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은 입만 속이는 된다.’ 이는 다산 정약용이 유배지에서 상추에 거친 밥을 싸먹으며 남긴 말이다. 맛있는 음식을 맘껏 즐기는 현대인들에게 200여 년 전 현자의 말이 통할까?
지난 주, 유난히 바쁜 오전을 보내고 점심식사를 위해 물왕리 참갑오징어를 찾았다. 매콤한 빨간 양념에 싸인 두툼하고 뽀얀 갑오징어 한 점은 허기와 피로를 날리기에 딱 좋았다. 오들오들한 식감에 달착지근한 갑오징어는 이미 바탕이 맛있는 친구라 입맛을 속일 수도 또 속일 필요도 없는 음식이다. 주인장이 직접 재배한 깻잎에 싸 먹으면, 오히려 속일 수 없는 별미가 한껏 살아났다.
제 몸이 맛있어야
주방에서 갑오징어 손질에 바쁜 지동준 대표는 “아무리 양념을 잘 해도 제 몸이 맛있어야 하는 음식이라 신선한 재료를 구하기 위해 자금과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고 전했다. 어릴 때부터 신안 앞바다에 지천이던 갑오징어를 먹고 자란 그는 이제 척 보면 상품을 알라보는 갑오징어 달인이 되었다. 그는 “재료가 맘에 들지 않으면 차라리 ‘재료가 다 떨어졌다’고 말하는 것이 속편하다”며 “다행히 판매가 잘 되어 크고 신선한 갑오징어를 우선 선점할 수 있다”고 귀띔했다. 맛있는 갑오징어는 살이 단단하고 커야 제 맛이란다.
온 가족이 즐겨야
특별히 이곳을 찾는 이들이 즐기는 메뉴는 ‘갑오징어탕수육’이다. 뭐든지 맛있게 한다는 튀김요리에 지 대표가 끈기 있게 찾아낸 특제소스가 흘러내리는 오징어탕수. 뽀얀 살은 탱글탱글 짧은 다리는 오돌오돌~ 먹는 재미에 특별하다. 갑오징어 맛을 살려내기 위한 지 대표의 고민이 한식과 중식을 넘나든 ‘융통성’있는 메뉴로 태어난 것이다. ‘바다의 자양강장제’라고 불릴 만큼 영양성분이 많고 특히 타우린을 함유가 높은 갑오징어. 중국집 쉐프를 놀라게 한 탕수육이 있어 이곳은 온 가족이 즐기기에 더 좋다.
좋은 음식 욕심내야
김 향기 솔솔 나는 시원한 묵사발은 매콤한 볶음이나 달콤한 탕수육을 먹고 나서 먹으면 딱 좋아 한 그릇 더 주문하고 싶을 정도로 개운했다. 직접 쑨 묵으로 만든 묵사발은 고객들의 반응이 뜨거워 새 메뉴로 등극했다. 이곳 반찬은 각각 고유한 제 맛이 살아있는데, 가시오가피나물(봄에는 뽕잎나물)과 궁채나물 게다가 쫄깃하게 말린 더덕무침에 직접 재배한 채소를 이용한 샐러드 등 거의 고급 한 정식집 반찬에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 지 대표의 욕심, 더 맛있고 특별한 음식을 대접하고 싶은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고마운 욕심 때문이다. 이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사장님은 맨 돈 많이 드는 연구만 한다”고 놀릴 정도란다.
주연과 조연 모두 빛나야
갑오징어 볶음에서 조연은 아삭하고 달콤한 햇양파와 버섯이었고, 새우가루 듬뿍 든 시원한 전골국물에서 건져먹는 얼챙이 고기만두도 조연으로 인기 만점이다. 갑오징어 맛에 우선 반하고 또 어울려 나온 음식 또한 만족하니 점심을 먹은 후에 기분이 매우 좋아졌다. 창밖으로 초록 늪지를 한가로이 걷는 백로가 보였다. 함께 간 선배는 “오늘 점심은 갑오징어라는 주인공도 멋이고 조연들도 빛나는 영화 같다”며 “재료가 모두 비싼 음식들이라 수지가 맞겠냐?”고 반문했다. ‘한번 오고나면 담엔 또 누구와 올까?’ 라는 생각이 드는 물왕리 참갑오징어. 맛과 함께 분위기도 좋고, 메인요리와 함께 사이드메뉴도 참신하니 누구라도 함께 가도 좋겠다.
위치: 경기도 시흥시 동서로 857번길 36(물왕동 171-9)
문의: 031-481-8600
박향신 리포터 hyang3080@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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