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학년도 강남서초 수시 합격생 인터뷰 _ 고려대 언어학과 1 배혜은(은광여고 졸)


은광여고에서 외국어와 역사·문화·화학까지, 언어학 전공으로 진로 깊이를 더하다!

피옥희 리포터 2024-04-25

배혜은 학생(은광여자고등학교 2024년 2월 졸업)은 2024학년도 수시모집에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고려대학교 언어학과(학업우수전형)에 합격했다. 연세대학교 중어중문학과(활동우수전형)에도 동시에 합격했으나, 최종적으로 고려대 언어학과를 선택해 1학년에 재학 중이다. 언어학뿐만 아니라 역사, 화학 등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던 배혜은 학생의 수시 준비 이야기를 들어봤다.  



<진로 설정>
영어·중국어·일본어 관심, 언어학·인문학으로 확장
배혜은 학생은 영어, 중국어, 일본어 등 어학에 관심이 많았다고 한다. 중학교 때는 드라마나 애니메이션으로 각 나라의 언어를 접하면서 점차 그들의 문화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언어학과 인문학이 어우러진 조금 더 포괄적인 관심사로 확대된 것이다.
“맨 처음 접한 중화권 언어는 광둥어였어요. 광둥어를 공부하면서 중국의 다른 언어에도 관심이 생겼고 점차 세계 여러 나라의 언어를 체계적으로 공부해 보고 싶었어요. 인문학에 관심이 많은 친구와 얘기를 나누면서 언어학과 인문학에 대한 관심이 깊어졌죠. 언어학 분야에서도 특히 ‘역사비교언어학’에 관심이 많아요. 저는 고대·중세 역사에 관심 많아서 중세 영어나 고대 그리스어를 탐구하는 게 즐거워요. 이 언어가 과거에 어떤 식으로 사람들에 의해 사용되었고 과거의 단어나 문법이 시간에 따라 어떤 변천 과정을 거쳐서 현재에 이르게 되었는지, 과거의 흔적이 현대 언어에 남아 있는지 등을 탐구하면서 언어학에 깊이 빠져들었습니다. 언어학과 인문학뿐만 아니라 컴퓨터과학이나 화학 분야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주요 학교 활동>
① 화학에서 언어학을? ‘화학부’ 활동
배혜은 학생은 다양한 분야에 흥미를 느끼고 있었기에 동아리 활동도 언어학이나 외국어 관심사에 국한하지 않고 자신이 탐구하고 싶은 분야의 활동을 즐겁게 이어갔다. 화학과 컴퓨터과학에 관심이 많아서 학교 프로그램인 ‘파이썬 프로그래밍 통한 빅데이터 분석’도 들었고 동아리 역시 외국어나 언어학과 무관한 ‘화학부’에서 3년간 활동했다.  
“화학이 언어학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저는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탐구의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저만의 ‘유사성’을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저는 중국어와 일본어를 좋아해서 한자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대부분 ‘화학 용어’는 서양에서 만들어진 단어인데 일본과 중국은 어떻게 표기할까? 그래서 살펴보니 일본은 화학 용어를 주로 발음 나는 대로 쓰지만 중국은 일부 화학 용어를 위한 새로운 한자를 만들거나 이미 있는 한자들 몇 개를 결합해 화학 용어를 나타낸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예를 들어, ‘浬(=海+里, 발음: hǎilǐ, 뜻: 해리)’라는 한자가 있는데, 海里(해리)라는 뜻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는 이와 관련한 보고서를 작성하면서 새로운 개념이 세상에 나옴에 따라 글자도 새롭게 만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화학에도 ‘결합’이라는 개념이 있는데, 한자들이 모여서 새로운 뜻을 만드는 게 어떤 면에서 보면 화학 결합과 유사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죠. 그래서 2학년 2학기 동아리 세특에 ’화학을 위해 합성된 한자들‘라는 주제로 탐구한 적이 있었어요.” 

② 교내 문학 발표회, 화학을 시로 쓰다!
배혜은 학생은 다방면에 두루 관심사가 많아 ‘융합적 인재’다운 면면이 학교 활동 속에 그대로 드러난다. 이를테면 ‘화학에 진심인, 언어를 좋아하는 학생’으로서의 면면이 그것이다. 3학년 1학기 때 교내 ‘문학 발표회’에 참가해 화학 개념을 문학적으로 풀어냈다.
“저는 시 부문에 참가해 ‘화학’을 주제로  <거울상 이성질체>, <하이젠베르크 불확정성 원리>, <탄소> 이렇게 시 3편을 발표했습니다. 예를 들어 <탄소>라는 시에서는 탄소라는 원소가 정말 다양한 유기화합물들의 공통적인 구성 요소라는 내용을 이타적인 인간성에 비유해 보았어요. <하이젠베르크 불확정성 원리>에서는 과학의 원리를 시로 썼는데, 독일의 물리학자인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에 대한 기본적인 정의를 시로 풀어냈죠.”


<학생부 세특>
참신하고 독특한 ‘배혜은 표’ 발상의 전환  
배혜은 학생의 학교생활기록부 교과 세부능력 및 특기사항(이하 세특)은 다방면에 두루 관심사를 지닌 융합적 역량이 돋보인다. (아래는 세특 내용 재구성)  

문학 : 문학 수업 과정 중 신라의 향가에 관한 내용이 있었는데 평소 고대 한국의 언어와 표기 체제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이와 관련된 탐구를 진행했다. 이두 등의 차자 표기법을 공부하면서 고유의 문자가 없던 시절 어떻게든 본인들의 말을 기록하고자 한 고대 사람들의 노력을 느낄 수 있었다. 고대 일본에도 한국의 향찰과 비슷한 만요가나(万葉仮名, 고대 일본에서 한자의 음과 뜻을 빌려 당대의 일본어를 표기하던 방식)라는 표기 방식이 있었는데, 만요슈(万葉集)에 수록된 시 몇 수에 관해서도 조사했다.

언어와 매체 : 조선시대 당시 우리나라의 국어와 중국에서 쓰인 언어 간의 연관성에 대한 탐구 보고서를 작성했다. 세종이 발행한 <동국정운>의 ‘이영보래’에 주목해 특정 한자에 대한 광둥어의 발음과 이영보래의 발음 등의 연관성을 탐구했다. 특히, 과거에는 중국에서 광둥어가 널리 쓰인 만큼 음속론적인 측면에서 연관성이 있는 자료를 찾아보고 비교하며 중세 한국어와 중세 광둥어가 영향을 주고받았을 지에 관해 깊이 있게 탐구했다.  


<학업역량 & 내신 대비>
내신 대비가 곧 수능 대비!  
배혜은 학생은 전 교과 공부를 착실히 했지만, 자신이 가장 좋아했던 과목인 영어 내신에 대비해 자신만의 학습 방법을 밝혔다. 특히 국어, 수학 내신은 수능형 문제로 출제되기 때문에 학교 내신을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수능 공부도 대비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은광여고는 2학년 때 영어 원서도 함께 공부하기 때문에 학기마다 내신 시험 범위에 포함되었어요. 영어 원서는 선생님께서 수업 시간에 같이 읽고 해설해 주시는데, 내신에서 ‘단어의 ’영영 풀이‘가 올바른지 고르는 문제’도 출제됩니다. 그래서 시험에 나올 법한 어려운 단어들은 별도로 적어두고 직접 영영사전을 찾아보았습니다. 서술형은 실제로 작문해야 하는 문제도 있었는데, 문제에서 무엇을 요구하는지 정확히 파악하면 어렵지 않게 풀 수 있을 거예요. 중학교 때 공부했던 영문법을 바탕으로 문장을 쓰는 연습을 하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작문 능력 평가 시험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에서 요구하는 것을 문법적으로 올바르게 작성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그리고 저 자신에게 미흡했던 부분을 역설적으로 말씀드리고 싶어요. 고등학교 때는 더 이상 벼락치기가 통하지 않습니다. 사실 저는 학교에 다니면서 벼락치기를 많이 한편이어서 생활 리듬이 많이 깨지고 매번 내신 시험을 힘들게 대비했습니다. 후배들은 내신 대비 기간을 넉넉히 잡고 꾸준히, 오래 공부해 나가길 바랍니다.”    


<후배들에게>
제일 중요한 시기는 고등학교 1학년  
배혜은 학생은 후배들에게 고등학교에 입학한 첫해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 진로를 찾고 자신이 가장 흥미 있어 하는 분야를 탐색해 볼 수 있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1학년 때 여러 교과의 활동을 다양하게 참여했으면 좋겠습니다. 2학년 때부터는 ‘수능과 입시 준비’에 대한 심적 부담감이 있기 때문에 교내 활동을 다양하게 마음 놓고 참여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입니다. 1학년 때 다양한 교내 활동에 참여하며 진로를 찾고 희망하는 전공을 어느 정도 설정했다면, 2~3학년 때 선택과목을 결정할 때도 도움이 됩니다. 또한 학교에서 배우는 모든 교과 수업을 나의 진로와 어떻게 연관 지을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다양한 연결고리로 사고의 확장을 꾀하며 탐구해 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강점과 역량을 키워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Tip 나만의 수시 노하우, 입시 후일담

진로 관련 추천 도서
① <휠록 라틴어 문법> 프레드릭 M. 휠록
라틴어 문법을 체계적으로 정리한 책으로, 라틴어를 더 깊게 공부하고 싶은 학생에게 추천한다.

② <언어의 탄생> 빌 브라이슨
이 책의 작가 빌 브라이슨은 ‘언어는 과학이 아니라 유행이다!’라고 말했다. 영어가 어떻게 변화해왔는지, 영어와 다른 언어들이 어떤 영향을 주고 받았는지 등 영어에 초점을 두고 언어 전반에 대한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쓴 책이다.

③ <성경 헬라어와 신약성경의 이해> 정창욱
한국에서는 보통 신약성경이 헬라어로 기록되었다고 하는데, 헬라어를 더 정확히 표현하자면 코이네 그리스어이다. 즉, 코이네 그리스어는 헬레니즘 시대와 고대 로마 시기 사용되었던 고대 그리스어이다. 만약 코이네 그리스어와 기독교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고려대 면접 후일담
“고려대는 대면 면접으로 진행되었는데 면접장에 시계가 없어서 당황했습니다. 면접 준비를 할 때는 시계를 보며 준비했기 때문에 당황스러웠어요. 그러나 제시문의 질문을 숙지하고 최대한 핵심만 뽑아서 무엇을 말해야 할지 순서를 정리해 두어서 잘 답변할 수 있었습니다. 제시문 면접에서는 지방자치와 관련된 지문과 ‘꽃’과 관련한 시, 그리고 도교의 무위자연과 관련된 제시문이 있었습니다. 제시문에 나온 시에서 마음에 들었던 구절이 있어, 저는 시의 표현을 인용해 지방자치 제도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한 해결 방안을 설명했습니다. 물론, 면접에서 제시문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추가적인 지식을 잘 드러내면 좋겠지만, 주어진 각각의 제시문을 비교해 보고 연결고리를 모색해 보는 것도 면접관에게 긍정적인 면을 드러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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