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와 돌,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인 백령도

경이로운 자연 안에 분단의 아픔 담겨

박향신 리포터 2016-09-29 (수정 2016-09-29 오전 11:19:11)

하얀 날개깃(백령:白翎)을 펴고 비상하는 새가 많다는 섬, 심청이 몸을 던진 인당수가 있다고 전해지는 섬, 서해 최북단에 있어 북한과 가장 가깝다는 섬, 그리고 천안함의 슬픔까지….
백령도는 사연도 수식어도 참 많은 섬이다. 게다가 육지에서 멀리 떨어진 탓인지 천연기념물제331호인 점박이 물범과 제521호인 연화리 무궁화 그리고 천연비행장이라는 사곶해변 등 오직 백령도에서만 있는 특별함이 섬 곳곳에 가득하다.
백령도에서 보내온 초대장을 받은 리포터는 솔직히 하늘에 감사했다. 추석 연휴 끝자락 이른 새벽 혼자 인천 연안여객터미널로 행했다. 보물이 유난히 많은 백령도 이야기이다.



청년 군인
올망졸망 섬이 많은 서해지만 백령도로 가는 뱃길은 정말 망망대해이다. 오직 바다만 출렁이는 수평선을 바라보니 무겁게 느껴지던 자잘한 고민들이 작은 물방울처럼 느껴졌다.
여객터미널을 출발한지 약 3시간 후, 소청도 그리고 잠시 후 대청도에 도착했다. ‘이제 곧 백령도에 도착할 것’이라는 방송이 나오니 4시간이 채 걸리지 않은 셈이다. 백령도는 고려시대부터 유배지였던 곳이다. 배를 타고 하루 이틀 길을 가야 하는 머나먼 섬이던 이곳을 이제는 쾌속선으로 달리는 것이다. 배 멀미로 힘들어하는 승객은 볼 수 없었다. 대부분 승객들도 편히 잠을 자거나 TV를 시청하며 편안한 여행을 즐기는 표정이었다. 백령도 주민은 약 5천명, 주민의 수만큼 군인이 주둔한다고 하니 3층인 배안에는 대한민국의 씩씩한 청년들이 많았다.


 섬 아이들
용기포신항구에 도착하자마자 보이는 괴암괴석과 파도가 만든 동굴이 보였다. 리포터를 백령도에 초대를 해준 북포초등학교 김애경 과학담당교사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이 학교 6학년 전체 20여명의 학생들은 2014년 백령도의 콩돌 해안 몽돌이 자꾸만 바다로 빠져나가는 것을 연구해 큰 상을 받기도 했었다. 지금은 백령대교가 생긴 이후 사곶해변 규암성분이 변하고 조개가 폐사하는 원인을 조사하고 모니터링을 진행하는 중이라고 한다.
김 교사는 “이곳 학생들은 학습태도가 좋고 특히 인성이 바르고 순수하다”며 “간척사업이 많이 진행되어 자연해안선이 사라지고, 천연기념물이 훼손되는 것이 안타깝다”고 전했다.
그는 “특히 백령대교가 생긴 후 근처의 조개가 폐사되고 모래에 펄이 많이 섞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며 “백령도가 지층과 천연자원 보존구역으로 지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점박이 물범
국가문화재 명승 제 8호인 두무진 해안은 거대한 석상이 늠름하게 하늘과 바다사이로 우뚝 솟아올라 서로 마주보고 이야기하는 듯하다. 손으로 살짝 만져도 돌 조각이 세로로 쪼개져 마치 부서지기 쉬운 과자와 같다. 두무진 산책길에 핀 꽃들은 색이 매우 선명했고, 근처 떡갈나무 잎에 윤기가 흐르고 도토리 꼬투리가 유난히 컸다. 이곳에서 유람선을 탈 수 있는데 운이 좋은 날은 천연기념물 331호인 점박이 물범이 고개를 내밀고 수영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고 한다.
물범바위는 북방한계선 바로 아래 있어 출입이 통제된다고 한다. 고립된 자연환경과 풍부한 조개와 물고기 때문에 예전부터 이곳은 물범이 많던 지역이다. 정약전의 자산어보에 나오는‘옥복수’라는 해양포유류가 나오는데 이곳이 물범 서식지였음을 알리는 자료이다. 지금은 200여 개채(2009년 공식기록)만 남아 있다.



수령 100여년의 무궁화나무
“중국발 황사가 백령도에 보이면, 3~4시간 후 수도권으로 닿습니다.”
백령도 기상대 주문관의 설명이다. 주무관은 “백령도 기상대는 유난히 높은 곳에 위치해 전망이 좋다”며 적당한 장소로 안내까지 해주었다. 지금은 황사가 먼저 오지만, 100여 년 전, 이곳은 서양세력이 먼저 닿는 곳이었다. 특히 선교활동을 하러 오던 선교사들이 뱃길을 잘못 들어 백령도에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 백령도에 역사가 깊은 개신교 교회가 많고, 목사님이 유난히 많이 배출된 까닭이다. 중화동 교회 앞에 있는 연화리 무궁화(천연기념물 521호)는 꽃잎과 꽃술부분이 붉은 재래종 무궁화로 수령이 약 100년 되었다고 한다, 무궁화가 이렇게 예쁜 꽃이었음을 처음 알았고 덩달아 내 나라에 대한 애착을 저절로 느끼게 하는 힘을 꽃에게 받는 신기한 경험이었다.



몽돌 · 하늬바다
“차르르, 차르르르!”
돌들의 노래를 들으려면 오색콩돌 해안으로 가면 된다. 몽돌 하나하나에 파도가 그림을 그려놓고 색칠을 했다. 몽돌은 아가의 볼처럼 매끄러워 발끝과 손끝가지 행복했다.
근처에 있는 화동염전은 백령도에 단 하나뿐 염전이다. 직육면체로 달라붙은 소금 한 알갱이를 입에 넣으니 끝 맛이 정말 달착지근했다.
백령도 근처라고 전해지는 인당수에 몸을 던진 효녀 심청이를 기린 심청각에서 바라보는 하늬바다는 정말 호수처럼 잔잔했다. 밀물이 썰물을 기다리며 잠시 호수가 된다는 하늬바다역시 천연기념물 393호이다.
당나라 때부터 격전지였다는 백령도, 천안함의 아픔을 겪은 지 10여년이 지났지만 이곳은 여전히 분단의 아픔이 생생한 곳이다. 너무도 아름답고 또 너무도 아픈 새끼손가락 같은 섬 백령도. 그 앞에서는 어떤 아픔도 축소되는 듯하다.


*백령도 배편예약
오전 7시 50분 인천-백령도행
오후 12시 30분 백령도- 인천행
에이치 해운(하모니 플라워) 032-887-8413
차량선적은 한시간전, 일반여객은 40분 전에 출항수속
운임 50%할인 문의 옹진군청 032-899-2114

반드시 신분증이 있어야 탑승가능 


*숙박및 교통: 대중교통이 없어 콜택시나 렌트가를 이용해야 한다.
숙박과 렌트카 각각 5만~7만 정도, 콜택시는 8대 뿐
민들레 팬션 031-836-2291
백령도 렌트카.032-836-0057 


*까나리 냉며과 놀탕
까나리액젓이 들어간 냉면
용기포 근처 그린파크 식당(간판이 없으니 주민들에게 안내를 부탁해야함)
놀래미로 끓인 매운탕 놀탕과 놀튀김(놀래미가 많이 잡혀 고깃집에도 놀탕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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