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정천에 흐르는 이야기 ‘화정천 옛이야기’ 발간

“화랑저수지엔 바닷물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혜경 리포터 2016-12-08

봄이면 꽃 터널을 만들고 가을이면 빨간 단풍이 물길을 따라 흘러 내려가는 화정천. 안산의 역사와 함께 오늘도 흐르는 화정천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가 한 권의 책으로 엮어 나온다. 12월 ‘쉼과 힘’에서는 고잔2동, 와동, 화정동 마을에서 만난 어르신들의 기억을 모아 ‘화정천 옛이야기’라는 마을 이야기책을 발간할 예정이다.
마을 이야기 책 발간 작업은 세월호 희생자가 가장 많이 발생해 ‘세월호 마을’로 알려져 있는 이 곳에서 슬픔을 극복하는 지혜를 옛이야기에서 찾으려는 시도다.
마을 이야기책 기획자인 쉼과 힘 임영희 사무국장은 “세월호 희생자가 많아 슬프고 우울할 거라는 편견이 있지만 우리 마을은 아름다운 화정천을 따라 풍요롭고 아름다운 고향이었어요. 떠난 아이들에게도 ‘우리들의 고향은 참 아름다운 마을이었어’라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남아있는 사람들도 화정천 이야기를 읽으며 마을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상처받은 이웃을 위로해 줄 힘이 생길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경로당 어르신들이 들려준 옛 이야기
화정천 옛이야기는 이 마을에서 태어나 70~80 여년을 살아온 사람들의 기억을 기록한 작업이다. 임 사무국장은 마을이야기 기록 작업을 시작하면서 고잔 2동과 와동 화정동 경로당을 찾아다녔다. 화정천 옛 이야기 구술 작업에는 20여명의 어르신들이 참여했다.
그는 “다행히 이 동네에는 토박이 분들이 많이 살고 계셨어요. 안산은 몇 차례 개발을 거치면서 모습이 많이 변했지만 화정천 물길만큼은 큰 변화가 없었어요. 이곳에서 태어난 분들에게 화정천은 풍요롭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죠”라고 말한다.
경로당에서 만난 어르신들이 전해 준 이야기는 아득한 추억이 되어 책 속에 담겼다. 절골마을 박씨가문 며느리가 가르치던 ‘웨슬리 구락부’에서 공부하던 이야기며 학교에 가지 못한 아이들이 바다에서 게잡고 놀던 이야기, 겨울이면 꽁꽁 얼어 동네 아이들 좋은 놀이터가 되곤 했던 화랑저수지 이야기가 무심히 지나친 풍경이 누군가의 추억이 담긴 그림이 되어 따스하게 다가온다.  바닷물과 만나는 화정천 하구에서  30년, 40년, 50년을 살았던 어른들의 기억속에 화정천은 풍요롭고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죠”



기억을 그린 삽화 쉼과 힘에서 전시
화정천 이야기에는 어르신들의 기억뿐만 아니라 그 기억을 고스란히 화폭으로 옮긴 그림도 실렸다. 김용호 화백의 작품이다. 안산 사리포구에서 시화호가 막힐 때까지 어부생활을 했던 김용호 화백은 흐릿해져가는 안산의 옛 모습을 남기는 이 작업에 재능기부로 참가했다.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듣고 남아있는 사진기록을 참고해 책에 들어갈 삽화 20여점을 그렸다.
나문재가 빨갛게 뒤덮은 갯벌과 지금 원고잔공원에 있었다는 과수원 ‘문화농원의 풍경화는 보고 있으면 슬그머니 미소가 떠오르는 따뜻한 작품이다. 현재 김 화백의 작품은 쉼과 힘 4층 소생의 정원에서 전시중이다.
김 화백은 “그림이 책 밖으로 외출한 거죠. 삽화를 의뢰받고 흔쾌히 승낙한 건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남겨 놓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삽화로 그린 그림이 책 밖으로 나와 관객들을 만나는 전시기회까지 가지게 됐다”며 흐뭇해 했다. 전시회는 오는 10일까지 진행된다.



9일 토크콘서트와 출판기념회 열 예정
화정천 옛이야기 책 발간은 주민들이 모여 소소한 축하잔치를 마련할 예정이다. 9일 출판기념회를 겸한 토크콘서트가 쉼과 힘 4층 카페에서 진행된다. 동네 역사를 이야기한 어르신들이 참석해 화정천에 얽힌 구수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이야기 책 발간에 함께 한 동네 어르신들을 모시고 오는 9일 토크콘서트 겸 출판기념회가 열린다.
임남희 국장은 “화정마을에서 시작해 와동 고잔동을 이어 흐르는 화정천 이야기를 나누며 공감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관심을 당부했다. 쉼과 힘은 이날 토크콘서트 후 소생의 정원 개장식과 소생의 정원 한 가운데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고 점등식도 거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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