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 수시 합격자 인터뷰 숭실대 전자공학과 송정호 학생]

덕후의 길보다 진학이 우선, 무조건 학교 공부에 충실해야

내신 성적 불리해 수능 최저 없는 비교과 우선 학교 지원

양지연 리포터 2017-03-23

대입 수시모집 비율은 해마다 늘어나 2018학년도에는 대입 정원의 73% 이상을 수시로 선발한다. 10명 중 7명이 수시로 대학을 가는 현실이다 보니 나에게 적합한 수시 전형을 찾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일산 내일신문에서는 우리 지역의 다양한 수시합격 사례를 독자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수시합격자 릴레이 인터뷰를 진행한다. 



회로 키트 갖고 놀며 독학
카이스트 IP 영재기업인 교육 이수

학생부종합전형(이하 학종)은 교과 성적과 비교과 활동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선발하는데, 고교 시절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개발하기 위해 걸어 온 과정에 주목한다. 이러한 학종의 취지를 고스란히 살려 진학한 학생이 바로 숭실대 전자공학과 송정호 학생(백석고 졸업)이다.
정호 학생은 초등학교 때부터 전자과학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형이 사용했던 전자과학 키트를 우연히 접한 후 이를 갖고 놀면서 취미로 공부를 했다. 매일 하루에 3시간씩 회로 판에 회로를 꽂아보고 전류의 흐름과 IC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생각해봤다. 이론적인 지식은 아버지와 형의 도움을 받아 공부했다. 초등 5학년 때부터 교내 대회와 경기도 대회 등에 참가했는데, 도 대회에 나가게 되면 전문 교사가 함께하며 지도해주기 때문에 그 과정에서 또 실력이 상승했다.
크고 작은 전국대회를 중학교 3학년 때까지 계속 출전했고 전국 대회에서 1등을 하기도 했다. 이런 경험들 덕분에 고1 때는 카이스트에서 운영하는 IP 영재기업인 교육원 프로그램에 선발돼 2년간 과정을 수료했다. 이 과정에서 카이스트 교수들로부터 전문적인 기술 강의와 특허 및 창업에 대한 교육을 받은 후 정호 학생은 MCU(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 분야를 연구해 창업으로 이어갈 꿈을 키우게 됐다. 


뒤늦게 내신 성적 끌어올리기 위해 노력
꿈을 실현하기 위해 대학 진학은 필수였다. 하지만 교과 성적이 발목을 잡았다. 고1 때부터 학종으로 대학에 진학할 계획을 세우고 내신 성적 관리를 하려고 했으나 고민만 많았을 뿐 나만의 공부방법을 찾지 못했다. 내신은 암기를 꼼꼼히 해야 성적이 오르는데 암기하는 것을 싫어하는 자신의 스타일을 극복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카이스트 IP 영재 과정 공부도 병행해 내신에 주력할만한 여유가 없었다. 하지만 어떻게든 성적을 끌어 올려야하는 현실이라 2학년 때부터는 자신 있던 과목인 수학과 물리 공부에 매달렸다.
수학은 교과서로 개념을 다지고 문제를 풀었는데, 원리를 하나하나 따져가며 공부하는 스타일이라 처음 풀 때는 시간이 좀 많이 걸렸다. 하지만 두 번째 풀 때는 시간을 정해놓고 빨리 간결하게 푸는 방법을 연습했고, 세 번째 풀 때는 나만의 방식대로 문제를 해결했다. 과학은 친구들과 스터디를 했는데 친구 4명과 물리, 화학, 생물, 지구과학을 한 과목씩 맡아 공부를 해온 후 질문을 받고 답을 해주는 방식으로 공부했다. 이렇게 공부한 후 3학년 때는 수학·과학 경시대회에 참가해 상을 타기도 했고 물리는 2등급, 수학은 내신 2~3등급으로 성적을 끌어 올렸다.
하지만 수능 준비까지는 역부족이었다. 그래서 수능 최저가 없는 대학, 그러면서도 교과보다 비교과 활동을 중시하는 학교로 진학 전략을 짰다. 수시에서 서강대와 숭실대, 동국대, 건국대, 한양대 등은 모두 전자공학과에 지원했고 광운대는 로봇학부에 지원했다. 수능 최저가 없는 대학들이라 대부분 경쟁률이 10대 1이 넘었고, 이중 숭실대와 광운대에 합격했다.  


수능 최저 없다면 자소서와 면접 준비 철저히 해야
수능 최저가 없는 학교들을 대부분 1차 서류와 2차 면접으로 학생을 선발한다. 당연히 자소서와 면접의 비중이 상당하다. 정호 학생은 재수까지 각오하며 자소서를 준비했다. 어려서부터 한 길만을 걸으며 스스로 공부해 온 점과 카이스트 IP 영재기업인 교육을 통해 꿈을 갖게 된 과정들을 나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는 느낌으로 자소서에 기록했다. 동아리는 전자과학 분야에 관심 있는 친구들이 별로 없어 자율동아리로 컴퓨터 동아리 활동을 했고, 2학년 때는 자신이 직접 발명동아리를 만들어 운영했다. 카이스트에서 배운 지식 재산의 중요성과 특허에 대한 지식을 친구들과 공유하며 친구들이 특허 출원 신청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고 이런 과정들을 자소서에 담았다. 또한 교외활동인 카이스트 교육과정을 자소서에 담아내기 위해 선배들에게 조언을 구했고, 진로희망 사유 난에 카이스트 공부 과정을 언급했다. 자소서는 7번 정도 수정을 반복해 완성했고, 어차피 자신만이 걸어 온 길이기 때문에 끝까지 혼자서 썼다.  
면접 준비를 위해 <수만휘>에서 기출문제 100문제 정도를 뽑아내 부모님께 물어봐달라고 부탁한 후 이에 대한 답변을 하며 대비했다. 1차 서류 통과 후 이어지는 면접은 자소서에 기록한 내용들을 확인하는 과정이나 마찬가지였다.
비교과 활동을 많이 보는 숭실대는 면접 때 관련 내용에 대해 교수님들이 질문을 던졌다. 고교 물리 교과 범위 내에서 여러 가지 회로에 대해 설명해보라는 질문과 ‘정말 네가 한 것이 맞냐?’를 확인하기 위한 질문도 있었다. 모든 답변을 자신 있게 했더니 교수님들의 긍정적인 질문이 이어졌고 나중에 더 이야기 해보자는 교수님도 있었다. 결국 면접은 자신이 걸어온 길을 교수님들이 꼼꼼하게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정호 학생에게 숭실대는 성적으로는 가기 힘든 학교였다. 학생부종합전형 덕분에 교과 성적이 다소 불리했지만 자신이 열심히 해왔던 과정들을 믿으며 지원했다. 그러나 ‘덕후’의 길을 걸어온 것에 대한 아쉬움도 있다고 한다. 그리고 자신처럼 덕후의 길을 걷고 있는 후배들에게 다음과 같은 조언을 전했다.
“중학교 때는 과학고 진학을 시도했었는데 그때도 학교 성적이 좋지 않아 떨어졌어요. 대학입시 때도 제일 가고 싶었던 학교는 내신 성적이 안 좋아 불합격했고요. 그러면서 학교 성적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내가 정말 좋아하는 ‘덕후질’은 나중에 대학에 가서도 충분히 할 수 있으니 무조건 학교 공부에 충실하라고 말해주고 싶어요. 학교 공부를 열심히 해 현실적으로 좀 더 학업 환경이 좋은 대학에 진학하는 것이 현명한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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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지연 리포터 yangjiye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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