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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재일 시인, 일곱 번째 시집 <달마의 눈꺼풀> 펴내 시집 <아름다운 그늘> <타타르의 칼> <코딩> <동네 한 바퀴>, 청소년시집 <처음엔 삐딱하게>(공저) 등을 낸 하재일 시인이 일곱 번째 시집 <달마의 눈꺼풀>을 발표했다. 하재일 시인은 30여 년간의 교직생활을 마무리하고 전업 작가로 활동 중이다. 퇴직 이후 작설차를 즐기게 됐다는 하재일 시인, 지난 월요일 중산동 보이찻집에서 그의 시작(時作) 이야기를 들었다.심오한 것, 철학적인 것이 아닌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시하재일 시인은 충남 보령시가 고향이지만 20년이 훌쩍 넘게 고양시에 살았다. 제2의 고향이나 다름없는 고양시에 대한 애정은 시인의 전작 <동네 한 바퀴>에서 느낄 수 있다. 제목처럼 친근하게 다가오는 시집에는 일산장터 구경 길에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와 백석동 골목길 풍경 등 일상에서 마주치는 사람 사는 모습이 담겨 있다. “시는 심오한 것, 철학적인 것이 아니라 독자와 대화하는 것입니다. 독자와 대화가 안 되는 시는 소통에 문제가 있습니다. 요즘 양산되는 대부분의 시를 일러 단지 말잔치일 뿐이라고 비판하는 독자들이 많습니다. 대화가 안 되는 난해시가 덮어놓고 나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원칙적으로 독자와 소통이 이루어져야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말의 성격에 맞는 아름다움을 잘 살린 시를 창작하고 싶었습니다.” 관념적인 것을 멀리하고 생활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경험에서 글감을 찾고자 한다는 시인의 말대로 <달마의 눈꺼풀> 또한 그의 구체적 경험 속에서 발원하는 귀납의 세계를 시로 형상화했다.스스로 눈꺼풀을 잘라낸 달마, 항상 뜬 눈으로 세상을 똑바로 보려는 상징적 의미하재일 시인의 시 철학은 거창하게 떠들거나 큰소리치지 않아도 일상에서 길어 올린 사소한 소재로 독자에게 울림을 주는 시, 독자와의 소통이다. <달마의 눈꺼풀>에는 우럭젓국, 수박, 꽃게, 회화나무, 짜장면, 비린내, 도시 변두리 장터 풍경 등등 일상적이면서도 작고 하찮은 사물들의 세계가 시인 특유의 간결하고 진솔한 시어로 울림을 준다. “달마의 눈꺼풀이란 제목은 차(茶)의 기원에서 붙잡게 되었습니다. 면벽참선을 하던 중 졸음이 쏟아지자 달마는 칼로 눈꺼풀을 잘라내 마당에 던져버렸습니다. 눈꺼풀은 땅에 떨어져 풀잎이 돋고 차(茶)나무가 되었다고 합니다” 땅에 떨어진 눈꺼풀이 차나무로 자라났으며, 그 이후 선승들은 참선 중에 차를 마시며 졸음을 떨쳐 버리는 전통이 생겼다는 일화에서 비롯된 <달마의 눈꺼풀>은 항상 뜬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며 살겠다는 상징적 의미가 담겨있는 것이 아닐까.시집 <달마의 눈꺼풀>시집 속에는 시간 속에서 생성되고 소멸되는 존재에 대한 측은지심이 도처에 깔려 있다. 퇴직이후 녹차 한 잔의 의미를 되새기며 시작에 몰두하고 있다는 하재일 시인, 그의 다음 작품은 산문집이 될 듯하다. “어머니께 드리는 글이라고 해야 할까요. 나고 자란 고향 보령 천수만에서 보냈던 유년 시절의 기억들을 에세이로 낼 계획입니다. 그동안 틈틈이 써왔던 것들을 ‘나의 갠지스, 천수만(가제)’에 담아낼 생각입니다.” 시인 특유의 진솔한 언어로 펼쳐질 산문집,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달마의 눈꺼풀’ 중에서(중략) 당신이 대뜸 꽂아놓은 지팡이에서 싹이 나와 이제 풀잎이 돋고 그림자가 우거져 제법 초록이 속으로 까매졌습니까? 그것만이 사람들이 바라던 기적이었을까요? 끝없이 영생을 꿈꾸는 주문에 시달렸고 몽상에 잠겨 날마다 단잠을 설쳤나요 인간들은 영문도 모른 채 비장하기만합니다 잔에 풀잎 몇 장 띄어놓고 목면 쓴 사내들이 모여서 중얼중얼, 그래서 무얼 어쩌자는 겁니까? 2020-11-13
- 김이듬 시집 「히스테리아」 김이듬 시인의 시집 ‘히스테리아’가 세계적 권위의 전미번역상을 수상했다. 미국 문학번역가협회(ALTA)는 지난 10월 15일 온라인 컨퍼런스를 통해 수상 결과를 발표했다. ‘히스테리아’는 전미번역상 시 부문과 함께 ALTA가 함께 주관하는 루시엔 스트릭 번역상도 받았다. 김이듬 시인은 여럿이서 하나를, 다수가 소수를 둘러싸고 박해의 한 가운데로 기꺼이 들어가서 솔직하고 원숙한 시어로 펼쳐왔다. 스스로 한국문단에서 비주류라고 말하던 그의 수상 소식은 신선한 충격이다.솔직하고 원숙한 시어로 기존 질서를 뒤흔드는 에너지 표출전미번역상은 미국 문학번역가협회에서 1998년 만든 상으로 매년 시 분야와 산문 분야 등에서 시상하는 미국의 대표적 문학번역상이다. 번역문학 작품에 수여되는 다른 상과는 달리 원작과 번역본의 등가성까지 평가해 그 권위를 인정받고 있다. 한 해에 두 상을 같은 작품이 수상한 것은 ALTA 시상 이래 최초다. ‘히스테리아’는 제이크 레빈, 서소은, 최혜지 번역가가 공동 번역했으며 영어권에서 출간된 김 시인의 세 번째 시집이다. 김 시인은 앞서 ‘명랑하라 팜 파탈’, ‘블러드 시스터즈’ 등도 영어로 번역 출간한 바 있다. ‘히스테리아’는 다루기 힘든 두려움이나 감정 과잉의 하나인 마음의 상태를 묘사한다. 2001년 등단 이후 한국 시단에서 유일무이한 시 세계를 구축해온 김이듬 시인은 지난 2014년 「히스테리아」(문학과지성사)를 출간했다. 시인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 파견 작가로 선정되어 반년 가까이 독일 베를린 자유대학에서 체류하며 쓴 시편들로 네 번째 시집 「베를린, 달렘의 노래」(서정시학, 2013)를 내기도 했다.호수공원 앞 ‘책방 이듬’, 문학과 예술의 존재를 증명하는 공간‘책방 이듬’은 지난 2017년 김이듬 시인이 호수공원 앞에 문을 연 곳이다. 들어서는 순간 아련한 아날로그적 감성을 자아내는 공간, 문학과 예술이 아직 나 여기 살아있다고 외치는 듯 하다. 책방 이듬에서 만난 시인은 스스로도 수상 소식이 기적처럼 믿기지 않는다고 말문을 열었다. “아무 것도 변하지 않았지만 또 많은 것이 변한 것 같아요. 놓을 자리가 없어 제 자리를 못 찾고 있는 축하 꽃다발에 아 내가 그래도 시인으로서 인정을 받게 됐구나 하는 걸 실감하고 있습니다.” 사실 책방 이듬이 2년째 명맥을 이어오고 있는 것도 기적이 아닐까. 어렵게 이 공간을 유지하고 있는(?) 시인의 문학적 소신이 궁금했다. “중학교 2학년 때 국어선생님의 한 마디가 저를 문학의 길로 이끌게 된 계기가 되었어요. 수업 시간에 제가 쓴 시를 반 친구들에게 읽어주며 칭찬을 해주셨죠. 너는 이대로만 가면 노벨문학상도 탈 수 있을 거라고요.(웃음) 이 후 시인이라는 어렵고 외로운 길을 걸어왔는데 이번 수상소식이 조금은 보상을 해주는 것 같아 행복하고 기쁩니다. 앞으로의 시작에 대한 부담감도 있긴 하지만...” 히스테리를 불러일으키는 장면들을 외면하지 않고 삶을 구성하는 근원적인 요소이자 고귀한 체험으로 승화시켜 특유의 솔직한 시어로 표출해온 김이듬 시인. 앞으로도 그는 이런 불편한 진실들을 체념이나 회피가 아닌 사태의 한 가운데에서 신랄한 반란을 이어갈 예정이다. 책방 이듬은 11월 말 대화동성당 부근 성저마을로 이전해 책 이야기를 이어갈 예정이다. 책방 이듬 031-901-5264 2020-11-06
- 박수여 시인 첫 시집 ‘반쪽 눈으로 보는 세상’ 발간 안산 건건동에 사는 박수여 시인이 첫 시집 ‘반쪽 눈으로 보는 세상’을 출간했다. 방송통신대학 국문학과를 졸업하고 ‘문학미디어’ 시로 등단한 시인은 안산문인협회 이사, 성포문학회, 시포럼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박 시인은 2016년 성포문학회에 입단하며 시 공부를 시작했다.“성포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문학회에요. 문학공부도 하고 시도 쓰는 활동을 하며 시인에 등단했어요. 이듬해인 2017년 문학미디어에서 다과 외 4편의 시가 실리면서 시인이 됐어요. 아마 꾸준히 글을 써오고 있어서 등단이 빨랐던 것 같아요”이번에 발간한 시집 ‘반쪽 눈으로 보는 세상’은 시인이 4년여 간 쓴 시 80편이 실렸다. 시인은 계절의 변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문득 스치는 생각들을 정갈한 시어로 담았다.민용태 고려대 명예교수는 평론에서 박 시인의 시를 ‘익어가는 삶의 맛과 향의 향연’이라고 표현했다. 민 교수는 “나이가 차면 사람도 음식도 맛이 깊다. 곰삭은 김치가 맛이 있듯이 삶의 맛이 우러나려면 세월이 가야한다. 시어가 무르익어 깊은 맛이 일품이다”고 평했다.박 시인은 “나이게 들면서 한 쪽 시력이 많이 나빠졌어요. ‘반쪽 눈으로 보는 세상’이라는 시집의 제목은 지금 제의 모습입니다”라고 말한다. 2020-09-24
- 5년간 쓰고 모은 글과 사진으로 첫 시집 펴낸 ‘최미아 시인’ 연보라색을 좋아하는 여자, 자신이 직접 만든 보라색 레이스 드레스를 입고 첫 시화전을 축하하러 온 독자들에게 사인을 해 주는 사람, 바로 최미아 시인이다.2012년 사고로 어깨에 핀을 9개나 박아야 하는 큰 수술을 하며 견뎌온 시간동안 썼던 글과 그림, 사진들을 모아 최근 ‘눈으로 말해요’라는 첫 시집을 냈다.지난 15일에는 시집발간을 축하하는 시화전을 대흥동 ‘일마고’에서 가졌다. 일마고 대표 신예지씨와는 20년 지기 친구다.지나왔던 모든 경험과 활동들이 글로 녹아들어시화전의 메인색상은 바로 보라색, 시집표지에 들어간 보라색으로 시인은 직접 옷을 만들어 입었다. 장식된 꽃들에도 보라색이 섞여 있었다. 최미아 시인이 좋아하는 색은 보라 또는 연보라색. 처음에는 시집표지도 보라색으로 하려고 했지만 벌써 나와 있어서 보라를 포인트 색상으로 두고 보라와 가장 잘 어울리는 회색을 가장 넓게 썼다. 옷도 만들고 시집에 들어가는 그림도 직접 그렸다.문득 그녀의 이력이 궁금해진다. 최미아 시인은 충남 보령에서 태어나 대천초, 대천여중, 한광여고, 이화여대 영문과를 졸업했다. 초등학교 2학년 때 미술반 활동을 시작해 대학 때도 취미로 미술을 놓지 않고 동아리활동을 계속했다. 또한 직접 디자인한 옷을 즐겨 입는다. 인테리어에도 관심이 많아 집을 꾸몄더니 모 잡지에서 만든 인테리어 가이드북에도 소개가 될 정도다. 다방면에 관심과 재주가 많은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다.사실 최 시인은 한 우물을 못 파고 여러 방면에 관심이 많은 자신이 싫을 때도 있었다고 한다. 특히나 글쓰기에는 자신이 없었다. 대학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지만 학교 다닐 때는 전공보다는 미술에 더욱 관심을 쏟았다. 하지만 최근 글을 쓰게 되면서 자신이 했던 모든 활동과 경험들이 모두 글에 녹아들어 나오는 체험을 했다. 그 과정을 통해 지나왔던 시절동안 했던 다양한 활동과 배움의 시간들이 헛되지 않았다는 깨달음을 얻었다.최 시인은 “저는 글을 쓰면서 그림이나 사진은 보조 수단으로 사용하게 되는 것 같아요. 다양한 경험을 했었으니 다양한 통로로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거지요. 또 제 시를 읽으시는 분들은 제 시가 회화적이라고 많이들 말씀하세요. 아무래도 제가 오랜 시간동안 그림을 그려 와서 그런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글을 많이 읽고 쓰며 좋은 글 쓸 수 있도록 노력할 생각입니다”라고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로맨틱한 여행을 떠나길 기대하며그녀의 호는 ‘규인’이다. 별 ‘규(奎)’ 이끌 ‘인(引)’자를 쓴다. 시골할머니 집에서 어느 여름 밤 별이 쏟아질 듯이 내리던 그 밤이 시인의 마음속에 그림처럼 남아 있다. 별을 바라보던 어릴 적 순순한 마음을 잃지 말고 꿋꿋이 힘든 일이 있어도 걸어 나가고 싶은 소망을 담아 호를 지었다.대표작으로 선정한 ‘눈으로 말해요’라는 작품은 작가가 직·간접으로 만난 세 사람에게서 영향을 받아 쓴 작품이다. 한 대인기피증 청년이 마주보는 명상을 하다가 말한 말을 듣고 “내 눈 속에 그대가 있어요”라는 구절을 썼다. 또 혜민스님 콘서트에서 본 연인인데 서로 눈을 바로는 보지 않았던 연인이 서로 눈을 보며 눈물을 흘리고 눈을 맞추며 호흡이 같아지는 순간, 시골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이기웅 원장이 쓴 책에서 우리 몸이 아프면 풀잎처럼 고요해져 자신을 돌아볼 수 있다는 내용에서 영향을 받아 완성했다.시집 전체에서 티 없이 맑고 순수한 여고생의 마음과 세월을 거쳐 살아온 여인을 함께 느낄 수 있다. 시집을 펼치면 첫 장에 온통 보라색 표지에 민트색 글씨로 ‘ROMANTIC JOURNEY’라고 쓰여 있다. 시인이 시집을 읽는 독자가 로맨틱한 여행을 떠나길 기대하며 써 놓은 글이다. 작가의 바람대로 로맨틱한 여행을 떠나는 독자가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2017-07-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