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도 수능부터 영어영역이 절대평가 반영방식으로 전환된다. 상위 4%에게 1등급, 다음 7%에게 2등급을 부여하는 기존 9등급제 방식에서 원점수 기준 90점 이상에게는 1등급, 80점 이상에게는 2등급을 부여하는 식으로 바뀌게 되는 것이다.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절대평가 실시에 대해 ‘수능영어가 쉬워졌다’고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영어교사들은 ‘심리적 부담감은 줄었지만 수능대비와 공부 방향에는 큰 변화가 없다’고 입을 모은다. 또한 모의고사에서의 성적이 수능에까지 이어지는 것도 아니어서 꾸준하고 심도 있는 대비학습만이 1~2등급을 받을 수 있는 길임을 강조한다.
1~2점 차이로 등급이 달라져 희망하는 대학에 지원조차 하지 못할 수 있는 영어절대평가. 송파·강동 지역 교사들에게 영어절대평가에 대한 학습전략과 학습방향을 들어봤다.
도움말 : 보인고 오양욱 교사, 상일여고 인선미 교사/ 한영고 여인숙, 조현아 교사
3월 학력평가 결과 80점 이상 전국 20% 넘어
지난 3월 학력평가 결과 전국에서 9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이 1학년은 12.06%, 2학년은 12.89%로 나타났다. 절대평가 2등급에 해당하는 80점 이상을 받은 학생은 1학년과 2학년 각각 9.60%와 10.19%였다. 기존 9등급 방식과 비교했을 때보다 늘어난 수치다.
송파강동지역 학교의 경우 그 비율은 더 늘어난다. 한영고의 경우 1학년 1등급 비율이 25.23%, 2등급은 12.79%에 달했으며 전체 학생의 50%가 3등급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평균보다 17% 많은 수치다.
한영고 여인숙 영어교사는 “1, 2등급 비율이 높아져 학생들이 ‘영어는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학력평가와 난이도가 다른 수능에서 같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착각”이라며 “학년평가로는 2, 3등급을 쉽게 받았지만 수능에서는 그 등급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명심하고 공부에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상일여고 인선미 영어교사 역시 “수능이 조금만 어려워져도 학생들의 당황해 성적이 뚝 떨어지는 것이 일반고 상위권 학생들의 특징인 만큼 어떤 문제가 출제되어도 당황하지 않고 문제를 풀 수 있는 능력을 향상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당락에 큰 영향 미치지 않는 등급, 2등급
그렇다면 절대평가 방식에서 주요대학의 영어 점수 반영 방향은 어떨까. 서울대와 고려대는 전체 총점에서 감점하는 방식을 활용하고 그 외 주요대학들은 합산하는 방식을 활용한다.
주요대학들의 수시 수능 최저학력이 3등급 아래로 설정되지 않고, 정시에서도 수능 3등급 이하가 합격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결국 2등급 이내에서 가감점이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보인고 오양욱 영어교사는 “경쟁률이 높은 인기 학과의 경우 소수점 이하까지 당락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대체적인 시뮬레이션 결과, 2등급 이내에 들어오면 영어가 크게 당락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자신에 맞는 학습전략 세워야
올해 수능 영어 원점수 80점은 표준점수 118점으로 3등급, 전국 상위 20.48%(11만2224명)로 분석된다. 만점자 표준점수 139점과 80점 득점자의 표준점수 118점 차는 21점으로 정시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하지만 절대평가가 시행되는 내년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 위 표에서 보듯 만점자나 80점 득점자나 대학별로 반영하는 미미한 가감점의 영향을 받을 뿐이다.
오 교사는 “영어에 투자한 노력과 시간 때문에 타 영역의 성적에 영향을 미친다면 잘못된 학습전략이다”며 “영어 원점수 90점과 80점을 기준으로 얼마나 안정된 영어 성적을 유지할 수 있는지 자신의 능력을 객관적으로 검토하고 학습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90점 이상이 유지되는 학생의 경우, 만점을 받기 위해 노력하는 시간을 타 영역의 학습에 투자하는 것이 더 현명하다. 하지만 다른 과목에 집중해 등급에 변화가 생길 정도라면 대입 자체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이과생의 경우 3학년 1년 동안 수학이나 과학탐구영역에 집중, 영어를 등한시해서 수능에서 성적이 뚝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이제까지는 다른 과목 성적으로 보충할 수 있었지만, 2018학년도 대입에서라면 원하는 대학에 가지 못할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때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할 것이 수능의 난이도이다. 올해 영어수능에서 EBS 연계율은 70%가 유지되었지만 체감 연계율을 70%로 느낀 수험생들은 많지 않다. 연계 지문 대부분이 기존 지문을 그대로 가져다 쓰는 방식에서 전혀 새로운 지문으로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지문변형 문제가 많이 출제되었기 때문이다. EBS 반복 학습을 통해 지문의 친숙도를 높이면 수능에서 고득점을 할 수 있는 기존 수능 방식으로 수능에 대비한 많은 학생들이 실패한 이유다.
문제풀이능력 아닌 독해능력 키워야
그렇다면 난이도와 상관없이 1,2등급을 유지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오 교사는 “변별력이 높았던 것으로 분석된 문항에서 요구하는 능력은 난이도 높은 지문에 대한 문해력과 함께 깊은 사고력을 필요로 했다”며 “EBS 연계교재의 난이도보다 다소 높은 난이도의 긴 지문을 읽고 필자의 생각이 어떤 논리구조로 제시되고 있는지를 파악하는 연습이 반복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올 해 수능과 비슷한 난이도의 수능에서 90점 이상의 고득점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상위권 학생들의 경우 3점짜리 문제에 집중, 틀리기 쉬운 유형과 약점 유형을 집중적으로 공략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 될 수 있다.
한영고 조현아 교사는 “EBS 교재 중심은 변함이 없지만 수능 유형 중 빈칸추론과 같은 난이도 있는 문제(3점)에 완벽하게 대비해야 한다”며 “빈칸추론은 영어실력 뿐 아니라 논리적으로 글을 분석해야 답을 맞힐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 단순한 해석과 문제풀이에 그치지 않고 글을 파악하고 핵심단어를 찾아 분석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 교사 역시 “수능영어는 결국 독해력을 측정하는 것으로 지문을 제대로 해석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며 “지문에서 말하고자 하는 요지가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핵심단어를 중심으로 요약하는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지문을 읽은 후 바로 문제를 보며 다섯 가지 선택지에서 정답을 찾아내는 연습보다 객관식 문항을 선택지가 없는 주관식 문항이라 생각하고 정답을 추론한 후 내 생각과 비슷한 선택지가 있는지 찾아보는 방식으로 영어 학습 방식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
1등급이 목표가 아닌 학생들이라면 EBS 연계교재의 반복학습과 EBS 연계교재 난이도 수준의 지문으로 공부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올 해 수능의 1등급 컷은 원점수 94점이지만 2등급 컷은 87점으로 1등급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상위권 학생들을 변별해 내는 일부 문항을 제외한 나머지 문항의 난이도가 그다지 높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EBS 연계교재의 난이도나 수준도 상당하기 때문에 연계교재에 실린 지문을 충분히 이해하고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만 갖추어도 원점수 80점 이상을 획득하는 것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오 교사는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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