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 “와~ 역시 우지 선조들의 솜씨가 대단해”하고 감탄한 적이 있다면, 그건 이들의 작품을 두고 감탄한 것일 수도 있다. 조소, 회화, 도예 등을 전공한 세 젊은이가 모인 ‘만들애’는 실제 유물을 그대로 본 따 유물을 복제하고 많은 박물관에서 이렇게 복제된 유물을 전시하기 때문이다. 용인 처인구 모현면에 위치한 ‘만들애’는 유물 복제와 복원을 전문으로 하는 곳, 여느 곳들과 달리 시간이 거꾸로 갈 것 같이 느껴지는 공간이다. 우지식 대표를 중심으로 김형순, 김혜령 씨로 구성되어 있는 “만들애”는 발음처럼 만드는 것을 사랑 한다는 의미로 구성원들의 뜻이 담긴 이름이라고 한다.
유물을 가운데 두고
수 백 년 전 장인과 대화하듯
이들이 하는 작업은 실로 다양하다. 유물 복제와 복원이 주된 일, 박물관에 가면 볼 수 있는 축소 모형(디오라마)이나 관람객들이 직접 만질 수 있는 체험물을 제작한다.
구성원 모두 10년 이상의 경력이 있다고 하는데, 순수 예술을 하던 이들이 어떻게 이 작업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까. “첫 직장에서 배우게 되면서 이 일에 대한 희소성과 가치를 알게 되었고, 늘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 재미있었기에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우 대표의 말이다.
이들의 작업을 살펴보니 뭐 하나 같을 수가 없는 구조이다. 복원 또는 복제할 문화재가 제각각으로 다양하고 단 한 작품씩만 만들어 내면 되기 때문이다. 또한 공정도 하나하나가 다 달라 이들 셋은 작업 전 철저한 회의가 필수, 하지만 요즘은 이 작업의 베테랑이 되면서 눈짓하나로도 통할 정도로 손발이 척척 맞는다고 한다. 초기에는 토기와 석기 위주로 작업을 했는데 지금은 금동, 철기, 목기 등 대부분의 문화재 작업이 가능해졌다. 이제는 조금만 고민하면 어떻게 만들 수 있을지 청사진이 그려질 정도라고 한다.
공정의 대부분을 수작업으로 진행하며, 실문화재와 최대한 근접하게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잘못되면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고 또 잘못되면 또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는 엄청난 까다로움이 있지만 그래도 그 끝에는 언제나 달콤한 보람이 기다리고 있다.
미술, 컬러를 담당하는 김혜령 씨는 “몇 달에 걸쳐 세밀한 것까지 일일이 만들어 낸 작품이 실제 전시장에 전시가 되었을 때 그 느낌은 말로 표현할 수 없죠. 마치 자식을 보는 것처럼 뿌듯한 마음이 생긴답니다”라고 말하며 “또한 관람자들이 감탄하고, 복원이나 복제한 작품이 영구적으로 전시가 될 때 보람을 느껴요”라고 한다.
이들은 이 일을 통해서 문화재에 대한 깊을 이해도 생겼다고 한다. 우 대표는 작업을 하면서 느끼는 선조들의 손재주와 감각에 감탄하게 되면서 따로 동국대학교 문화재 관련분야를 전공하기도 했다. “여기에서 많은 무형문화재를 만나고, 불상이나 단청, 목조 건물의 대가를 만나면서 생각이 많이 달라졌어요. 처음에는 단지 일로만 생각이 들었는데 지금은 그 당시의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만들었는지, 어떻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아 감동과 더불어 이해가 깊어 졌지요”라고 했다.
요즘 이들이 주력하는 작업은 철기 갑옷이다. 거의 마무리 단계인데, 철기와 가죽이 함께 엮여 있는 것이 신기하다. “그런데 자세히 보시면 가죽 매듭이 독특해요. 어떻게 판갑에 가죽을 엮었을까도 신기했지만, 그 방법도 요즘에 볼 수 없는 매듭이라 저희도 처음에 고민이 많았답니다”라고 하는 김형순 씨는 “하지만 멤버들이 계속 관찰을 했고 결국 그 매듭법까지 알아내게 되었습니다. 이런 경우가 비일비재해요. 요즘은 그 당시 사람들이 왜 이렇게 했는지 어떤 방법으로 만들었는지도 척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될 정도라니까요”하며 웃으며 말한다. 마치 유물을 가운데 두고 수 백 년 전 장인과 대화를 하는 것 같다.
기계가 구현할 수 없는 일,
희소성에 가치 있어
3d스캐너와 3d프린터의 활용이 자유롭고 아무리 완성도가 높다지만, 우 대표는 이 일의 가치에 대해 “기계로는 표현의 한계가 있다. 분명 사람 손을 거쳐야 구현되는 부분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 대표는 “이런 유물 복제물들을 학교 교육의 체험 학습용으로 가정이나 상업시설에서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많이 쓰이면”하는 바람도 내비쳤다. 학생들이 역사를 배우면서도 이렇게 실제와 같은 모형을 직접 만져보고 사용해 본다면 더 이해를 잘 할 수 있을 것이고, 또한 선조의 장인정신을 그대로 담은 작품들은 인테리어 소품으로도 훌륭하기 때문이다.
만들애의 구성원들은 이러한 유물 복원 복제산업이 빈약한 한국에서 “갈 길이 멀고 바쁘다”고 하며 “그 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명감을 가지고 앞으로도 꾸준하게 우리 문화유산 계승사업에 힘쓰고 싶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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