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편리함이 우선인 오늘을 살지만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고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잘 어울리는 방법은 없을까. 생활 속에서 환경을 위해 할 수 있는 작은 것부터 실천하는 이들이 있다. 이웃을 생각하고 자연을 배려하는 아름다운 사람들을 ‘징검다리 에코맘’에서 만나보았다.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친환경 제품, 만족감 높아
‘징검다리 에코맘데이’가 있는 날, 마곡중학교 과학실에서 환경을 위한 착한 실험이 시작됐다. 교복 입은 학생은 보이지 않고 진지한 표정의 어머니들이 모여 강의에 귀를 기울인다. 이들은 친환경 제품을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등 일상에서 환경을 배려하는 삶을 실천하기 위해 모인 지역주민들이다.
이날 만드는 제품은 편백 샴푸와 수분크림, 거품클렌징오일. 모임에 참석한 황계순(55세)씨는 “화학제품에 대한 방송을 접하고 난 뒤부터 천연샴푸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며 “만드는 과정이 생각보다 까다롭지 않고 좋은 재료를 눈앞에서 보니 앞으로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 기쁘다”고 말했다. 배수빈(48세)씨는 “재능기부로 가르쳐준 강사들에게 고마울 따름”이라며 “내가 직접 만들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감이 크다. 화학제품에 비해 사용기간이 길지 않아 신경 써야 할 부분이 있지만 사람과 자연에 이로운 제품 사용이나 재활용 등 배우고 가는 것이 많다”고 전했다.
향수, 화장품, 비누, 샴푸, 모기 퇴치제, 막걸리 식초, 방향제 등 2년이 넘는 활동기간 동안 ‘징검다리 에코맘’에서 만든 제품들은 무척 다양하다. ‘징검다리 에코맘’의 공동대표 오현아(42세)씨는 “알음알음 입소문을 듣고 강서지역뿐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도 빠짐없이 참석하는 분들이 많다”며 “누구나 환경을 생각하면서 좋은 제품을 쓰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꾸준히 실천하기는 힘들다. ‘징검다리 에코맘데이’에서는 공동구매를 통해 필요한 재료를 구입하고 직접 만들기 때문에 경제적이다. 단순 체험이 아니라 두 달에 한 번 지속적으로 열리는 모임에서 꼭 필요한 제품을 만들어 간다”고 전했다.
마을학교 강좌에서 시작된 작은 모임, 갈수록 단단해져
‘징검다리 에코맘’은 마을주민과 지역학교 교사들이 만든 마을공동체 ‘징검다리 마을학교’에서 파생됐다. 마을학교의 다양한 주제 강좌 중 하나인 ‘에코맘 되기’를 통해 친환경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혼자가 아니라 여럿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낀 주민들이 생각을 모으고 마음을 합쳤다.
2014년 9월부터 ‘징검다리 에코맘’이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모임은 갈수록 단단해져 갔다. 두 달에 한 번 열리는 ‘징검다리 에코맘데이’에서는 지역민들에게 친환경 제품을 만들어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고 생활 속에서 이어가도록 독려하고 있다. 올해는 마을공동체로 선정돼 활동범위를 넓혔다. 에코맘들은 자격증에도 도전했다.
조성희(41세) 공동대표는 “원래 징검다리 마을학교 선생님의 제안을 받아들여 4명의 엄마들이 시작한 작은 모임이었다”며 “순수한 재능기부로 활동을 진행하면서 조금씩 지쳐갈 무렵 마을공동체로 선정돼 힘을 낼 수 있었다. 저를 비롯한 우리 회원들이 강사자격증을 따고 당당하게 사람들 앞에 서는 모습이 무척 자랑스럽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건강한 마을 만들기, 이웃 위한 다양한 활동 모색
‘징검다리 에코맘’은 이웃들이 지속가능한 친환경적인 삶을 살아가도록 돕는 것이 목적이다. 그들이 가진 재능을 발휘해 환경을 지키면서 몸에 좋고 경제적인 제품을 만들어 쓸 수 있게 하며 나아가 마을과 마을, 이웃과 이웃 간의 거리를 좁히는데 힘쓰고 있다. 말 그대로 ‘징검다리’가 된 것.
지난달에는 경서중학교 체육관에서 열린 강서 미니 마을축제에 참석해 ‘에코산타꾸러미’ 행사를 진행했다. ‘에코산타꾸러미’는 ‘징검다리 에코맘’의 기금에다 참여자의 신청비를 더해 거품 클렌징, 천연비누 등 친환경 제품 꾸러미 두 개를 만들면, 하나는 참여자가 가져가고 다른 하나는 참여자의 이름으로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게 선물하는 것이다.
오현아 공동대표는 “징검다리 에코맘의 올해 가장 큰 화두는 사회로의 환원”이라고 말한다. “두 달에 한 번 진행되는 ‘에코맘데이’는 마곡중학교에서 무료로 장소를 대여해줘 공간 사용 비용이 따로 들지 않지요. 우리가 받은 만큼 돌려주자는 계획아래 앞으로도 더 많은 이웃들과 함께 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오현아씨(42세)
친환경 제품을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지속하기는 힘들어요. ‘에코맘데이’에 참석하면 지속적으로 친환경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답니다. 우리가 가진 재능을 의미 있게 사용하고 이웃을 위해 작은 힘을 보탤 수 있어 보람이 됩니다.
조성희씨(41세)
아이들이 제가 직접 만든 화장품을 사용하고부터 여드름이 없어졌답니다. 그 일을 계기로 더 열심히 에코맘 활동을 하게 됐고 자격증까지 딸 수 있었습니다. 혼자 연습하면서 용량을 잘못 체크하는 등 실패과정을 겪으며 따낸 자격증이라 자랑스러워요.
윤지희씨(34세)
천연제품과 관련된 교육 강사로 일하면서 ‘징검다리 에코맘’과 인연을 맺게 됐습니다. 천연제품을 생소하게 여기고 사용하지 않는 분들을 보면 안타까워요. ‘에코맘데이’를 통해 많은 분들이 천연제품의 이점을 알고 격려해주셔서 기쁩니다.
임효순씨(43세)
피부와 눈, 혀, 코까지 예민해서 아무 향수나 화장품을 쓸 수 없었어요. ‘징검다리 에코맘’에서 활동하며 저에게 맞는 제품을 직접 만들어 쓰다 보니 좋은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답니다. 자극이 없고 순해 다른 화장품은 쓰질 못해요.
정선숙 리포터 choung200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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