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움을 잠시 놓다’라는 의미를 갖은 방학(놓을 방放, 배울 학學). 학업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여유를 누린 달콤한 겨울방학도 끝나가고 있다. 학기 중에 접하기 어려웠던 특별한 시간을 보내며 집중하고 열정을 쏟았다면 ‘알찬 겨울방학’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더구나 자신이 몰랐던 잠재력까지 이끌어낸다면 최고의 방학이었다 할 것이다.
깨진 도자기를 복원시키는 박물관학교, 자신의 이야기를 담아 자작곡을 만든 도서관, 그리고 서양자수를 놓으며 부모님께 드릴 선물을 만드는 청소년 공부방.
방학만 누릴 수 있는 특별한 배움을 찾던 리포터가 놀란 것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만들어 낸 무궁무진한 잠재력과 집중력과 이었다. 방학을 이용해 새로운 도전으로 한껏 흥이 난 학생들의 이야기이다.
실로 그림 그리는 화가
“처음에는 바늘에 실을 꿰는 것도 못하고 실이 엉키면 짜증만 났는데 지금은 재미있어서 자꾸만 하고 싶어요, 설에 시골에 가면 할머니께 제가 수놓아 만든 브로치를 선물할 거예요.”
올 겨울 방학에 처음 서양자수를 배웠다는 서태수 (대월초·3) 군의 이야기이다.
서 군은 원곡본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운영하는 청소년 공부방에서 학습을 마무리 한 후 틈틈이 손수건과 브로치를 만들었다. 실과 바늘을 이용해 처음엔 손수건에 이름을 써보고 꽃을 수놓기도 했다. 점점 실력이 늘자 브로치 만들기에 도전을 했고, 이제는 혼자서 도안을 그리고 어울리는 색을 고르기도 한단다.
청소년 공부방 이상희 봉사자는 “공부를 마치고 남는 시간에 재미삼아 시켜본 일인데, 손을 움직이는 활동이라 집중력을 기르기 좋다”며 “특히 산만한 학습태도를 보이는 남학생들이 침착해지는 모습에 놀랐다”고 전했다.
스마트 폰이나 컴퓨터에 매달렸던 아이들의 손으로 실과 바늘을 잡고 작은 꽃송이를 한 땀 한 땀 수를 놓으며 집중하는 시간, 겨울방학이라 가능하지 않을까?
어린 작사·작곡가
“내가 늦게까지 놀다오면 아무도 없고 텅빈집~ 가족들이 보고 싶어 전화를 걸지. 아빠는 여덟시에 오신다네 엄마는 지금 오고 계시다네~”
최하늘 (신길초·3) 양이 집 앞 작은 도서관 프로그램 ‘내가 만든 노래’에서 직접 작사 · 작곡한 ‘텅빈집’이라는 노래이다.
리포터가 도서관을 찾은 날은 마침 그동안 만든 노래를 발표해보는 날이었는데 서울예술대학 실용음악과 학생들이 함께 연주를 도와 마치 작은 음악회에 온 느낌이 들었다.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편곡을 담당한 구본기 작곡가는 “아이들은 어딘가에 보물을 숨기고 있는 것 같다”며 “특히 피아노를 배운 적이 없는 음악에 대해 백지 상태인 학생들이 만든 노래는 특히 참신해 모든 아이들은 이미 예술가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구 씨는 학생들이 생각나는 대로 흥얼대거나 건반을 누르면 그 것을 정리하고 곡 만들도록 것을 도와주었는데, 새로운 표현들이 많이 나와서 즐겁고 놀라움이 많은 시간이었다고 덧붙였다. 일상에서 느낀 솔직한 경험을 느낌을 담아 글로 쓰고 또 그림으로 표현하는 과정이 전시되어 있어 노래를 통한 창작활동을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도자기를 살리는 어린 학예사
겨울방학은 옛날이야기에 빠져보기에 참 좋은 시간이다. 안산의 위대한 인물 성호 이익의 삶과 업적을 알아보고 안산 시민으로서의 자긍심을 갖게 하는 안산의 성호기념관. 이곳에서 진행된 겨울방학 박물관학교 ‘성호선생님의 보물이야기’에는 파손된 토기들을 직접 복원해 보는 프로그램이 있었다.
조각난 도자기를 맞추고 채색하는 ‘나의 보물을 찾아서!’는 꼼꼼함과 예술적인 감각을 요구하는 작업이었는데 참가 학생들에게 인기도 높을 뿐만 아니라 유물복원 전문가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 알아보는 시간이었다.
이 프로그램 기획하고 진행한 김예슬 강사는 “성호선생님에 대해 어린 초등학생들이 쉽게 접근하고 이해 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구성해 3·4 학년 학생들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며 ”프로그램이 끝나고 학생들이 안산시의 역사에 관심을 갖게 된 것에 보람을 느꼈다”고 말했다. 이 프로그램에 참가한 유현조(석호초·4) 학생은 “도자기를 직접 복원해보고 채색해보는 활동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며 “박물관 학예사에 대해서 알았고 나도 커서 그런 멋진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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