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취재_ 영등포 하자센터 ‘엄마밥상’]

쉴 틈 없는 엄마들을 위한 밥상, 함께 나누며 소통해요~

하산수 리포터 2016-12-30

아이들 키우랴 집안일 챙기랴 하루해가 짧은 주부들은 정작 자신의 일에는 소홀하다. ‘엄마도 돌봄을 받아야 한다’라는 취지에서 시작된 영등포 하자센터 ‘엄마밥상’은 매주 한 번씩 모여 같이 식사를 나누며 육아의 어려움과 자신의 고민을 나누는 소통의 장이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밥을 하고 반찬을 만들어 나눠먹는 ‘엄마밥상’에 찾아온 주부들을 만났다.



매주 화요일 오후 12시, 하자센터 허브카페에 모여 점심 나눠
서울시 청소년직업체험시설인 영등포 하자센터 신관 허브카페에는 매주 화요일 오후 12시마다 정성이 듬뿍 담긴 식탁이 차려진다. 하나둘 모여든 사람들이 어느덧 테이블을 모두 채운다.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잡곡밥과 잡채, 김치, 나물, 호박죽 등 만든 이의 정성이 느껴지는 반찬들을 그릇에 조금씩 담아와 먹는다. 한쪽 옆에는 아침에 직접 만든 티라미수와 상큼한 귤 등 후식까지 준비돼 있다.
하자센터에 상주하는 이현숙씨는 허브카페의 ‘마담’이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6월부터 진행된 ‘엄마밥상’은 아이들을 돌보느라 정작 자신의 식사는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엄마들이 돌봄의 대상이라는 취지에서 시작됐어요. 어느 누구라도 매주 화요일 오후 12시에 이곳에 오면 모인 엄마들과 밥을 먹으며 대화를 나눌 수 있어요.”
처음 만나는 사이라도 식사를 함께 하며 아이 키우는 이야기로 웃고 떠들다보면 어느새 친해진다. 리포터가 찾아간 날에는 송년모임을 겸해 평소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1시간가량 식사를 마친 후 그릇을 치우고 나면 차(茶) 테라피 전문 강사가 진행하는 강좌도 마련돼 있다. 허브카페 옆 마을회관은 크고 작은 모임을 갖기 좋은 공간이다. 공간 대관료는 돈이 아닌 쌀이나 식자재로 받아 여러 명이 모일 때 밥을 해 나눠 먹는다.



소통과 힐링의 장에서 육아 고민 나누기도
 세 번째로 ‘엄마밥상’을 찾았다는 윤연희씨는 다섯 살 아들을 어린이집에 보내는 당산동에 사는 주부이다. “‘엄마밥상’의 취지가 맘에 들어 찾게 됐어요. 육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아이만 키우다보니 혼자 갇힌 기분이 들었는데 이곳에 오면 대화할 수 있어 자꾸 오게 되네요.” 7개월 된 아들을 집에서 돌본다는 장유영씨는 “사범대학을 나와서 예전부터 하자센터를 알고 있었다”며 “당산동이 집이라 근처를 산책하다가 하자센터가 우리 동네에 있다는 걸 알고 ‘엄마밥상’에도 참여하게 됐다”고 말한다.
이제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엄마는 “아이도 데리고 올 수 있다는 말에 오게 됐다”라며 “노키즈 존이 많아 아이 데리고 갈만한 곳이 별로 없는데 이곳은 아이와 함께 올 수 있어 그것만으로도 반갑다”고 말한다. 마주 앉아 밥을 먹던 다른 주부도 “주부들은 아이를 돌보느라 자기 밥 차려먹기 귀찮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이곳에 오면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다”라고 좋아한다. 49개월 아이를 집에서 돌보는 이서언 주부는 “아이와 함께 와서 점심을 먹고 유익한 강의도 함께 들을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평가한다. 이서언씨의 친구라는 이승연씨도 4살 아이엄마이다.
“‘엄마밥상’은 삶의 오아시스 같은 곳이에요. 이곳에 올 때마다 기쁨을 느껴요.” 한살림 조합원이라는 한 주부는 영등포 주민이다. “달시장에 갔다가 하자센터를 알게 됐어요. 우리 아이도 하자센터의 ‘어린이작당모임’에 참여하고 있고요. ‘엄마밥상’으로 좋은 만남 가졌으면 좋겠어요.” 



식사 후 진행된 차 테라피 강좌, 주부들의 심신 안정에 도움
오후 1시부터 진행된 차 테라피는 직접 구워 만든 쿠키와 정갈한 찻잔들이 깔끔하게 세팅된 테이블에서 진행됐다. 17년간 차를 공부하고 강의를 해왔다는 정순이 강사는 딸 둘에 아들 하나를 다 키운 엄마다. “세 아이가 어릴 때는 여러 가지 때문에 치밀어 오르는 화를 주체할 수 없었어요. 차를 배우고 즐기게 되면서 나를 단속하는 방법으로 차의 효능을 알게 됐죠.”
여운이 길게 남는 종소리와 함께 참석자들의 명상이 시작됐다. 눈을 감고 짧은 명상으로 호흡을 가다듬고 ‘다즐링’ 차를 우려내 나눠 마셨다. 연하면서도 은은한 차 향기에 마음이 가라않으며 저절로 차분해진다. “주위가 산만한 아이들에게도 연하게 우려낸 차는 심신의 안정감을 줘요.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무조건 화만 내기보다는 조용히 차를 나눠 마시며 대화를 하면 훨씬 효과가 좋아요.”
영국에서 만들어진 ‘트와이닝’ 차와 세계 3대 홍차 중 하나라는 ‘기문홍차’를 차례로 마시면서 고유의 향과 맛을 음미한다. “우울증이나 자녀 문제로 고민인 주부들은 오로지 자신만을 위한 힐링의 시간이 필요해요. 내가 행복해야 아이들에게도 행복을 나눠줄 수 있거든요. 차를 마시면서 심신에 안정을 주고 생각할 여유를 가지면 여러모로 도움이 되죠.”
 자녀 셋을 키우고 있다는 참석자 오수명씨는 ‘엄마밥상’ 고정 멤버다. “아이들 키우느라 심신이 피곤할 때 이곳에 오면 힐링이 돼요. 얼마 전엔 동화작가가 들려주는 그림책 강좌가 진행됐는데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엄마밥상’이 더 많이 알려져 육아와 집안일에 지친 엄마들에게 든든한 언덕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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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수 리포터 ssha7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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