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에서 문화의 꽃을 피워가는 예술단체들을 소개한다.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에는 안산시민들의 생각과 느낌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우리의 이야기를 예술로 승화시켜 무대에 올리는 예술가들. 안산에는 우리의 이웃으로 남아 무대를 채워주는 전문예술단체들이 적지 않다. 안산에 터를 잡고 활동을 이어가는 이들의 고뇌와 땀방울 덕분에 무대와 광장에는 항상 볼거리가 넘쳐나고 무료했던 일상의 순간들은 감동과 즐거움으로 채워진다.
서울예술대 연극영화과 졸업생들이 만든 ‘동네풍경’은 안산에 기반을 둔 극단이다. 단지 연습실을 안산에 두고 활동은 대학로에서 하는 극단이 아니다. 연극이 있는 ‘동네 풍경’, ‘동네 풍경’이 담긴 연극을 꿈꾸는 극단이다.
‘평생 단 한 번도 연극을 본 적 없다’던 이웃
극단 동네풍경은 김규남 대표가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지난 2013년 창단했다. 극단을 제안했던 김 대표는 창단 배경을 설명하면서 몇 년 전 기억을 떠올렸다.
“2012년 봄 공연 홍보 포스터를 붙이려 학교(서울예술대) 앞 자주 가던 식당에 갔어요. 포스터를 붙이고 이모님께 ‘공연보러 오세요’ 했는데 그 분이 ‘난 아직 한 번도 연극을 본 적이 없다’는 거에요. 그 식당에서 학교 공연장까지 불과 500m 도 안 떨어져 있는데 학교 앞에서 8년 동안 장사하면서 단 한 번도 공연을 못 봤다는 말에 충격을 받았죠. 왜 그랬을까? 이 분들게 연극을 보여드리고 싶어 친구들을 설득했죠.”
시작은 그해 8월 예대 앞 광덕공원 공연부터 시작됐다. 한 가족이 구청 노래자랑 상품 ‘에어컨’을 받기 위해 노래자랑대회에 출전하는 이야기를 다룬 연극 ‘따봉 패밀리 노래하다’. 대본을 쓰고 무대를 만들고 동네 경로당을 찾아다니며 홍보도 했다.
“저는 한 100여분 정도는 오실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관람객은 고작 30명 정도였어요. 15명 정도가 공연을 보러 오셨고 나머지는 공원에 운동하러 오신 분들이 보셨죠. 처음엔 실망했는데 공연 끝나고 어느 날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는 데 세탁소 할머니가 ‘광덕공원에서 그런 걸 하는 건 처음 봤다’며 ‘연극 잘 봤다’고 말씀하시는데 두 번째 충격이었죠”
그 후 지역에서 활동하는 극단이 하나 쯤 있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에 친구들과 극단을 설립했다.
동네 놀이터, 주민들과 호흡한 첫 무대
2013년 김 대표가 3명의 친구들과 함께 시작한 극단 ‘동네풍경’ 첫 공연 무대는 사동 놀이터 축제. 동네놀이터에서 ‘따봉 패밀리 노래하다’를 무대에 다시 올렸다. 지역극단으로 발판을 다지기 위해 창단공연은 2014년 4월 별무리 극장에서 올렸다. 선부동 땟골마을 고려인들의 이야기를 다룬 ‘로맨틱 니꼴라이’. 그러나 공연을 올리기 하루 전날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고 세월호 참사는 동네풍경의 활동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당시 제가 고등학생 극단 ‘고등어’를 지도하고 있었기 때문에 공연을 보러 온 친구들이 대부분 고등학생이었죠. 그 아이들이 친구 장례식장에 갔다가 상복을 입은 채로 관람을 했어요. 세월호 참사의 충격도 컸지만 그 때 공연을 지켜보던 그 친구들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어요.”
그 후 동네풍경은 세월호 가족들과 함께 했다.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연극 ‘선물’을 만들어 2014년 크리스마스 분향소 앞에서 공연하고 2015년에는 별망산 전설을 세월호 가족 이야기로 만든 ‘별망엄마’를 만들어 대학로와 안산에서 공연했다.
3년 남짓 기간동안 ‘동네풍경’은 바쁜 시간을 보냈다. 단원들은 안산지역 학교와 주민센터에서 연극을 가르치는 판편 안산 이야기를 발굴해 연극으로 만들었다. 시화방조제 때문에 삶의 터전을 잃은 형도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갯벌엄마 담담이’, 선감학원의 아픈 역사를 담은 ‘선감학원’ 등. 이 과정을 통해 단원들은 안산에 대한 애정이 더욱 커졌다.
“처음엔 좋은 극단이 돼서 서울에서 인기 있고 단원들도 유명한 연극인이 되는 것이 목표였는데 지금은 달라졌어요. 유명한 극단이 아니라 이제는 안산주민들이 ‘동네풍경’하면 아 우리동네 극단이지 하고 알아주었으면 좋겠어요. 안산시민들에게 인정받은 극단이 되고 싶다”는 김규남 대표.
극단 동네풍경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이름하여 ‘빈공간 프로젝트’다. 누구나 공연을 올릴 수 있는 작은 무대를 만드는 것. “학교나 주민센터에서 연극을 가르치고 있는데 이들이 언제든지 공연을 올릴 수 있는 작은 무대를 만들고 싶어요.” 누구나 무대에서 삶을 이야기하고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 일상 속에 연극이 있는 ‘동네풍경’의 꿈을 현실로 만들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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