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동네 문화 사랑방 ‘한양문고’]

“ 한양문고, 이젠 사라지면 안 될 소중한 문화 공간이 되었죠”

남지연 리포터 2018-05-17 (수정 2018-05-17 오후 10:38:45)

 대형 서점들이 동네 상권을 위협한 지 오래. 동네서점들은 대형 서점의 규모와 마케팅의 공세 속에서 위기를 겪고 있지만, 오히려 그들만의 강점을 내세워 문화 사랑방으로 거듭나고 있다. 그 가운데 한양문고(주엽점)는 이러한 흐름의 선두주자라 할 수 있는 곳. 책 향기와 사람 온기가 어우러져 더 풍성한 문화의 나무를 키워가고 있다.


 한양문고 ‘갤러리 한’ 카페. 삼삼오오 모여 커피를 마시는 이들 뿐만 아니라 독서모임, 자수 모임 등 공통의 취미와 목적을 가진 이들로 카페는 아침부터 북적인다. 비단 오늘만의 모습은 아니다. 한양문고엔 매일 다양한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진다. 독서모임과 인문학 교실이 열리며, 시민단체의 안락한 아지트가 되고 있다. 단순히 책을 판매하는 서점이 아닌 ‘문화 사랑방’으로서 자리 잡은 한양문고의 현재 모습이다.
 이제 한양문고에서 정기적으로 진행되는 독서모임만 해도 20여개. 크고 작은 예술, 인문, 교양 강좌들을 합한다면 문화 프로그램은 수도 없이 많다.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김민애 실장은 “기본적으로 ‘책’을 매개로 해야 한다. 단순히 어떠한 모임을 갖고 싶다고 해서 공간을 대여해주거나 프로그램을 기획하는 것은 아니다”며 한양문고 프로그램의 기준을 설명했다.



대형 서점이 할 수 없는 것, 그것이 오히려 강점!

한양문고가 이러한 변화를 맞게 된 것은 단행본뿐만 아니라 서점 매출의 큰 부문을 차지하는 학습지 매출의 감소, 대형 서점과의 경쟁에 닥친 상황에서 찾아낸 새로운 방향이라 할 수 있다. 김민애 실장은 “대형 서점이 할 수 없는 역할을 하는 것, 바로 지역의 사랑방, 커뮤니티를 형성해갈 수 있는 것이 동네 서점의 강점이다”며 “비록 매출로 이어질 수 없다 하더라도 서점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이어지게 하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게 변화를 시작한 지 수 년째. 40평 규모의 갤러리 한을 비롯해 50석 규모의 강의실 ‘한강홀’, 일산민주주의학교, 행복한교육포럼 등 시민단체에게 저렴하게 대여해 준 소규모 세미나실 등을 갖추고 있다. 이젠 서점보다 커뮤니티 공간으로 더 유명해질 정도다. 김민애 실장은 “개인적으로 앞으로 독서 모임 100여개가 열리는 때를 꿈꾼다”며 앞으로 책과 사람들, 그리고 한양문고 공간이 만들어갈 벅찬 기대를 내비쳤다.
현재 한양문고는 일부 리모델링을 거쳐 6월 경 새로운 모습으로 선보여진다. 기존 서적 진열 공간을 조금 줄이고 시민들을 위한 공간을 추가로 확보할 예정이라고. 프로그램 안내나 신청을 받을 수 있는 홈페이지도 오픈, 운영 중이다.
아쉬운 소식도 있다. 최근 한양문고 마두점이 문을 닫았다. 경영상의 압박이 가장 큰 이유에서다. 2004년 오픈 이래로 지역 주민들을 위한 동네 서점으로, 혹은 문화 공간으로 많은 추억을 만들어 준 곳이기도 하다. 이제 한양문고는 ‘주엽점’만이 우리 지역에 남게 됐다. 이미 몇 년에 걸쳐 일산의 대표적 문화 커뮤니티의 형성을 도와 온 ‘한양문고’. 언제나 곁에 있어주기를 바라는 시민들이 많다. 


 고전문학 읽기 모임
“저희는 격주로 열리는 고전문학 읽기 모임입니다. 한양문고는 저희처럼 독서모임에게는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공간이죠. 일반 카페에서처럼 장시간 이용한다고 눈치 볼 일도 없고요. 책을 매개로 연결되는 사람들이 책이 있는 공간에서 함께 한다는 것이 의미를 더 갖는 것 같아요”


‘수록’의 프랑스 자수 모임
“여기 한양문고 내 갤러리 한에서 프랑수 자수 모임을 갖고 있답니다. 웬만해선 넓은 책상에서 한 자리에 앉아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찾기 힘들죠. 다른 작품들도 감상할 수 있는  갤러리 한을 좋아합니다. 최근에 마두점이 문을 닫았다고 해서 얼마나 아쉬운지 모른답니다. 주엽점은 우리와 늘 함께했으면 해요” 


5~6월 프로그램

프로그램 명
시간
내용
한자 지도사반
매주 월요일 오후 3시~5시
한자 기본 이론 교육 및 지도사 과정 취득 준비
박영규의 조선 전쟁 실록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30분
<한권으로 읽는 조선왕조 실록> 박영규 작가 진행
철학의 향기
둘째, 넷째 화요일 오전 11시
김경윤 인문학자의 해설과 함께하는 철학 에세이 읽기
휴일 저녁의 클래식 산책
매주 일요일 오후 7시
아날로그 LP와 진공관 앰프를 통해 장르별 명곡 감상
버드 북(Bird Book)
매달 두 번째 화요일 오전 1시
3개월 내 신간을 읽고 도서 소개 및 발제
톨스토이 완독클럽
매달 두 번째, 네 번째 수요일 오전 10시 30분
톨스토이의 작품을 천천히 조금식 나누어 읽고 토론활동
세계고전문학읽기모임
격주 금요일 오전 11시
세계 고전문학을 함께 읽고 토론하는 모임
니체 철학 강독 모임
격주 목요일 오전 10시 30분
<차라투스는 이렇게 말했다>로 니체 사유의 정점 이해하기
강시현의 음악 여행
매달 두 번째 목요일 오전 11시
아프리카와 동양을 중심으로 세계 각지의 음악을 접해보는 시간
다양성 영화 감상
매주 수요일, 토요일 오후 2시
경기도와 (사)필레마에서 진행되는 다양성 영화 상영회
모모카페
6월~11월 둘째, 넷째 토요일 오전 10시 30분
김경윤 인문학자와 함께하는 청소년 철학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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