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휴가철입니다. 요즘은 해외여행도 많이 가고 사람 많이 모이는 것이 싫어 휴가철에는 오히려 여행을 피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휴가는 7월말 8월초에 갖는 분들이 많고 특히 학령기 자녀를 둔 가정은 학원 방학을 이 시기에 갖기 때문에 여름휴가 기간을 조절하기가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야말로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이 다가왔습니다. 어디를 가면 좋을까요? 아직 휴가 장소를 결정하지 못하고 갈까 말까 고민하는 독자들을 위해 안양 지역 리포터들이 가족끼리 즐기기 딱 좋은 국내 여행지를 추천합니다.
국내여름휴가지 추천 No1 문무대왕과 만파식적의 전설이 고스란히 담긴 ‘경주’
경주하면 흔히 수학여행을 떠올리곤 하죠. 철없던 그 시절에 떠났던 경주로의 수학여행은 한마디로 아쉬움 투성이었어요. 훗날 다시 가봐야겠다고 제 자신과 약속하며 사는 것에 바빠 잠시 잊고 있다가 20년 만에 저 혼자가 아닌 가족들과 함께 들렀죠. 단발머리 여학생 시절에 보았던 경주와 달리 세월이 흐르면서 많이 변했지만 천년의 역사만큼은 그대로 간직되어 있었어요. 볼 것, 먹을 것, 즐길 것이 가득한 신라 천년의 옛 도읍지 경주는 수많은 역사 유적지들로 인해 자신 있게 추천할 수 있는 가족여행지랍니다. 감은사지, 첨성대, 불국사, 안압지, 분황사, 석굴암, 대릉원 등 하루 종일 둘러봐도 다 볼 수 없는 많은 유적들이 있어요.
특히 경주 시내에서 36km 떨어진 양북면 봉길리 앞바다에는 신라 유일의 수중릉인 문무대왕릉이 있지요. 해안에서 약 200m 떨어진 바다 위로 작은 바위가 보이는데 이곳이 바로 대왕암인 문무왕의 무덤입니다. 죽어서도 동해를 지키는 용이 되겠다며 바다에 묻힌 문무대왕의 전설이 신비롭게 느껴지는 이곳을 잘 보려면 이견대에서 검푸른 물빛과 경치를 감상하면 되요. 이견대는 문무왕이 용으로 변한 모습을 보았다는 곳이며 문무왕의 아들 신문왕이 만파식적을 얻은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어요. 그리고 동해안을 끼고 33km에 이르는 해안선을 따라 이어진 감포 해안길은 드라이브 코스로도 좋아요.
역사 유적지를 둘러보며 눈과 마음이 즐거웠다면 입이 즐거워질 차례. 경주 월성군 감포읍에는 바닷가를 끼고 70년 대 후반부터 생기기 시작한 100여 곳의 횟집이 늘어서 있어요. 계절에 맞춰 다양한 어종의 활어회를 맛볼 수 있고 겨울에는 싱싱한 대게도 있어요. 그리고 조선말부터 300여 년 동안 12대째 부자 명성을 이어온 경주 최부잣집의 전통 가정식을 맛볼 수 있는 곳도 있어요. 바로 요석궁인데요. 고택과 아름드리 고목 등 자연경관과 전통미가 잘 어우러진 이곳은 경주에서 가장 유명한 한정식집 가운데 한 곳이랍니다. 이밖에도 70년의 전통을 자랑하는 황남빵과 40년의 역사를 이어오고 있는 교리김밥은 줄을 서야 맛볼 수 있는 먹거리예요.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떠나도 좋은 곳 경주는 한마디로 놓치기 아까운 여행지랍니다.
국내여름휴가지 추천 No2 한산섬 풍경 보며 벅찬 감동 ‘통영 & 비진도’
시댁이 지방이라 휴가 때는 주로 어머니를 뵈러 가게 되더라고요. 언젠가부터 아이들이 크면서 아빠의 고향이 아닌 다른 곳도 보여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시댁에서 보내는 일정을 줄이고 여행을 하기 시작했어요.
통영도 그렇게 들리기 시작한 여름휴가지 중 한 곳이에요. 동피랑벽화마을부터 시작해 이순신 공원, 비진도 등 의외로 볼 것이 많아서인지 국내 여름휴가지 중 좋았던 곳을 꼽으려고 하니 가장 먼저 떠오르네요. 다른 사람들은 당일로도 다녀오는 코스지만 저희 가족은 2박3일 일정으로 보냈는데 날마다 새롭고 즐거웠어요. 첫날에는 아직 해가지지 않은 저녁에 도착해 저녁을 먹고 동피랑벽화마을로 향했어요. 벽화마을은 요즘 웬만한 관광지마다 있기 때문에 특별할 게 없을 줄 알았는데 아이들 사진이 어찌나 예쁘게 나오는지 골목골목 사진 찍는 재미에 빠져 더운 줄도 모르고 산책을 했네요. 둘째 날은 배를 타고 비진도로 향했어요. 배 밖에 앉아 풍경을 감상하고 싶었는데 갑자기 후둑후둑 배 위로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어요. 배 안에서 창밖으로 비오는 풍경을 감상하며 30분쯤 갔던 것 같아요. 영화처럼 학교가 있는 섬의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어요. 비진도 해변은 아이들이 물놀이를 하기에도 좋지만 이국적인 풍경이 너무나 아름다워 통영 관광을 계획한다면 꼭 들려볼 것을 권해요. 참, 현금을 꼭 가져가야 해요. 섬이라 카드가 되는 곳이 없어요. 저희는 지갑을 리조트에 두고 가는 바람에 파라솔도 못 빌리고 땡볕에 고생 좀 했네요. 통영에서 또 꼭 해 보아야 할 것은 한려수도조망케이블카를 타 보는 것이에요. 케이블카에서 내려서 산을 조금 오르면 정말 아름다운 한려수도의 풍경을 감상할 수 있어요. 게다가 이곳은 이순신 장군이 한산대첩을 이끌었던 바로 그 한산섬 앞바다. 가족과 함께 자유롭게 이 풍경을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고 벅찬 감동이 느껴지더라고요.
다른 곳도 그렇지만 특히 통영 관광에서 맛집을 빼 놓으면 안되겠지요. 통영의 대표메뉴 충무김밥, 시장에서 사와서 리조트에서 먹었던 족발, 아침으로 먹었던 감칠맛 나는 굴국밥, 비진도에서 통영으로 돌아와 먹었던 시원한 해물탕 맛이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나네요.
국내여름휴가지 추천 No3 청량한 바람 맞으며 힐링 ‘문경새재’
무더운 여름, 에어컨바람, 시원한 바닷바람도 좋지만 청량한 산길을 걸으며 맞는 바람만큼 시원한 것은 없지 않을까? 문경새재는 영남지역에서 한양으로 가기위해서 꼭 통해야 하는 곳으로 1관문, 2관문, 3관문까지 산책하듯이 걸을 수 있어 좋다. 산들바람 맞으며 걷다보면 한편으로는 졸졸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가 귓가를 간지럽히고, 간혹 새소리도 들린다. 걷다 내키면 쉬엄쉬엄 앉아서 쉬어가면 된다. 인위적으로 꾸미지 않은 산길을 것는 것만으로도 세상시름을 잊을 듯하다. 문경새재 주변에는 볼거리도 많아 아이들도 좋아한다. 사극촬영장으로 유명한 야외세트장은 실제를 방불케 한다. 광화문을 크기만 조금 줄여 그대로 옮겨놓은 듯하고, 경복궁, 동궁, 서운관, 궐내각사, 양반집을 비롯해 초가집, 기와집 등 실제 과거 속에 와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여기저기 아이들은 사진 찍기에 여념이 없다. 문경새재 가는 길에 있는 ‘옛길 박물관’도 꼭 들러볼 만하다. 길을 주제로 한 국내 유일의 박물관으로 우리 선조들이 먼길을 떠나며 지녔던 물건들, 괴나리봇짐, 노잣돈, 나침반, 호패, 지필묵 등 생활상을 엿볼 수 있다. 멀리 과거를 보기위해 한양으로 떠나는 선비의 괴나리봇짐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는 기회다. 빠르게 변화하는 인터넷 시대지만 휴가만큼은 과거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것도 좋지 않을까? 문경새재에서 만나는 옛길을 따라 머리도 마음도 식혀보자. 숙박은 근처 리조트나 펜션 등을 예약하면 좋고, 돌아오는 길에 문경온천에서 쉬어가는 것도 좋다.
국내여름휴가지 추천 No4 푸른 바다와 숲, 이국적 풍경 ‘제주도’
매년 여름이 되면, ‘여름휴가를 어디로 가나’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되지요. 아이들과 즐기기 좋은 곳을 우선순위로 하다 보니 이것 빼고 저것 제하느라 갈 곳도 마땅치 않게 되기 일쑤고요.
하지만, 모든 가족을 만족시키는 휴가지로 우리나라에서 제주도만한 곳이 있을까요?
작년과 재작년, 모두 제주도로 여름휴가를 다녀왔습니다. 제주의 바다와 숲이 너무나 아름다워 매년 가도 좋았기 때문이지요. 특히 옥빛 바다색과 은빛 모래, 얕은 수심 덕에 아이들과 놀기 좋은 협재 바다는 제주에 도착한 날 바로 달려가는 곳이기도 합니다. 협재는 해변에서 2~3미터 정도 들어가도 수심이 깊지 않고 물이 맑은 데다 바다 한가운데 떠있는 아름다운 비양도까지 볼 수 있어 즐거움을 배가시켜주는 바다지요. 거기다 해질녘 펼쳐지는 협재의 ‘낙조(落照)’는 말 그대로 환상적이랍니다.
제주의 바다 중 또 하나 좋았던 곳은 바로 표선해수욕장입니다. 이곳은 제주도를 대표하는 현무암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어 이색적인 느낌을 주는 곳이죠. 바위 사이로 고동이나 소라 같은 작은 생물들이 많이 서식해 아이도 어른도 잡는 재미에 푹 빠지게 합니다.
제주도에 바다만 있는 것은 아니죠. 한라산을 비롯해 곳곳에 놓인 아름다운 숲과 너른 들판도 볼거리입니다. 특히 경치는 물론 다양한 수종과 식물들이 서식해 자연교육에 최고인 ‘사려니숲길’은 가족이 꼭 한번 걸어봐야 할 명소 중 하나입니다. 거기다 5분 정도만 차를 타고 나오면 풀을 뜯고 있는 말을 만날 수 있는 마방지도 볼 수 있지요. 그뿐인가요. 서귀포시에 위치한 ‘쇠소깍’도 꼭 봐야할 제주의 비경 중 하나랍니다.
국내여름휴가지 추천 No5 끝없이 이어지는 하얀 백사장 ‘대천해수욕장’
우리가족은 여름이면 항상 해수욕장에 가요. 특히 서해안의 대표적인 휴양지로 꼽히는 대천해수욕장을 자주 간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하얀 백사장과 파란 바다, 얕은 수심에 수온이 적당하고 파도가 거칠지 않아 아이들과 해수욕 즐기기에 적당하기 때문이죠.
지난 여름에도 대천해수욕장에 튜브 등 물놀이 용품을 가져가 신나게 물놀이를 즐겼답니다. 대천해수욕장의 모래 질은 조개껍질이 오랜 세월을 지나는 동안 잘게 부서져 모래로 변모한 패각분으로 부드러워서 아이들이 모래놀이하기에도 적당해요. 모래성을 쌓고 모래를 담을 수 있도록 다양한 도구들을 준비해가 아이들과 신나게 모래놀이도 하고 모래찜질도 한답니다. 또한 모래에 이름을 쓰며 추억으로 남기는 것도 잊지 않죠.
대천해수욕장에서 더욱 신나게 놀 수 있는 또 한 가지 방법은 해마다 열리는 보령머드축제에 참가하는 거예요. 우리나라 축제 중에서 외국인 참여비율이 가장 높은 축제로 저렴한 입장료에 하루 종일 신나게 놀 수 있죠.
대천해수욕장은 레포츠를 즐기기에도 좋아요. 이곳에서 즐길 수 있는 레포츠는 짚 라인과 스카이바이크. 짚 라인은 바다 위를 나는 듯한 짜릿한 기분을 주는 레포츠로 대천해수욕장 위를 날으며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즐거움과 짜릿함을 동시에 즐길 수 있어요. 아이들과 즐길 수 있는 안전한 레포츠인 스카이바이크도 추천. 국내 최초로 바다위에 설치한 해상 스카이바이크로 대천 해수욕장에서 대천 항까지 왕복 2.3km에 이르는 바닷가 풍경을 즐길 수 있어요.
마지막으로 대천해수욕장에 갔다면 빠질 수 없는 것이 맛있는 조개구이. 푸른바다를 바라보며 구워먹는 조개구이 맛은 일품이랍니다. 대천해수욕장에는 횟집이 많이 있어서 조개구이뿐만이 다양한 해산물도 즐길 수 있어요.
국내여름휴가지 추천 No6 지리산과 섬진강을 품은 ‘구례’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는 역시 ‘지리산’이죠. 성삼재 휴게소까지 차량으로 이동하고 노고단까지 등산을 했어요. 그런데 성삼재 휴게소까지 가는 길도 장난이 아니더라고요. 구불구불 휘어지면서 가파른 경사도가 꼭 놀이기구를 타는 것 같았어요. 성삼재 휴게소에 도착하니 구름이 자욱하게 깔려있는데, 신선세계에 발을 내딛는 거 같은 설렘이 있었어요. 산길은 생각보다 편안했어요. 15년 전쯤 겨울에 왔을 때의 기억은 제법 힘들게 남아있는데 말이죠. 그래도 나무가 무성한 숲속을 들여다보면 그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깊어서 ‘역시 지리산은 지리산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짧은 구간이었지만 날씨도 계속해서 바뀌더라고요. 구름이 꼈다가 다시 해가 나왔다 하면서요. 해가 나오면 정말 덥더라고요. 그래서 계곡물에 발을 담그면서 쉬엄쉬엄 올라갔죠.
두 번째로 기억에 남는 장소는 섬진강이에요. 어느 유명 작가가 소개한 간이매점의 재첩국수를 먹으려고 일부러 찾아갔어요. 솔직히 큰 기대를 하진 않았어요. 그런데 섬진강을 내려다보면서 식사를 하는 상상도 못한 일이 벌어졌지 뭐에요. 정말 기분이 좋았어요. 돌아오는 길에는 작은 전망대가 보여서 멈췄는데, 한국관광공사에서 지정한 사진 찍기 좋은 녹색명소였어요. 섬진강의 굽이치는 지형과 산세가 어우러진 경관을 조망할 수 있는. 마침 비가 온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이라 섬진강 물줄기가 풍성하면서도 거침없었어요. 참 운이 좋았죠. 보이는 건 산과 강물 그리고 하늘뿐이었지만 쉽게 눈을 떼기 어려웠어요. 그래서 제법 오랜 시간을 머물던 거 같아요. 그 지점에서.
구례에서 며칠 머물면서 느낀 점은 산과 들, 논과 밭이 보여주는 푸르름이 너무 아름답다는 거였어요. 그냥 보기만 해도 눈이 정화되는 기분이었죠. 게다가 지리산 산등성이가 구름에 뒤덮인 장관을 너무나 쉽게 볼 수 있다는 건 정말 대단한 매력이고요. 아직도 그 광경이 눈에 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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