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입에서 학생부종합전형의 비중이 커지면서 보다 차별화된 학교생활기록부 관리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다양한 항목이 있지만 그 중 ‘독서활동상황’은 진로선택 과정에서도 매우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동기부여와 전문적 정보 습득의 과정으로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단순히 ‘책을 읽는다’는 의미를 넘어 자신의 관심사, 독서계획과 실천, 진로탐색과정의 심화 독서 등을 심도 있게 작성해야 하는 것이다.
차별화된 프로그램으로 활발한 독서활동을 진행하고 있는 배재고와 한영고를 찾았다.
배재고 ‘독서토론 1년 프로그램’과 한영고 ‘지혜의 계단’ ‘이래그래 독서활동’프로그램. 학생들의 자율적 참여로 심도 있는 독서활동을 펼치고 있다.
수업에서 못 채운 지적호기심을 채운다
배재고 독서토론 1년 프로그램
배재고(교장 이재하) 독서프로그램은 크게 ‘독서토론 1년 프로그램’과 ‘협성토론대회’ 두 가지로 운영된다. 독서토론 1년 프로그램은 1년 동안 진행할 독서토론 목록을 미리 공지, 희망학생들이 자유롭게 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 협성토론대회는 정해진 주제를 세다방식 토론으로 진행, 3인1조 팀별 토론을 이어가는 대회로 올해만 180여명이 참여할 만큼 열기가 뜨거운 교내 대회 중 하나다.
이 중 올해로 2년 차를 맞는 독서토론 1년 프로그램은 배재고만의 차별화된 독서토론프로그램으로 1년 동안 40회가 넘는 독서토론이 진행됐다.
1학년을 대상으로 주1회 토론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토론수업 담당 황성규(국어) 교사는 “고등학교 진학 후 학생들이 책을 많이 읽지 않고 생활기록부 기입을 위한 독서 후 활동 역시 단순히 느낀 점 정도만을 생각하는 데에 그치고 있다”며 “독서토론 1년 프로그램을 통해 다른 학생들과 의견을 나눌 수도 있고, 또 담당교사들이 함께 독서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통해 학생들이 책에서 미처 느끼지 못한 부분을 공유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또 “독서활동을 차별화하기 위해 ‘진짜 읽고 토론’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읽은 책의 단순한 나열이 아닌, 책을 읽은 후 활동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덧붙였다.
3월, 연간 진행될 독서목록과 담당교사가 발표된다.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책 목록이 정해지고 학생들은 자신이 원하는 도서토론에 신청을 하게 된다. 1년에 2~3회 참여하는 학생들도 있고, 한번 참여한 학생들이 다시 토론을 신청하거나 참여 학생 수가 점점 늘어나는 등 학생들의 실질적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왼쪽부터 박경만(2학년), 박문수 교사, 황성규 교사, 박예찬(1학년)
많은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토론에 참여하고 있으며 올해는 특히 곽명근 재단이사장이 주재한 독서토론도 5회나 진행됐다. ‘경제학 콘서트’ ‘로봇 시대, 인간의 일’ ‘힘든 날들은 벽이 아니라 문이다’ ‘어린 왕자’ ‘자유론’ 등으로 토론을 진행했는데, 한 토론에 40여명의 학생들이 신청할 만큼 인기가 높았다.
토론 1회에 평균 8~10명의 학생들이 신청을 하며, 많은 학생들이 신청하는 토론은 2~3회 나눠서 토론을 진행하기도 한다.
또한, 학생들이 직접 토론할 책을 정해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일면 자생토론모임으로 올해만 5회가 구성되어 진행됐다.
독서토론 1년 프로그램의 성공적인 진행에는 토론 전 제출하는 ‘독서토론 준비서’의 몫이 크다.
박문수 창의인재부장교사는 “독서토론 준비서에는 시대적 배경이나 작가, 책의 주요내용은 물론 다양한 독후활동을 스스로 계획하고 진행하게 된다”며 “스스로 토론할 주제를 정하거나 질문을 만들어 그 답까지 빠짐없이 작성해야 하는데 그 분량만 A4지 4~5장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이를 토대로 토론을 진행하며, 미리 작성된 질문에 답하고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각자의 다른 의견을 나누게 된다.
박경만(2학년)군은 “‘눈먼 시계공’과 ‘로봇 시대, 인간의 일’ 토론에 참여했는데 책을 읽고 느낀 점들을 서로 자유롭게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며 “책을 읽으며 막연히 생각했던 부분들이 말로 표현하고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통해 ‘생각이 완성된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박예찬(1학년)군은 “독서토론 준비서를 작성하는 것이 큰 도움이 됐다”며 “준비서를 작성하며 단순히 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 발짝 더 나아가 주어진 질문에 답을 달고, 직접 질문을 던져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책 읽는 습관, 토론으로 이어지다
한영고 지혜의 계단 & 이래그래 독서활동
한영고(교장 정창헌)에는 독서를 위한 아주 특별한 공간이 있다. ‘학생들의 지적 향상’이란 뜻이 내포되어 있는 ‘지혜의 계단’이 바로 그곳.
유제숙 연구방과후학교 부장교사는 “이곳은 자신의 자투리시간을 이용해 짬짬이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조각난 시간을 모을 수 있고, 또 그것을 유용하게 쓸 수 있는 곳”이라고 설명한다.
지혜의 계단에서 책을 읽은 시간은 이곳 운영을 책임지는 멘토학생들의 관리 하에 꼼꼼히 기록부에 작성된다. 일명 ‘지혜콩바구니’에 시간이 적립되는 것.
김소라 국어교사는 “독서습관형성을 위해 독서권수가 아닌 시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지혜콩 수는 자연스럽게 수상에 이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서재성 국어교사는 “자유롭게 책을 읽고 읽은 시간을 관리, 스스로 학습하는 습관을 만드는 것이 목적”이라며 “아울러 책을 읽고 느낀 점을 말로 표현해보는 것까지 목표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작은 공간에서 소크라테스토론식으로 토론을 운영하려 했던 토론계획은 신청자 수가 폭주하며 자연스럽게 ‘이래그래독서활동’으로 넘어갔다.
‘내 생각은 이래. 너의 생각도 그러니?’라는 뜻이 내포된 ‘이래그래’독서활동. 프로그램명에서 느껴지듯 이래그래독서활동은 상호인정을 바탕으로 한 토론활동이다. 대회가 주는 경쟁적인 상황이나 부정적인 의미를 벗어나 서로의 생각을 확장하고 공유하자는 의미를 담았고 이는 학생들의 높은 참여도와 만족도를 가져왔다. 현재 4차례의 토론이 진행됐고, 겨울방학에 1회가 더 진행될 계획이다.
토론 전·후 활동 역시 체계적이다. 토론 전 활동지에 책을 읽고 자신의 생각이나 중요한 구절을 작성해야 하며, 토론 주제에 대해서도 미리 생각한 후 토론에 참여해야 한다.
학생들 저마다의 배경지식을 토대로 다양한 토론에 참여할 수 있는 것도 이래그래독서활동의 특징. 인공지능 1차 토론은 철학적 접근으로, 2차 토론은 과학적 접근으로 진행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박지혜(1학년), 유제숙 교사, 김두현(1학년), 김소라 교사, 서재성 교사
김 교사는 “정해진 주제에 관한 책을 읽고 스스로 관점을 생각, 강의를 듣고 토론에 참여하고 토론 후 같은 주제에 대해 다른 책으로 또 다른 관점의 독서를 할 수 있는 하는 것까지가 시스템으로 체계화되어 있다”며 “모든 활동이 끝나면 생각정리하고 자기 내면화를 위해 보고서 작성, 사고가 멈추지 않고 꾸준히 흘러가게 도와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 교사는 “우리학교 모든 활동은 배우고, 생각하고, 표현하는 3단계로 설계되는데 지혜의 계단과 이래그래독서활동이 이 3단계를 아우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혜의 계단 멘토로 활동 중인 박지혜(1학년)양은 “책과 하는 시간을 정기적으로 가질 수 있는 것이 지혜의 계단 멘토의 장점”이라며 “다양한 책을 접하고 많은 책을 읽을 수 있어서 좋다”고 했다.
김두현(1학년)군은 “고등학교 올라온 후 책 읽을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멘토활동을 하며 책을 많이 읽을 수 있어서 좋다”며 “또 멘토가 추천하는 도서도 운영하고 있어 도서 초천을 위해 좀 더 심도 있게 독서에 집중하게 된다”고 말했다.
보다 차별화된 독서활동을 위해 서 교사는 다음과 같이 조언한다.
“책을 읽을 때 같은 주제를 가진 여러 권을 책을 읽으라고 학생들에게 말합니다. 주제가 같더라도 접근법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 책을 비교하며 자신만의 생각을 이끌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2~3권을 책을 묶어서 읽는 것이 좋습니다. 또 책을 읽고 난 후에는 그 책이 내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까지 구체적으로 생각해보고 표현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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