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가을 부산에서 살다가 안산에 몇 년 전 이사 와 살고 있다는 50대 후반의 여성이 딸과 함께 찾아왔다. 딸은 오자마자 "엄마가 귀가 잘 안 들려서 그런지 언제부턴가 집에만 있고 전혀 밖에 나가질 않는다" 며 크게 걱정을 했다. 집에 있을 때에도 혼자 방에만 있고 좋아하던 TV 연속극도 안보고 우두커니 벽만 보고 앉아있어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더 큰 문제는 누구하고도 말을 하려하지 않고, 묻는 말에만 겨우 단답형으로 하거나 고개로 표현을 하고, 평소 표정이 어두워 무섭게 보일 정도라고 했다. 어쩌다 뭘 물어보면 엉뚱한 소리나 하고 어떤 때는 무조건 모른다며 대답을 회피해서 답답해서 모시고 왔다고 했다. 이러다 우울증이나 치매로 고생하다 돌아가실까봐 너무 걱정된다며 무슨 방법이 없겠느냐고 했다. 청력검사결과 이미 고도난청으로 보청기를 착용하지 않고서는 일상대화가 전혀 불가능한 상태였다. 다행히도 보청기를 착용하고 약 2주간 지속적인 가족들의 관심과 사랑의 보살핌 그리고 재활을 통해 표정이 밝아지고 조금씩 대화도 하면서 거의 정상적인 의사소통능력을 갖추게 되었다.
미국 러시 대학 메디컬센터와 시카고 공대 연구팀이 노인 152명을 대상으로 지난 1년 동안 머리 쓰는 일을 얼마나 자주 했는지를 조사하고 특수 자기공명영상인 확산텐서영상을 통해 뇌의 백질구조를 관찰한 결과 머리 쓰는 빈도가 높은 노인일수록 노화에 의해 낮아지는 백질 조직의 이방성 확산(異方性 擴散) 수치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러시 대학의 아르파나키스 박사가 밝혔다. 이는 머리를 쓰는 인지활동의 빈도와 백질의 이방성 확산 수치 사이에 밀접한 연관이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방성 확산 수치가 높다는 것은 뇌 전체에 정보를 전달하는 신경섬유로 구성된 백질의 미세구조가 온전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방성 확산 수치는 30세 부근에서 서서히 낮아지기 시작하는 게 보통이며, 뇌는 겉 부분인 피질과 속 부분인 수질로 이루어져 있다. 회색을 띠고 있어 회색질이라 불리는 피질은 신경세포체로 구성되어 있고 하얀색이라서 백질이라고 불리는 수질에는 뇌 전체의 신경세포를 서로 연결하는 신경섬유망이 깔려 있다. 무엇보다도 뇌를 건강하게 유지하고 발달시키려면 근본적으로 난청인 귀를 보청기를 통해 정상적인 기능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
자료제공: 방희일 원장(안산연세난청센터/ 난청전문의학박사) 031-413-6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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