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라는 말은 비단 공부뿐만이 아니라 모든 분야에서 통용되고 있는, 매우 중요하면서도 흔한 말 중의 하나일 것입니다. 다이어트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면 “체중 관리” 가 될 것이고, 재테크에 관심이 있는 분들이라면 “자산 관리”가 중요한 키워드일 것입니다. “체중 관리”의 경우 체중 “관리”를 잘 해 주는 피트니스 센터가 좋은 센터가 될 것이고, 자산“관리”를 잘 해주는 금융 전문가 역시 좋은 자산 관리자로서 유명세를 탈 것입니다. 각 수요자들은 좋은 관리자일수록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고 내 체중, 내 자산의 관리를 맡기는 현상은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입니다.
관리의 객체가 될 것인가, 아니면 관리의 주체자가 될 것인가?
그런데 100명이 체중 관리를 잘 해 주는 피트니스 센터에 등록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100명 모두 만족할만한 체중 관리에 성공했을까요? 주변을 살펴보아도 그렇지는 않을 것입니다. 10% 정도만 성공하고, 나머지는 중간에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것입니다. 왜 이런 현상이 만들어질까요?
“관리를 맡긴다”의 내면에는 내가 하기 싫은 일, 내가 하기 어려운 일을 일정한 비용을 지불하여 그 부분의 전문가인 대리자에게 맡긴다는 성격이 매우 강합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참기 힘들고, 운동하며 힘든 과정이 싫어 이 과정을 누군가에게 대리로 맡기는 과정일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관리하는 쪽에서는 하기 힘든 여러 가지 일들을 요구할 것이고, 대부분은 그 과정을 오해하기 시작합니다. ‘비용을 지불했으면 어떻게든 내 체중을 관리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는 단순히 관리 잘 하는 피트니스 센터에 다닌다는 행위 자체만으로 ‘나는 체중 관리를 하고 있어’ 하는 착각으로 시간을 보내다가 전혀 변하지 않은 내 모습에 화들짝 놀라기 마련입니다.
결국 체중 관리에 있어서 내 대리 관리자는 주체가 될 수 없기 때문에 변하고자 하는 내 자신이 관리의 주체가 되고, 관리자는 일종의 조력자로서의 역할을 해야 할 것인데, 대부분 이 부분에서 불협화음이 나기 시작해 “관리”라는 것이 실패하게 되는 것입니다.
강한 의지가 있는 사람들은 스스로 운동시간을 정해 놓고서 아무리 피곤하거나 다른 바쁜 일이 있어도 정해진 시간에 가서 힘든 운동을 합니다. 이때 관리자는 조금 더 효율적인 운동 방법, 앞으로 체중 관리의 가이드를 잡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 정석입니다. 음식도 역시 내 스스로 먹고 싶어도 참아 가며 관리자가 제공한 식단을 스스로 지켜 나가는 것이 제대로 된 체중 관리가 아닐까 싶습니다.
공부에 있어서의 관리, 객체가 될 것인가? 주체자가 될 것인가?
물론 체중 관리나 자산 관리와 모든 면에 있어서 공부가 부합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결국 공부에 있어서도 관리의 주체자는 학생 스스로가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주말에도 잡아 두고, 학원 와서 잡아 두고, 시간 죽이며 책에 동그라미, 세모 쳐 주는 과정이 절대 관리가 아닐 것입니다.
학부모님들께서도 학창시절에 공부를 해 보셨기에 다들 아실 것입니다. 숙제 검사는 누군가가 해 주는 것이 아니라 본인 스스로 해야 하는 것입니다. (물론 과제를 제출해서 그것으로 평가 받아야 하는 일종의 “고사” 의 성격인 경우와 초등, 중등 저학년의 경우를 제외하고 나서입니다.) 그날 배웠던 내용들을 스스로 공부하고 채점해서 오답까지 한 번 해 보고, 그래도 모르는 문제와 다시 설명 들어야 하는 부분을 스스로 체크하고, 그것에 대한 인지(이런 것을 요즘 말로 메타인지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의 과정 자체가 공부인 것이지 단순히 기계 돌아가듯이 기계적으로 풀리는 문제는 풀고 안 풀리는 문제는 못 풀어서 채점 받고 설명 듣고 답만 체크하는 것이 절대적으로 관리는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관리에 있어서도 역시 필요한 요소들은 있습니다. 학생 스스로의 강한 의지와 동기 부여가 그 요체가 될 것 입니다.
한 가지 재미있는 부분은, 그 동안 아이들과 함께 지내면서 모르는 문제를, 개념을 가르치는 것처럼 이 “관리” 라는 영역 역시 교육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왜 공부를 해야 하며, 어떻게 공부 계획을 잡을 것인가에 대한 교육도 일차적으로는 중요하지만, 경험상 이 만큼, 혹은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관리하는 법이 몸에 베일 때까지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확인하며 다시 한 번 계속적으로 동기 부여를 하며 교육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반복적으로 이 교육이 끝난 학생들은 스스로 자기 자신의 공부에 대한 관리가 되며, 계획을 세우고 실천할 줄 알게 됩니다. 단순히 이거 해라! 이거 왜 안 했니? 하며 끌고 가는 것이 관리는 아니라는 점을 부모님들께 꼭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노성종 원장
오르투스수학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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