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에 또 빨간불이 들어왔다. 게다가 날마다 먹던 달걀이라니….
부쳐 먹고 삶아 먹고 쪄 먹고 간단하게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는 생각에 매일매일 아이들에게 먹여 온 달걀에 사달이 났다. 충청남도청은 난각표시를 확인하라는 안전안내문자를 보내왔다. 발 빠르게 마트에서 달걀에 붙여 놓은 ‘적격판정’이란 스티커를 보고도 마음이 놓이지 않는다. 학계에서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지만 결론이 나려면 시간이 걸릴 듯. 이 일로 동물복지나 건강한 먹거리를 공론화하고 개선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려는 것을 다행이라고 여겨야겠지만 당장 오늘 밥상에 올릴 반찬이 고민이다.
달걀이 들어가지 않는 우리밀베이커리 ‘백화’의 식빵
달걀 대체할 식품을 찾는다면
달걀의 미덕은 손쉬운 단백질 공급원이라는 데 있다. 구하기 쉽고 조리가 쉽고 맛도 좋다. 이선화 영양사는 “달걀은 다양한 아미노산을 포함한 양질의 단백질 식품”이라며 “그러나 지나치게 많이 섭취할 경우 질병의 발병률이 높아질 수 있고 아토피 환아의 경우 증세가 심해지기도 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달걀 대량생산과정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항생제 성장촉진제 등의 악영향에 대한 문제제기는 끊이지 않고 있다.
김경희(49·아산시 탕정면)씨는 “어렸을 때 촘촘히 닭머리만 보이던 양계장에 다녀온 이후로 닭이나 달걀을 먹지 않는다”며 “두 아이를 키우면서 가끔 달걀을 먹이기도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대체할 식재료는 많이 있다”고 말했다. 또 “예전에 비해 요즘 다양한 고기 섭취가 늘어 오히려 단백질 과잉이 문제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 영양사는 “달걀의 대체식품으로 단백질과 섬유질이 풍부한 감자, 브로컬리, 해바라기씨, 케일 등을 들 수 있다”며 “또 돼지고기나 등 푸른 생선, 우유, 오징어와 낙지도 단백질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식탁에서 다양한 식재료를 통해 단백질을 섭취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 우리가 단백질 식품을 따로 챙겨 먹어야 할 정도로 부족한지에 대한 정확한 정보도 필요하다.
된장 간장 고추장은 양질의 단백질 식품
두부 또한 주부들이 애용하는 단백질 식품이다.
자연요리전문가 양진제씨는 “달걀찜은 두부찜으로, 달걀을 주재료로 하는 마요네즈는 두부로 만들어 먹을 수 있다”며 “우리는 통상 ‘단백질’하면 동물성 단백질을 떠올리지만, 살펴보면 다채로운 식물성 단백질을 만날 수 있다”고 말했다. 두부는 깨끗한 물에 담갔다가 충분히 물을 빼거나 한 번 삶아서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 두부를 얇게 잘라 면보에 돌돌 말아 싸놓으면 쉽게 물기를 제거할 수 있다.
달걀이 없어도 아이들이 좋아하는 호박전을 부칠 수 있다. 호박에 밀가루를 묻히고 밀가루물을 입혀 부치면 된다. 여기에 치자 우린 물을 섞으면 노르스름하게 맛있는 호박전을 부칠 수 있다. 양진제씨는 “옛날에는 호박전이나 동태전에 달걀을 쓰지 않았다”며 “치자는 항균작용과 진정효과 등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치자는 약재상이나 인터넷에서 쉽게 구할 수 있다. 또 치자는 차나 천연염색재료로 이용할 수 있다.
양진제씨는 “우리 전통 식단을 통해서 충분한 단백질 공급이 가능하다”며 “간장 된장 고추장은 발효를 통해 이미 분해된 단백질이라 흡수력이 높은 양질의 단백질 식품”이라고 덧붙였다. 또 참기름과 참깨를 통해서도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장류와 양념을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도 부족이 염려된다면 견과류를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김경희씨는 “국내외의 운동선수 중에서 채식주의자를 찾아보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라며 “매 끼니 달걀이나 고기를 챙겨 먹는 것보다 균형 잡힌 식단과 다양한 식재료 섭취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건강한 먹거리, 소비자와 생산자가 함께 만들어 가야
배방의 우리밀베이커리 백화의 식빵에는 달걀이 들어가지 않는다. 이유를 묻자 김경태 김성희 쉐프는 “가장 자연스러운 빵을 만들어 누구나 먹을 수 있도록 하고 싶어서”라고 답했다. 백화의 바게트는 밀가루 소금물로 만들어진다. 가공이스트를 사용하는 대신 충분한 숙성과 발효를 통해 오랜 시간을 들여 빵을 만든다. 발효되고 숙성된 빵은 소화와 흡수가 잘 된다.
달걀은 주로 단과자와 브리오슈 반죽에 사용되는데 현재 백화는 달걀이 들어가는 제품의 생산을 중지하고 있다.
집에서 홈베이킹을 하는 주부라면 주재료로 밀가루 계란 버터 등을 떠올릴 수 있다. 버터를 현미유로 계란을 바나나로 바꿔 사용하면 칼로리는 낮추고 보다 건강한 빵을 만들 수 있다. 김성희 쉐프는 “밀가루보다 설탕 버터 계란 등이 많이 들어간 빵은 촉촉하고 부드럽고 입에 달다”며 “거기에 쇼트닝이나 마가린 등의 첨가하면 촉촉함을 지속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입에 달아 먹기 좋은 음식만 찾는 것은 또 다른 식재료 파동의 주요한 원인이 될 수 있다. 김 쉐프는 “요즘 먹방을 통해 먹음직스럽고 푸짐한 음식을 빨리 먹고 많이 먹는 것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며 “진짜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소비자나 생산자의 고민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건강한 먹거리는 더 많은 시간과 기술, 또는 비용을 필요로 한다. 그리고 그 먹거리를 알아보고 기꺼이 소비하는 소비자를 만날 때 지속된다. 김성희 쉐프는 “당도를 낮춘 빵을 한 입 먹으면 다소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다”며 “하지만 절반쯤 먹다보면 재료 본연의 맛과 고소함 등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양진제 자연요리전문가의 레시피
□ 계란찜 대신 두부찜
부침용두부 반모, 건조미역 약간, 다시마우린물 50cc, 당근 약간, 표고버섯 반개, 자염 한꼬집, 간장 2작은술, 한천가루 반 작은술, 찐 단호박 1큰술, 다진 풋고추 약간
1. 건조미역은 잘게 잘라 불린다. 당근도 잘게 다지고, 표고버섯은 불려서 잘게 다진다.
2. 두부는 삶아서 식힌 후 블렌더로 갈아 크림 상태로 만들고, 간장 자염 한천가루 찐 단호박을 넣고 잘 섞는다.
3. 내열 용기 바닥에 불린 미역을 넣고 2를 담은 후 당근과 표고버섯을 얹고 김이 오른 찜 솥에 20분 찐다.
4.젓가락을 넣어 묻어나지 않으면 불에서 내려 어느 정도 식은 후 다진 풋고추를 얹어 준다.
□ 두부로 만드는 마요네즈
두부 1/4모, 잣 2큰술, 식초 2큰술, 자염 1.5큰술, 올리브유 또는 생들기름 3큰술
- 재료를 모두 믹서기에 넣고 간다. 샐러드용은 두유를 50ml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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