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도서관에 책을 읽으러 가는 걸까? 아니면 책을 빌리러 가는 걸까? 둘 다 가능하지만 도서관은 책을 빌리는 곳에 좀 더 가까운 것 같다. 대부분의 공간이 책을 정리해 둔 책장으로 가득 차 있는 반면 책 읽을 수 있는 공간은 넉넉지 않다. 도서관에서는 책장에 기대어 혹은 주저앉아 책을 읽는 모습이 당연하게 느껴지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11일 새로운 모습으로 다시 문을 연 군포시중앙도서관은 책 읽기 좋은 도서관을 표방하는 듯하다.
도서관 어디서나 책을 읽을 수 있어
이제는 군포시중앙도서관에 들어갈 때 도서관 회원증을 준비해야 한다. 1층 입구에 출입관리시스템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통합안내데스크가 자리를 잡고 대출 및 반납, 회원가입 서비스 등을 지원한다. 익숙지 않은 변화에 잠시 불편함이 느껴지지만 도서관 전체를 둘러보고 나면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된다. 이전에 존재하던 각층 자료실의 출입구와 도난방지시스템 그리고 도서 반납·대출 창구가 모두 사라지고 1층의 출입관리시스템과 통합안내데스크로 일원화되었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각 층은 어디가 복도이고 어디가 자료실인지 경계가 없어졌다. 대출이라는 절차가 없다면 도서관 안에서조차 책을 이동시킬 수 있는 영역이 제한적인 것이 현실인데, 이제는 도서관 밖으로 나오기 전까지 도서관 어느 곳에서나 책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북카페 느낌의 아늑한 공간으로 변신
도서관 전체가 책을 읽을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면서 시설 면에서도 변화가 생겼다. 어린이 가족실을 비롯해 각 층의 자료실이 확대 되었고 일부 시설은 위치가 변경 및 축소되거나 사라졌다. 우선 1층은 통합안내데스크와 어린이가족실, 2층은 총류, 종교, 과학, 기술역사, 원서 등 ‘일반자료실1’, 3층은 디지털자료, 철학, 문학을 다루는 ‘일반자료실2’, 4층은 참고자료, 신문, 간행물, 책사랑방, 식당, 문화강좌실이 위치한다. 그리고 각 층마다 이용객의 편의를 위한 셀프 대출 및 반납, 책소독 코너가 마련돼 있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북카페를 닮았다. 차이점은 음료수 반입이 안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책장이 성인 허리정도 높이의 낮은 책장들이다. 책이 놓여 있는 책장과 함께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책을 읽을 수 있는 다양한 형태와 디자인의 의자와 테이블이다. 책장 뒷면에 숨겨진 좌석이 있거나 책장과 조화를 이루는 테이블 배치가 상당히 많다. 특히 어린이가족실은 유아도서, 아동도서, 엄마랑아가랑, DVD좌석 등 다양한 공간으로 세분화 되면서 가장 많은 이용객이 몰리고 있고, 마치 집에서 책을 보는 듯 자연스럽고 편안한 풍경이 연출되기도 한다. 2, 3층은 각층 전체가 자료실로 변화하면서 책을 찾아 움직여야 하는 폭이 넓어졌지만 그 만큼 여유로운 분위기에서 책을 읽을 수 있다는 잠정이 생겼다. 또한 일부 책들은 서점처럼 주제에 맞춰 책을 전시회 이용의 편의성을 높였다. 도서관에서 만난 박수현 씨(45세, 산본동) “솔직히 기대를 안했었는데, 카페에 온 듯한 아늑한 느낌이라서 좋다”며 “원래 가끔 와서 책이나 잡지를 읽고 가는 편인데 도서관이 거기에 딱 맞게 변한 것 같다. 앞으로 좀 더 자주 이용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와 함께 온 손수민 씨(37세, 산본동)는 “입구에서 회원증 확인을 해서 부담스럽긴 한데 도서관이 전체적으로 환해지고 깔끔해진 것 같아서 좋다”며 “특히 어린이가족실이 넓어지고 좋아진 점이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열람실 전용공간은 사라져
공사 이전부터 제기돼왔던 열람실 문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다. 열람실이용자를 위한 전용공간과 사물함 등의 시설이 모두 사라져, 자료실에 배치된 개방형테이블에 앉아 공부하는 이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이미선 씨는 “아무래도 열람실이 따로 없다보니 불편한 것이 사실”이라며 “공간이 너무 오픈 돼 있어서 집중이 잘 되지 않는다. 아침부터 나와 자리를 잡긴 했는데 아직까지 적응이 잘 안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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