곶감을 먹던 아이가 씨를 발라내기 어렵다고 입을 내민다. 씨가 없는 곶감을 먹었으면 좋겠다고도 한다. 씨앗은 생명인데 생명이 없는 열매는 이상한 거라고 설명하면서 편한 것만 좋은 것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덧붙인다.
옛날에 손톱 크기만 하던 포도알은 거짓말 조금 보태 골프공만큼이나 커졌다. 새콤달콤하던 맛의 과일은 다디단 맛만 남았다. 딸기며 수박이며 계절과 상관없이 마트에서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심지어 먹기 편하다고 씨 없는 과일을 찾는 사람들도 있다. 재배 면적은 점차 줄어드는데 생산량이 줄었다는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농사를 지어본 경험은 없지만 안전한 먹거리에 관심 가지는 주부로서 어쩐지 자연스럽지 못하다고 느껴지는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나치게 선명한 색이나 탐스런 크기의 과일은 어쩐지 불편하게 느껴져 손이 가지 않는다.
친환경 유기농 포도 고집하는 천안늘샘농원
천안늘샘농원은 직산에 자리한 포도농원이다. 포도만 15종류를 생산한다. 포도나무 사이로 풀이 무성하다. 38년 농사경력의 김성천 대표는 25년째 무농약, 유기농 포도농사를 고집하고 있다. 착과제 제초제 호르몬제 박피 착색제 등을 사용하지 않는 ‘5무자연농법’으로 포도나무를 돌보고 있다. 김 대표는 김을 매지 않는 초생재배로 지력을 회복하게 하고 한 공간에 다양한 수종을 심어 최대한 자연스러운 환경을 조성해 포도를 재배한다.
“처음부터 친환경농업을 했던 것은 아니지요. 생산성 높이자고 이렇게 저렇게 하는 것이 어쩐지 속이는 것 같은 마음이 들어 적은 면적부터 친환경농업을 도입하다가 포도원 전체 면적에 무농약 유기농 농법을 적용했어요.”
소비자들이 알아봐 줄 것이라는 믿음에서 시작한 일이지만, 다양한 어려움을 겪었다. 수확량과 상품성이 떨어져 시장에서 외면당하는 일도 다반사였고 판로를 찾지 못해 애를 먹었다. 김 대표는 “25년간 자리를 잡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던 중 유기농인증 학교급식 납품전문농원으로 지정되어 친환경 농산물을 공급하게 되면서 숨통이 트였다.
학교급식 농산물 공급은 천안의 친환경 생산 농가에게 힘이 되었다. 친환경 생산 농가들은 ‘적어도 아이들에게는 친환경 농산물을 먹일 수 있다’는 자부심도 갖게 되었다. 이후 김 대표는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 직산농업협동조합 이사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한다. 보다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농업대학에도 다니고 있다.
또 김 대표는 등단한 시인이다. 시를 전문적으로 공부한 적은 없지만 정직하게 땅을 마주 대하며 성실하게 써 내려간 김 대표의 시에는 따뜻하고 유쾌한 시인의 정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2014년 농업기술센터 농가형 와이너리에 참여하며 김성천 대표는 친환경 유기농 포도로 직접 와인을 만들어 판매하는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생산 농민이 직접 제조 판매하는 국산 와인
늘샘농원이 자리한 판정리는 예로부터 물이 흔한 마을이었다. 김 대표는 지명에서 착안해 ‘늘샘’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었다. 머루포도 등의 흑색 포도로 레드와인을, 청포도로 화이트와인을 직접 생산한다. 원재료인 포도재배부터 와인 제조, 판매, 유통, 홍보까지 전 과정을 직접 담당하고 있다.
친환경 유기농 포도의 판로개척과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하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와인 출시는 점차 판매량이 늘어나며 소비자들에게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지금은 농협 40여 곳에서 판매하고 있다. 늘샘농원 레드와인 스위트는 달콤한 포도향이 인상적이고 고운 빛깔과 지나치지 않는 달달함이 매력적이다.
김 대표는 와인 체험 행사도 진행한다. 와인 체험은 3L통 3만원인 750ml 와인 2병부터 20L통 20만원인 750ml 와인 15병까지 가능하다.
김 대표는 체험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농촌체험학습지도사 공부도 했다. 행사에는 지역주민이나 가족이 참가하기도 하고, 와인에 관심 있는 사람들이 전국각지에서 찾아오기도 한다. 김 대표는 와인 체험을 진행하며 친환경 유기농 농사에 대해 설명하기도 하고 아이스 와인, 뱅쇼의 유래 등을 재미난 이야기로 풀어 놓기도 한다. 와인 체험이 끝나면 와인 시음이 이루어진다.
늘샘농원의 와인체험은 어렵지 않다. 포도를 잘 으깨고 효모나 당도를 맞추기 위한 소량의 설탕을 섞은 뒤 온도를 맞춰 보관하면 된다. 포도의 당도에 따라 설탕을 전혀 사용하지 않기도 한다. 필요에 따라 당도를 조정하면 포도식초를 만들 수도 있다.
포도의 영양분은 껍질에 30%, 씨에 30%, 과육에 30% 정도 들어있다. 껍질을 까고 씨를 뱉으며 포도를 먹는다면 영양분의 30% 정도 섭취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껍질째 갈아 먹거나 와인으로 먹는 것이 포도의 전성분을 섭취하는 방법이다.
김 대표는 양파와인과 장뇌삼 증류주 등 새로운 제품 출시를 위해 준비 중이다.
와인체험은 3월에 계속 진행된다. 일정 및 자세한 사항은 천안늘샘농원 블로그( http://blog.naver.com/ksc4133)에서 확인할 수 있다.
문의 천안늘샘농원 041-581-4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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