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만 들어도 무서운 전염병은 무엇이고, 왜 치명적이며 어떻게 하면 예방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전염병은 어떤 병원체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병 중에서 다른 개체에 쉽게 옮아가는 병을 말한다. 왜 전염병이라고 하면 무섭게 들릴까? 현대의학이 발달하기 전에는 원인도 알 수 없이 같은 증상으로 많은 사람이나 동물이 죽게 되고, 그렇다 보니 전염병은 죽는 병으로 인식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치명률이 높거나 전염성이 강해 피해가 큰 특정 전염병은 나라별로 법정 전염병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어서 옛날처럼 속수무책으로 피해를 입지는 않는다. 그렇더라도 예방하는 전염병들은 치료가 안 되거나, 치료되더라도 심각한 후유증이 남거나, 아니면 치료를 위해 엄청난 시간과 비용이 들기 때문에 최선은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다. 예방접종을 하지 않으면 스스로를 질병으로부터 지킬 수가 없다.
그렇다면 법정 전염병을 제외하고는 안전할까? 꼭 그렇지만도 않다. 병을 일으키는 병원체 중 일부 바이러스는 이전에 체득한 면역력으로는 방어할 수 없게 쉽게 변이하기 때문이다. 변이 과정에서 전염력이 강하고 치명적으로 바뀌면 언제든 법정 전염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이미 코로나 바이러스가 변이한 COVID-19가 전세계를 강타한 걸 경험했다. 경험한 적 없는 새로운 병원체의 위험에는 항상 노출되어 있는 것이다. 하지만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위험하거나 전염성이 강한 질병에 대해서는 대부분 예방접종이 개발되어 있다.
그럼 우리의 반려동물 예방접종은 어떤 게 있는지 알아보자.
우선 개의 경우는 DHPP(L), CCV, Kennel cough, Influenza, Rabies 이렇게 다섯 개의 필수접종이 있다. 위의 다섯 가지를 생후 6주부터 6회에 걸쳐 기초 접종으로 하고, 이후 해마다 1회씩 추가 접종을 해주면 된다. 그렇게 하면 홍역, 전염성간염, 가성독감, 파보바이러스장염, 렙토스피라병, 코로나바이러스장염, 전염성기관지염, 독감, 광견병 까지 주요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다. 렙토스피라는 토양에서 옮는 인수공통전염병인데 다른 접종에 비해 부작용이 있다 보니 도시에서는 접종을 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도시에서도 진단율이 올라가고 있고, 감염시 신장을 비롯한 주요 장기에 심각한 손상을 일으키므로 가급적 접종할 것을 권한다.
고양이는 FVRCP(-C), (FIP), FeLV, Rabies 이렇게 네 가지 기본접종이 있다. 위의 네 가지를 생후 6주 정도부터 3~5회에 걸쳐 기초 접종을 하고, 이후 해마다 1회씩 추가 접종을 해주면 된다. 그렇게 하면 바이러스성호흡기질환, 바이러스성각결막염, 바이러스성구내염, 범백혈구감소증, 클라미디아결막염, 전염성복막염, 백혈병, 광견병 까지 주요 전염병을 예방할 수 있다. 클라미디아결막염은 접종 부작용이 있는데 반해 치료 가능한 질병이어서 요즘은 접종을 안 하는 경우가 많고, 전염성 복막염은 예방효과가 없거나 오히려 발병 시 증상이 더 심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어서 최근에는 접종을 안 하는 추세이다. 근래 들어 한집에 여러 마리가 같이 사는 경우가 많고, 산책도 자주 다니며, 유치원, 카페, 팬션 등 다른 동물들과 접촉도 많아서 예방은 더더욱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요즘 유기 동물을 입양하는 경우가 많은데, 안 좋은 환경에서 구조되고, 밀집된 보호소 환경에서 있다가 오는 경우가 많으므로 전염병에 취약하다. 그러므로 입양하기 전 반드시 전염병 검사를 하고 입양 후 반드시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임상을 시작했던 24년 전을 돌이켜보면 전염병이 만연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그 당시는 요즘과 다르게 예방의 중요성을 잘 모르고, 필수적인 예방접종도 안 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예방만 잘하면 우리가 흔히 접하는 전염병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걸 꼭 기억하고 잘 챙겨주자.
목동 동물병원
월드펫동물메디컬센터 이철기 원장
문의 02-2698-7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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