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고등학교에서 중간고사 이후 고1, 2 학생들을 대상으로 내신 선택과목에 대한 사전 수요조사를 진행한다. 선택과목을 결정했다고 해도 확정이 아니라 학생들의 신청 인원에 따라 과목이 개설될 수도 있고
그렇지 못하기도 하다. 학생들의 희망 교과에 따라 학교 교육과정 편성에 영향을 줄 수도 있고, 사전 수요조서 신청 후 추후에 선택과목을 바꿀 수도 있지만, 고1·고2 학생들이 내신 선택과목과 수능 선택과목을 결정할 때 고려해야 할 사항을 짚어봤다.
도움말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소장
참고자료 <2025학년도 서울대학교 대학 신입학생 입학전형 안내(2024.03.29.)>, 교육부 <학생 진로·진학과 연계한 과목 선택 가이드북>
# 내신 선택과목 결정 시 고려할 점
관심 있는 분야와 연관있는 과목인가?
과목 선택 시 자신이 좋아하면서도 진로와 연관이 있는 과목이라면 즐겁게 공부할 수 있고 상대적으로 좋은 성취도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모든 전공이 특정 과목과 직접적으로 연계되지는 않기 때문에 진로를 결정했다고 해도 과목 선택이 어려울 수 있다.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 우연철 소장은 이런 학생이라면 ‘대학이나 교육부에서 발표한 자료를 참고하라’고 말한다. (표1 참조)
표1. 서울대 전공 연계 교과이수 과목 중 일부
*핵심 권장과목: 학과(부)에서 공부하기 위해 필수적으로 이수를 권장하는 과목*권장과목: 학과(부)에서 공부하기 위해 이수를 권장하는 과목
*출처: 2025학년도 서울대학교 대학 신입학생 입학전형 안내(2024.03.29.)
서울대학교는 모집 요강이나 전형계획에 ‘전공에 따른 교과 이수 권장과목’을 제시하고 있다. 각 전공을 공부하기 위해 고등학교 교육과정에서 배우기를 추천하는 과목으로, 이 중 ‘핵심 권장과목’은 필수로 이수할 것을 권장한다.
우연철 소장은 “물론 서울대에서 제시한 전공 연계 교과이수 과목을 이수하지 않았다고 해서 그 학과에 지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또, 서울대의 권장과목이 모든 대학에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단지 위의 자료를 통해 해당 학과에서 어떤 역량을 필요로 하는지를 참고할 수 있다. 서울대 외에도 5개 대학 공동연구에서 <대학 자연계열 전공 학문 분야의 교과 이수 권장과목(경희대·고려대·성균관대·연세대·중앙대)>을 안내하고 있다. 숭실대는 <전공안내 웹진>을 통해 학과별 선택교과 가이드를 제시하고 있다. 다만, 대학에서 제시하는 선택 과목 가이드가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해당 가이드에 따라 교과목을 이수했다는 사실만으로 좋은 평가를 받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교육부에서는 <학생 진로·진학과 연계한 과목 선택 가이드북>을 통해 자신의 적성과 진로에 맞는 교과목을 선택할 수 있도록 교과목의 내용과 성격, 진로 및 직업에 대한 정보 등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특별시교육청을 비롯한 여러 시·도 교육청에서도 선택과목 및 전공 안내서를 제작해 학생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성적 관리에 유리한 과목인가?
서울대는 인문·사회 계열 모집단위 중 경제학부에만 권장과목을 지정했을 뿐, 나머지 모집단위는 ‘학생의 적성과 진로 등을 고려해 자율적으로 과목을 선택해 학습하라’고 안내하고 있다. 자연계열 중 치의학과에는 어떠한 권장과목도 지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대학의 모든 전공들이 특정 과목 이수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또한 진로를 아직 정하지 못한 학생들도 많고, 대부분의 교과전형이나 정시(수능위주)처럼 성적으로만 정량평가하는 전형을 고려하기도 한다. 이처럼 성적을 염두에 두고 과목 선택을 할 때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이에 우연철 소장은 다음 세 가지를 강조했다.
선택 기준 ① 수강생이 많은 과목
많은 학생이 선택하는 과목은 그만큼 일반적인 과목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연계할 수 있는 분야가 많고, 교과목의 난도도 크게 높지 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사회 교과 중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는 비교적 수강 인원도 많고, 어느 전공을 선택하든 연결고리를 찾기 어렵지 않다. 따라서 과목을 결정하는 것이 어렵다면 많은 학생이 수강하는 과목을 살펴보기 바란다.
선택 기준 ② 일반선택 vs 진로선택 비중 고려
성적에만 초점을 둔다면, 3학년 선택과목은 일반선택과목과 진로선택과목의 비중을 전략적으로 따져봐야 한다. 조금이라도 내신등급을 높여야 하는 상황이라면 비교적 수강인원이 많은 일반선택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등급 받기가 수월해 대입을 고려한 하나의 전략일 수 있다. 그러나 내신성적이 충분히 만족스러운 경우라면 3학년 때는 성적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진로선택과목의 비중을 높이고 수능이나 비교과 활동을 준비하는 것도 방법이다.
선택 기준 ③ 수능과의 연계 고려
정시전형을 고려하는 학생은 물론이고, 수시전형 위주로만 준비한다고 해도 수능을 배제할 수는 없기에 수능과 연계한 과목 선택도 필요하다. 예를 들어 수능 국어를 ‘언어와 매체’ 과목으로 응시하려는 학생은 내신과목도 동일하게 언어와 매체를 선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 다른 예로 사회탐구의 경우, 수능에서 많은 학생들이 선택하는 과목은 ‘생활과 윤리’, ‘사회문화’, ‘윤리와 사상’ 순이다(2024학년도 수능 기준). 사회 교과의 경우 수시에서도 전공에 따른 과목 영향이 적기 때문에 수능과 동일한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할 수 있다.
# 수능 선택과목 결정 시 고려할 점
국어는 ‘언어와 매체’, 수학은 ‘미적분’ 선택 증가
2024학년도 대입에 해당하는 지난해 시험(2023년 학력평가, 모의평가)에서 국어 영역 응시자 중 ‘언어와 매체’를 선택한 비율은 3월 학력평가 때 37.6%였으나 수능에서는 40.2%로 증가했다. 이는 2023학년도 수능(2022년 11월 실시) ‘언어와 매체’ 선택 비율인 35.1%를 넘어선 수치이다.
수학 영역에서 미적분을 선택한 비율의 증가 폭은 더욱 컸다. 지난해 3월 학력평가에서 43.4%였던 미적분 응시자의 비율은 6월 모의평가 때 48.5%였고 9월 모의평가와 11월 수능에서는 50%를 넘어섰다. 2024학년도 수능에서 미적분을 응시한 수험생의 비율은 2024학년도 3월 학력평가에 비해 7.6%p나 증가했으며, 2023학년도 수능의 45.4%에 비해서도 5.6%p 증가했다. (표2 참조)
이러한 현상은 올해 입시를 준비하는 고3 학생들에게서도 이어졌다. 지난 2025학년도 3월 학력평가에서 국어와 수학 영역 선택과목별 응시 비율은 지난해 3월과 비슷한 분포였고, ‘언어와 매체’ 선택 비율이 37.4%, 미적분 선택 비율이 43.8%로 나타났다.
표2. 최근 모의고사 및 수능 국어, 수학 영역 선택과목별 응시 현황
*단위: 인원(명), 비율(%) ※자료 진학사
과목별 특성 고려하는 것이 우선
그렇다면 과연 국어 영역에서 ‘언어와 매체’, 수학 영역에서 ‘미적분’을 응시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까? 상대적으로 수능에서 높은 표준점수를 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언어와 매체, 미적분’을 선택하는 것이 모든 학생에게 유리한 것은 아니다.
이에 우연철 소장은 “과목별 특성을 고려하는 것이 우선이다. 수학 ‘미적분’을 보면, ‘확률과 통계’에 비해 학습량이 상당하다. 동일한 원점수를 받았을 때 ‘미적분’의 표준점수가 ‘확률과 통계’보다 높을 가능성이 크지만, 이는 동일한 원점수일 때를 말한다. 시험의 난도와 학습량을 고려하면 미적분을 응시할 때 더 낮은 점수를 받게 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또한 미적분을 공부하는 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다른 과목 공부에 투자할 시간이 적어진다는 것도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대학의 인문계열 학과로 진학하기를 희망하는 학생이라면 표준점수 때문에 미적분 선택을 고민할 때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어 영역도 마찬가지다.
우 소장은 “‘언어와 매체’는 ‘화법과 작문’에 비해 문제 푸는 데 걸리는 시간이 짧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공부해야 할 내용이 많아 문법에 어려움을 느끼는 학생들에게는 힘든 과목이 될 수 있다. 이와 반대로 화법과 작문은 기본 학습량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꾸준한 연습이 필요한 과목이다. 다양한 지문을 훈련해야 하므로 평소 독서량이 많고 독해력이 좋은 학생에게 유리하다. 이처럼 과목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자신의 상황에 맞는 과목을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탐구 과목은 학교 선택과목과 연계해 고려
탐구 영역 과목 선택도 쉽지 않다. 같은 점수를 받더라도 어떤 과목을 선택했는지에 따라 등급과 표준점수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년도에 특정 과목의 표준점수가 높았다고 해서 올해도 동일하다는 보장은 없고, 과목에 따른 표준점수 유불리를 예측하기 어렵다.
이에 우 소장은 “기본적으로는 자신이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과목을 선택하되, 학교에서 배우는 과목으로 정하는 것이 좋다. 특히 3학년 과목 중 1개는 포함하는 것이 내신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수능을 준비하기에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과목에 대한 선호도가 뚜렷하지 않다면 응시인원이 많은 과목을 추천한다. 사회탐구는 선택과목 간의 연관성을 고려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로 성격이 유사하거나 겹치는 내용이 있는 과목들을 선택하면 학습의 효율을 높일 수 있다. 예를 들어 ‘생활과 윤리’를 선택한 경우 ‘윤리와 사상’이나 ‘사회문화’를 선택하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한국지리’와 ‘세계지리’, ‘한국사’와 ‘세계사’ 또는 ‘동아시아사’도 마찬가지이다.”라고 조언했다.
수능 탐구 선택과목 폐지, 대학별 반영 방법 확인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점은 올해 2025학년도 대입에서 많은 대학이 수능 선택과목 제한을 폐지해 사회탐구를 응시하고도 자연계열 모집단위에 응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이에 따라 자연계열 진학을 염두에 둔 많은 수험생이 사탐 과목 응시를 고민하기도 한다.
이에 우 소장은 “일반적으로 사탐 과목이 과탐 과목에 비해 학습량이 적어 준비가 수월하다고 하지만,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는 것과는 별개이기 때문에 과목별 특성을 고려하여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무작정 사탐 공부에 뛰어들기 전에 자신과 잘 맞지 않을 수 있거나 고득점 확보가 어려울 수도 있다는 점까지 충분히 고민해봐야 한다. 특히, 정시에서는 과탐 응시자에게 가산점을 주는 대학이 많아 이 부분까지 고려하여 수능 선태과목의 유불리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표3. 2025학년도 일부 대학 자연계열 모집단위 정시 탐구영역 반영 방법
※자료 진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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