신이 지출하는 돈은 또 얼마나 될까? 이 지출비율이 같아지기 전에는 이공계 출신이 유리하다는 게 필자의 의견이다.
안현회 원장
에이텐(A10)수학학원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