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책이 점점 더 멀어지며 동네서점이 사라져간다는 걱정들이 많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지역과 소통하고 호흡하는 동네사랑방, 일반 서점에서 접하기 어려운 독립출판물을 전면에 내세우는 등 작고 개성 있는 책방들이 생겨나며 눈길을 끌고 있다.
집으로 돌아가는 저녁, 길모퉁이를 밝히는 마을의 노란 등불 같은 존재가 되는 책방들을 소개한다.
책이 사람을 선택하는 공간 ‘모모책방’
사동에는 강진영․장재욱 공동대표와 직원인 고양이 ‘모모’가 운영하는 책방이 있다.
안산이 고향인 ‘강장공장’ 디자인팀은 사회적경제 캠프에 참여했다가 독립서점의 사례를 접하고, 그간 꿈만 꾸던 것을 실행에 옮기기로 마음먹었다. 좋은 책을 소개하면서 자신들이 출판한 책을 전시하는 ‘모모책방’이 청소년공간 ‘열정99’도 옆에 나란히 골목길을 밝히게 된 경위다.
모모책방에는 일반 서점에서는 볼 수 없는 책들이 놓여있다. 책방지기는 작가의 삶의 스토리가 깊이 묻어있거나 독특한 소재의 이야기들로만 서가를 꾸몄다. 임금체불을 당하면서 겪었던 경험담이 담긴 ‘동네에 남아도는 아가씨’,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여성들이 겪는 불평등을 이야기한 ‘그럼 애는 누가 봐요?’, 출근길 지하철에서 겪은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게 풀어놓은 ‘메트로놈’ 등 책방 주인의 색깔로 걸러진 독립출판물들을 볼 수 있다. 인터넷이나 대형서점에서 책을 구매할 때는 사람이 책을 선택하지만, 모모책방에서는 책이 사람을 선택하는 것이다.
두 책방지기는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이 만나 새로운 것을 만들어가는 데 있어 책은 가장 매력 있는 도구”라며 “판매와 이윤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이야기를 담아내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디자이너 이전에 시민이 되자’를 모토로, 공동체가 함께 살아가기 위해 지켜야하는 의무, 배려, 소통 등을 포괄하는 ‘시민’으로서 사회를 바라보면서 세상을 바꾸기 위한 한걸음을 떼겠다는 것이다.
세월호 4주기 전시 ‘곁’의 세월호를 기억하는 38명 인터뷰 ‘세월호, 그 곁에 선 사람들’, 고잔동 주민들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엮은 고잔동의 역사, 사람, 마을활동이 담긴 ‘곶 안의 이야기’는 강장공장이 출판한 책이다. 이들은 마을 공모사업 등을 통해 작은 공간이지만 강장공장 팀의 작업실이자 책방을 개방해 주민 동아리활동으로 활용하면서 이곳이 사동 청년들의 모임공간이 되기를 소망한다.
6월부터 드로잉 소모임, 포토숍이나 일러스트 등 그래픽 툴을 배우고, 독립출판 작가를 초청해 독립출판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고 자기만의 책을 만들어보는 프로그램을 마련할 계획이다. 관련 정보는 페이스 북이나 인스타에서 공유하며, 책방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9시까지 운영한다.
상록구 사동 1295-7 후곡경로당 옆
아름다운 공동체를 꿈꾸는 ‘토닥토닥 괜찮아’
초지동에는 마을주민들이 주인인 동네서점이 있다. (사)더좋은공동체가 시민단체 사업으로 지역주민 100여 명이 공동 출자한 ‘토닥토닥 괜찮아’에서는 책을 읽으며 커피와 음료를 마시고 가볍게 맥주까지 즐길 수 있다.
40평 규모의 서점에 들어서면 제법 탁 트인 공간에 ‘환경’, ‘4월의 기억’ 등 주제 관련 책이 전시되어 있다. 책을 구매하기도 하고, 개인의 책을 6개월 동안 분양해주는 공유서가를 운영해 이웃집 서재를 구경하듯 개인의 독서취향을 알아가는 재미도 있다. 여러 분야의 책이 하나의 주제로 묶여 전시된 코너에서는 주인장의 독서편력이 묻어나온다. ‘나는 맘먹었다, 나답게 늙기로’, ‘저도 중년은 처음입니다’, ‘다정해서 다정한 다정씨’ 등 가족과 나, 어머니와 우리 모두의 인생 이야기를 다룬 책들이 눈길을 끈다.
빔 프로젝트를 설치한 동아리방에서는 책읽기 모임, 시의 여운에 빠져 자수를 하는 모임 등 동아리 모임이 이루어진다. 동아리방 사용료는 1인당 음료 하나씩 주문하면 두 시간 사용할 수 있다. 청소년에게는 모든 음료가 500원 할인된다.
주민모두 함께 성장하는 공간을 목표로 하는 토닥토닥은 경기도 지역서점 지원사업으로 주민들과 3월에는 통영, 4월에는 강릉으로 인문학 여행을 다녀왔다.
통영 여행은 ‘춤추는 마을만들기’를 읽고, 지역문화예술인들과 함께하는 동네책방 ‘봄날의 책방’, 주민이 주인이 되어 행정을 바꾼 사례인 벽화마을을 다녀왔다. 커피를 주제로 한 강릉 여행은 ‘커피인문학’ 책을 읽고 주민들이 직접 운영하는 명주동 프리마켓을 보며 공동체문화를 들여다보는 시간을 가졌다.
책으로 열려 있는 커뮤니티 공간이자 동네 사랑방인 토닥토닥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운영한다.
단원구 초지로 118 대일빌딩 2층
도서관의 이유 있는 변신 ‘심신프리’
2013년 개관했던 ‘안산자유작은도서관’이 지난 1월, 북카페 ‘심신프리’로 확장 이전했다.
시청 앞 자유센터 3층에 자리잡은 심신프리(心身free)는 ‘몸과 마음을 자유롭게’라는 의미로 회사원 등 모든 연령대가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마련했다.
약 2,000권의 도서를 보유한 심신프리 북카페에서는 보증금 3만 원을 내면 무료로 도서를 빌려갈 수 있다. 보증금은 탈퇴 시 돌려준다. 1회 2권 2주간 대여하며, 연체료가 500원 붙는다.
‘신과함께’, ‘미생’, ‘조선왕조실톡’ 등 인기 웹툰 시리즈는 소장하기도, 도서관에서 대출해 읽기가 쉽지 않다. 이경순 대표는 “점심시간이나 오가면서 비는 시간에 편하게 차 한 잔 하면서 만화책을 들여다보며 쉬어가는 공간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동료들과 북카페를 꾸렸다”며 “유통과정을 줄여 마진을 줄인 커피는 소비자에게는 싸지만 결코 싼 커피가 아니”라고 했다. 신선하고 질 좋은 아메리카노가 2,300원, 라오스 원두로 시간과 정성을 들인 더치커피는 3,300원이다. 많은 사람들이 좋은 커피를 마실 수 있도록 배려한 착한 커피에 샌드위치를 곁들이면 브런치 메뉴로도 그만이다. 10인 이상 단체에게는 커피와 샌드위치 세트메뉴를 배달해준다. 출출함을 달래줄 컵라면과 즉석밥도 구비해두고 단무지도 제공한다.
푸드아트테라피 강사이자 음식에 대한 노하우가 많은 김경화 씨는 샌드위치와 레몬․자몽청을 직접 만들고, 라떼와 스무디 등 다양한 레시피를 모두 섭렵하고 연구한 끝에 최적의 맛을 찾아낸다. 4~5월에는 ‘발효식품으로 건강해지자’ 프로그램을 열어 레몬․자몽청, 수제맥주를 만들어 지인과 함께 나누는 시간도 마련한다. 설탕의 비율이 가장 중요한 레몬과 자몽청의 비법을 전수받으며 직접 담근 청을 한 병씩 손에 든 참여자들은 5월 16일 수제맥주를 기대하며 돌아갔다.
책장 한 코너에는 동전지갑과 팔찌, 손뜨개 수세미 등 기부물품이 놓여 있다. 판매자가 다른 책장 칸마다 운영진들 각자의 노고와 개성이 담겼다. 기부물품의 판매 수익금은 의료시설이 열악한 라오스로 기부한다. 작지만 소소한 행복을 전하는 이들의 얼굴에 웃음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심신프리 북카페는 안산시 평생학습과에서 운영하는 ‘우리동네 학습공간’으로 지정돼 함께 배우고, 나눔을 실천하는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마을교육과 시민교육, 평생교육 등을 준비 중이다. 7월에는 청소년과 아동을 대상으로 독서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있다.
월~금요일은 오전 9시부터 오후 7시까지, 토요일은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운영한다.
단원구 화랑로 358 자유센터 3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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