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희(가명)씨는 어떤 생리대를 사야하는지 고민에 빠졌다.
생리대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되었다는 방송을 보고, 이후 문제가 되었다는 메이커별 생리대 목록을 보면서도 고민스럽다. 과연 어떤 제품은 믿고 사용해도 되는 것인지, 아니면 완전히 다른 방안을 강구해야 하는지 혼란스럽기 그지없다. 이것은 비단 김씨 혼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어린 딸들과 관련된 일이기 때문이다.
약국에 가서, 혹은 산부인과에 가서 생리대에 관련해 여러 가지를 물어보았지만 의견이 분분할 뿐 속 시원한 대답을 얻지 못했다. 가만 생각해 보니 세상의 절반인 여자들이 사용하는 생리대에 관한 전문가나 조언자가 없다는 사실이 신기하게 느껴질 정도다.
대안생리대 사용 관심 높아져
조금 불편하더라도 1회용 생리대 말고 대안생리대를 사용하려는 움직임은 꾸준히 이어져 왔다. 생리대 발암물질 검출 이후 대안생리대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만 간다.
‘신아키모’는 9월 11일 ‘내 손으로 만드는 생리대’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참가자를 모집했다. 공고를 내고 채 하루가 지나기 전에 20명의 모집인원이 모두 찼다.
신아키모는 신방동에서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모임으로 천안NGO 후원 주민동아리다. 주부들이 관심 있는 아이들 교육, 환경 관련 주제로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는데 최근 대안생리대 모임을 시작했다. 신아키모 박난영(38·천안시 신방동)씨는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환경을 지키고 보호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또 바디버든의 개념을 알게 되면서 생활 속 화학용품을 치우기 시작했고 대안생리대도 사용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올해 초 SBS에서 ‘SBS 스페셜 바디버든’이 방영되면서 환경호르몬과 유해물질의 심각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바디버든(body burden)이란 인체에 쌓인 유해물질의 총량을 말한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세제 화장품 1회용품 등의 화학물질 사용과 가공식품 패스트푸드 섭취 등의 증가로 유해물질에 노출이 크게 늘어난 상태다. 몸속의 유해물질은 각종 질병을 불러온다. 아이들은 모체로부터 유해물질을 대물림 받기도 한다. TV 프로그램의 1부는 ‘자궁의 경고’를 주제로 자궁관련 질환이 급속도로 증가하는 것을 다뤘다. 여러 자료를 가지고 1회용 생리대의 독성에 대해 경종을 울렸다.
생활 속에서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은 줄이고 우리 몸 속 유해물질 배출은 늘이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 대안생리대를 사용하는 것은 유해물질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적극적인 방법이다.
누구보다 딸에게 권하고 싶은 대안생리대
박난영씨는 “대안생리대를 구매한지는 오래 되었지만 제대로 사용한 것은 둘째 아이 출산 후”라며 “사용 이후 생리통과 냄새 등이 완화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후 박씨는 둘째 아이 기저귀도 1회용에서 면기저귀로 모두 교체해 사용했다.
이은영(49·가명)씨는 자궁근종 때문에 두 차례나 수술을 받았다. 생리의 양이 많고 생리통도 심해 고생을 하던 이씨는 간호사 친구의 권유로 면생리대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특별히 좋은 점을 느끼지 못했지만, 1회용 생리대 보다 몸에 좋을 것이라는 기대로 쭉 사용하고 있다. 불편한 것으로는 외출할 때 들고 다녀야 하는 것과 손빨래하는 것을 꼽았다.
강수진(51·아산시 권곡동)씨는 “막내딸이 생리통으로 고생을 해 작년부터 대안생리대를 사용하도록 권했다”며 “제대로 빨고 관리나 하려나 싶었는데 생각보다 잘 관리하고 있어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신아키모 생리대 만들기 첫모임엔 엄마와 함께 초경하기 전의 아이들이 참석했다. 아이를 모임에 데려온 엄마는 “딸이 아예 1회용 생리대를 경험하지 않게 하려고 모임에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참석한 초 3~4학년 아이들은 제법 꼼꼼한 손바느질로 생리대를 만들었다. 대안생리대는 무형광 무표백의 생지융과 면 등을 재료로 이용한다.
어른들의 경우와 달리 막 생리를 시작한 초등 고학년 아이들의 경우 학교에서 사용한 생리대를 간수하거나 보관하는 일이 쉽지 않아 적절한 지도가 필요하다. 외출 시 사용한 생리대는 방수주머니에 넣어 보관하는데 뒤처리가 어렵다면 방과 후 또는 밤에 잘 때 대안생리대를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은영씨는 “한창 예민한 시기의 초·중등 딸이 실수하지 않도록 방비가 필요하다”며 “양이 많은 날은 1회용 생리대를 적절히 섞어 사용하거나 위생팬티를 입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세척과 관리 번거롭지만 어렵지 않아
박난영씨는 “세척이 어렵지 않다”며 “사용한 대안생리대는 찬물에 담가 핏물을 빼고 재생비누를 칠해서 반나절 이상 두었다 세탁기에 헹군다”고 말했다. 과탄산이나 소다 구연산 등 천연세제에 담가두기도 한다. 단 화학세제를 쓰지는 않는다. 박씨는 “자기 몸을 위해 얼마간의 번거로움은 기꺼이 감수해야 한다”며 “뿐만 아니라 우리가 사는 세상을 조금이라도 덜 오염시키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함께 관심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상화(41·천안시 신방동)씨는 ‘신아키모’에서 대안생리대 만들기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정씨는 “딸에게 권하고 싶어서 내가 먼저 대안생리대를 만들어 사용했다”며 “기존에 사용하던 생리대의 모양으로 본을 뜨고 재봉틀을 사용해 생리대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정씨는 “대안생리대를 한 번 사용하고 나니 다시는 1회용 생리대를 못 쓰겠더라”고 덧붙였다.
대안생리대를 만드는 방법은 다양하다. 우리 지역에서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기관이나 공방이 몇 군데 있고, 인터넷을 통해 DIY 용품을 구입해 만드는 방법도 있다. 꼭 재봉틀이 없어도 손바느질로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완제품 구입도 어렵지 않다. 생협이나 한살림 또는 인터넷을 통해 구입할 수 있다.
종류는 방수천까지 하나로 만들어져 있는 일체형과 방수천을 끼울 수 있는 분리형이 있다. 통기성을 생각하거나 삶아서 사용하고 싶다면 방수천을 사용하지 않는 분리형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대안생리대를 처음 사용한다면 일단 사이즈별로 몇 개만 구입해 시험사용해보고 이후 평소 사용하던 1회용 생리대의 개수보다 약간 넉넉하게 준비하면 된다.
문의 : 천안NGO센터 041-562-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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