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유기동물보호소]

반려동물, 끝까지 책임져야 할 가족으로 맞아야

남궁윤선 리포터 2017-06-06 (수정 2017-06-06 오후 2:28:11)

#1. 눈을 다친 코카스파니엘 루키가 병천시장에서 배회하는 것을 어떤 학생이 발견해서 구조요청을 했다. 무언가 뾰족한 것에 찔린 상처가 있는 루키는 이미 치료시기를 놓쳐 시신경이 손상되고 조직도 괴사중이라 왼쪽 눈 적출수술을 했다.
#2. 지난해 12월에 구조된 치와와 쌍똘은 공격성이 강하다. 구조 당시 다가오는 사람 누구나 경계하고 물며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아마도 잦은 구타를 당하다가 버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초롱초롱한 눈망울의 쌍똘은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다.


천안시유기동물보호소 이경미 소장


천안시유기동물보호소에는 여러 사연을 가진 동물들이 구조되어 치료와 돌봄을 받고 있다.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고 있기도 하다. 보호소 동물은 모두 사람들에게 버려졌다. 한때는 누군가의 사랑스러운 반려동물이었다. 


행정적 편의 위해 안락사 시키지 않겠다는 신념

천안시유기동물보호소는 천안시에서 발생하는 유기동물의 구조와 최초입양상담, 봉사상담을 하고 있다. 통상 시에서 지정해 운영하는 유기동물보호소는 10일간의 공고기간이 지나면 유기동물을 안락사 시킨다. 만일 반려동물을 잃어버린 주인이 수소문 끝에 시보호소에 찾아오더라도 10일이 지났다면 싸늘한 사체를 만날 수밖에 없다. 천안시유기동물보호소 이경미 소장은 공고기간이 지나도 안락사를 실시하지 않는다. 심한 사고나 질병으로 죽음보다 더한 고통을 당하고 있지 않는 한 단 한 마리의 유기동물도 안락사 시키지 않았다. 이경미 소장은 “지원금은 부족하고 보호소는 포화상태지만 행정적 편의를 위해 동물을 안락사시키지 않는다”며 “유기동물의 구조와 입양에 힘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천안시유기동물보호소의 이러한 시도는 전국에서 최초이자 거의 유일한 것으로 보인다. 시에서는 10일간의 사료비 정도만 지원하기 때문에 통상 400~450두의 유기동물을 돌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일. 게다가 병원치료가 시급한 경우도 부지기수다.
사재를 털어 넣으며 보호소를 운영하던 이 소장은 2016년 비영리사단법인 ‘동물과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설립했다. 이듬해부터 공식적으로 후원금을 모금하고 유기동물에게 새로운 가족을 찾아주는 일을 지속해오고 있다. SNS를 통한 홍보와 이 소장을 비롯한 천안시유기동물보호소 직원의 노력으로 삼성디스플레이 등의 기업과 서울대 건국대 이대 등 국내 유수 대학 학생들의 봉사와 물품지원이 줄을 잇고 있다. 또 천안과 아산 지역 거의 모든 고등학교의 동물을 사랑하는 학생동아리가 시보호소 봉사에 동참하고 있다.
이경미 소장을 만나는 동안 이 소장의 전화는 쉬지 않고 울렸다. 구조를 요청하거나 입양상담을 위한 문의전화가 빗발쳤다. 한정된 자원과 인력으로 구조와 상담에 응하고 유기동물을 돌보는 일은 사명감을 가진 몇몇의 개인이 감당하기에 벅찬 일이다. 


버려진 강아지, 구조되어 치료를 받는 고양이


반려동물 위한 중성화 수술 반드시 필요

북면에 위치한 대형견보호소와 천안시내의 소형견보호소 외에도 이경미 소장은 자신의 집에서 유기견과 유기묘를 돌보고 있다. 주로 부적응 유기동물이나 노령견 등이다. “생을 마감하는 수순을 밟고 있는 노령견이 주인에게 버려졌을 때 받았을 충격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마지막 순간이라도 편하게 보내고 싶어서 호스피스 역할을 자처한다. 오늘도 한 마리가 세상을 떠났다.”
천안시유기동물보호소는 안락사 시키지 않는 것과 더불어 중성화 수술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유기대물림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한 마리의 성견이 한 번에 4마리의 새끼를 낳는다고 가정할 때 그 4마리가 200마리로 불어나는 것은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다. 그 200마리 중 유기견이 되어 보호소에 돌아올 확률은 80%라는 통계가 있다.
한 마리의 반려동물이 자연사할 때까지 키우는 반려인은 10% 미만이다. 최근 들어 13~4%까지 늘었다는 자료가 보이지만 그래봐야 10명에 1명이 조금 넘는다는 계산이다. 그럼 나머지 8~9마리는 유기된다. 이 소장은 “중성화 수술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실은 수술비용의 부담이나 새끼를 낳아 분양하려는 욕심 때문에 중성화 수술이 잘 시행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악순환은 유기동물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끝까지 책임질 마음으로 반려동물 맞아야

천안시유기동물보호소 홈페이지에는 새로운 가족을 기다리는 유기동물의 사연이 넘쳐난다. 사람이 좋아서 키우려고 무분별하게 생산하고 키우다 버려 보호소에 들어오면 안락사 당하는 동물은 아무 죄가 없다. 그저 사람들의 욕심과 무지, 무책임의 결과다.
이 소장은 “길고양이는 사람이나 쥐가 없어지지 않는 한 사라지지 않다”며 “중성화 수술을 시키고 급식소를 마련해 공존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반려동물을 키우고 싶다면 유기동물을 가족으로 맞는 방법이 있다. 천안시유기동물보호소에서 유기동물을 입양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조건에 동의해야 한다. 그 대표적인 것은 입양된 동물을 식용이나 매매를 목적으로 판매해서는 안 되는 것, 반드시 중성화 수술을 시키고 어떤 경우에도 번식목적으로 이용하면 안 된다는 것 등이다.
유기동물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여러 가지가 있다. 비영리사단법인인 ‘동물과의 아름다운 이야기’에 정기후원, 구호물품기부와 봉사활동, 입양으로 가족되기 등이다.  가장 좋은 후원은 끝까지 함께 하는 좋은 가족이 되어주는 것이다.
이 소장은 ‘반려동물의 죽음까지 책임을 가지고 돌봤던 경험’을 유기동물 입양의 최우선 조건으로 꼽았다.


문의 : 천안시유기동물보호소 050-5994-9119. www.dongi.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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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궁윤선 리포터 akoong@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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