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3년 중구 삼각동에 개교, 1947년 성동구 마장동을 거쳐 1983년 개교 50년과 함께 현재의 강동구 상일동 신축교사로 이전한 한영고등학교.
매년 뛰어난 대학 입시 성과와 높은 후기고 경쟁률로 강동 송파를 너머 서울지역 명문고로 우뚝 섰다. ‘학종 트렌드를 이끄는 학교’ ‘한발 앞선 대입 준비’ ‘10년을 내다보는 입시로드맵’ 등 한영고를 따라다니는 수식어도 다양하다.
1985년 한영고에 부임, 지난해 제 22대 한영고 교장으로 취임한 배경석 교장. 2시간 넘게 진행된 인터뷰에서 변화무쌍한 교육환경 속 꾸준히 최고의 자리를 굳히고 있는 한영고의 저력을 밝힌 배 교장. 열정과 강한 추진력으로 한영고를 이끌고 있는 그의 모습에서 사교육을 선도하는 공교육, 한영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한영고에서 33년, 교장으로서의 감회도 남다를 것 같습니다.
“학교의 벽돌 하나까지 기억할 만큼 학교에 대한 애정이 큽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건 학교가 어려울 때 젊은 시절을 함께 보낸 추억입니다. 현재 보건실 자리 교실에 매트리스와 이불을 깔고, 난로를 지펴가며 아이들과 함께 자고, 운동하고, 공부했습니다. 우린 도전을 했고, 이겨냈죠. 그때의 자부심이 지금까지 내려오고 있습니다. 선배 교사들이 길을 닦아놓은 게 많습니다. 단지 저는 현재 저에게 주어진 교장의 역할에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이게 바로 한영고 힘의 원천이 아닐까 싶습니다. 다른 학교 선생님이 우리 학교를 방문했을 때 모든 자료를 다 내드립니다. 하지만 한영정신만큼은 웬만해선 따르기 힘들 것입니다.”
▶그렇다면 교장선생님이 생각하는 한영정신이란 무엇입니까?
“교육공동체 안에 ‘믿을 신(信)’자가 있다는 것이다. 학생과 교사들 사이의 믿음, 학부모와 교사들 간의 믿음이 확고합니다. 그 근간은 한영을 사랑하는 교사들의 솔선수범입니다. 학부모님들에게 ‘구지가’와 ‘해가’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왕을 요청하고 바다에 빠진 수로부인을 구하려 할 때 어떻게 했는지 말입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다 함께 모여, 춤을 추고 노래하는데 그 모습과 심정이 바로 우리학교, 우리 선생님들의 모습입니다. 바로 믿음이죠. 간절한 마음으로 힘을 실어줬을 때 원하는 바가 이뤄집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학생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것 바로 우리 한영의 정신입니다.”
▶한영고는 매년 고교선택제에서의 높은 경쟁률로 유명합니다. 2018학년도 서울 일반고 경쟁률도 10.66대 1로 마포고, 서울고, 건대부고에 이어 4위입니다. 송파강동지역에선 매년 최고 경쟁률을 기록하는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교육활동에 녹아있는 한영정신이 우선이구요, 다음으론 왕성한 교육활동과 선생님들의 열정이 있겠죠. 교과수업, 방과후학교, 독서, 탐구활동, 심화학습 등 학교생활만으로 대입이 가능하도록 탄탄한 교과 및 비교과활동이 체계적·유기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여기에 교사들의 열정과 협업능력이 시너지효과를 내 대입에서의 좋은 성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다양한 학교활동만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수십 장에 달하는 생기부 관리까지 철저하게 해내는 선생님들이죠. 입시전문가들이 많은 것도 한영의 자랑입니다. 한영정신, 교육활동, 교사들의 열정 이 모든 것을 아우르는 것이 결국 ‘입시결과’입니다.”
▶한영고는 2018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서울대 13명(수시11), 연세대 12명(수시9), 고려대 13명(수시12), 서강대 12명(수시12), 성균관대 18명(수시17), 한양대 12명(수시9), 이화여대 9명(수시8), 중앙대 11명(수시9), 경희대 10명(수시7), 한국외대 5명(수시 4), 건국대 7명(수시7), 숙명여대 5명(수시4), 동국대 7명(수시6), KAIST 3명(수시3), 그리고 5명(2월2일 확인까지)의 의치한 합격생을 배출했습니다. 일각에선 ‘한영고가 학종을 선도한다’ ‘입시 트렌드를 만들어 간다’라는 말도 하는데, 새로 시도하는 한영만의 차별화된 활동이 있는지요?
“많지만 두 가지만 소개해 볼까요? 올해 우리 한영이 추구하는 바는 ‘행복하고 건강한 한영’입니다. 행복하고 몸과 마음이 건강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리를 힘들게 했던 말부터 바꿔야 합니다. ‘공부를 잘 하니까 음악, 미술, 체육도 잘 하네’가 아니라 이젠 ‘음악, 미술, 체육을 잘 하니까 공부도 잘 하네’가 되어야 하죠. 이를 위해 아트존을 만들어 미술과 오케스트라언스(오케스트라+사이언스), 댄스 등의 활동을 진행합니다. 학교는 공부만 하는 공간이 아니라 즐거워야 하는 공간입니다. 학생들이 행복하면 공부는 저절로 되게 마련이죠. 또 다른 하나는 토의토론 수업 주간을 만들어 학생들 중심의 말하고 쓰는 장을 만든 것입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창의적 사고입니다. 우리 한영이 강조하는 ‘온 세상을 움켜지는 힘, 창의적 사고뭉치’에 모든 것이 함축되어 있죠. 우리 학교 모든 과목 시험에 100~200자 소논술형 시험이 포함되는 이유기도 합니다. 학생들은 불편해하지만 대입성과에까지 변화가 일고 있습니다.”
▶한영고의 차별화된 독서활동은 아침독서, 이래그래독서토론, 지혜의 계단, 독서원데이, 독서를 부탁해 등등 유명한 것이 많습니다. 이런 독서활동의 중심이 되는 도서관에도 큰 변화가 생겼다고 하는데요?
“우리학교 도서관은 1층, 2층, 3층, 4층 모두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도서관 이용의 효율화를 위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한 형태입니다. 1층 도서관 ‘진리의 배움터’와 2층 ‘한빛 꿈터’는 복합학습실과 도서관(4시 이후)이 합쳐진 형태로, 자유로운 토의토론이 가능하고 협업수업 또한 진행되는 공간입니다. 특히 진리의 배움터의 경우 ‘도서관 이용 시 유의사항’에서 ‘정숙’이란 단어를 뺄 정도로 자유로운 토론 공간을 강조했습니다. 3층 열공2실과 4층 열공1실은 학생들의 자기주도학습실로 누구든 편하게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자리를 제공합니다. 한영 활동의 중요한 장소로 이미 많은 학생들이 이용하고 있고, 차별화된 도서관 환경이 또 다른 한영의 강점으로 자리 잡을 것이라 확신합니다.”
▶지나가는 학생들이 교장선생님께 먼저 하이파이브를 요청하고 악수도 거리낌 없이 청하는 등 학생들과의 거리감이 없어 보입니다. 학생들에게 대한 교장 선생님이 애정이 느껴지는데요, 어떻게 해서 이뤄낸 관계인지 궁금합니다.
“학생들과 대화를 많이 하려 노력합니다. 방송을 할 때에도 학생들과 호흡할 간단한 말을 적어 함께 외치기도 하죠. 저는 학생들의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주체가 여럿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장과 교감, 교사, 학교, 학부모, 본인 스스로 등이죠. 주체를 다양화시켜 학교에서 할 일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교장, 교감이 함께 상담시간에 참여해 학생들과 직접 이야기할 시간을 확대했습니다. 또, 독서원데이 활동에도 교장과 교감이 투입됩니다. 행사나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과 접하는 시간이 많고, 또 그런 활동이 자연스러운 것이 한영의 분위기입니다.”
▶교장 선생님의 교육철학 또한 남다를 것 같습니다.
“30년 넘게 교직생활을 하며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습니다. 페스탈로치는 타고난 게 아니라 만들어졌다는 것입니다. 교육활동을 통해 교사로서의 철학이 생겨나게 되고, 교사라면 그 철학이 생기는 과정을 즐겨야 합니다. 저도 이제야 철학이라 말할 수 뭔가가 생겼는데 바로 ‘공교육최우선주의’ 즉 공교육이 사교육을 선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자의 제자 자로가 죽기 전 갓끈을 매고 선비의 정신을 지키려 한 것은 ‘공자화(化)’되었기 때문입니다. 한영인이 되면 ‘해 내려고 하는 정신’이 몸에 배는 ‘한영化’가 됩니다. 학교공부최우선주의, 수업최우선주의 등 공교육 취우선주의가 한영에선 이뤄지고 있어 자부심을 느낍니다. 우리학교의 대학 진학실적이 재학생 중심의 최초합이 많은 이유기도 합니다.”
▶강동은 물론 송파 등 많은 지역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이 한영고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성적, 학교를 떠나 성실하게 살며 건전한 사고를 갖고 생활한다면 아이들은 성공할 것입니다. 아이들이 필요로 할 때 용기와 힘을 주세요. 할리우드 영화 역사상 최대 명대사는 ‘본드, 제임스 본드’입니다. 제임스본드가 자신의 이름을 말할 때 정말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것처럼 우리 아이들 모두가 자신의 이름을 당당하게 외칠 수 있는 긍정의 힘을 주셔야 합니다. 우리 한영고는 정말 노력을 많이 하는 학교입니다. 많은 교사들이 학생들이 자신 있고 건전한 사회인으로 커 가기를 바라고, 또 노력합니다. 더불어 ‘으뜸 강동’을 만드는 데에 선도적인 역할자로서의 큰 책임도 느낍니다. 한 지역이 발전하려면 교육이 발전해야 한다는 믿음을 갖고 있습니다. 우리 한영고에 주시는 많은 관심, 더 많은 노력으로 보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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