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 눈이 뿌예요.”
사람이나 동물이나 서로의 감정을 읽을 때 가장 먼저 보는 것이 눈이다. 눈빛을 보면 상대방이 기분이 좋은지 나쁜지, 행복한지 슬픈지, 흥분되어 있는지 졸린지, 컨디션이 좋은지 아픈지를 알아차릴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사랑한다는 감정도 눈빛으로 드러난다. 그렇다 보니 보호자도 사랑스런 눈빛으로 반려동물의 눈을 가장 많이, 가장 오래 보게 될 것이다. 그래서인지 안과질환은 다른 질환에 비해 보호자가 빨리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눈이 뿌예요. 눈물이 많아요. 눈꼽이 많이 끼어요. 눈이 충혈 됐어요. 눈을 아파해요. 눈을 잘 못 떠요. 눈에 뭐가 났어요. 눈에 뭐가 들어있어요. 눈이 평소보다 밝게 보여요. 앞을 못보는 거 같아요. 눈이 이상해요. 보호자분이 병원에 와서 얘기해주는 다양한 증상들이다.
그렇다면 어떤 이상으로 이렇게 보이는 것일까? 그것을 알려면 눈의 구조부터 알아야 한다. 눈은 안구를 덮어주는 안검, 안검과 안구를 이어주는 결막, 안구의 가장 앞쪽에 위치한 각막, 그 안쪽으로 홍채, 모양체, 맥락막으로 이루어진 포도막, 뒤쪽을 싸고있는 공막, 안구의 가장 뒤쪽에서 빛을 받아들이는 망막, 그 외에 분비조직인 눈물샘, 검판선과 안구를 움직이는 근육, 안구 내에 영양공급과 면역을 담당하는 안방수와 안구의 모양을 유지해주는 초자체가 있다. 이런 많은 부분에 기능적,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면 이상이 있어 보이는 것이다.안과질환은 유루증, 안구건조증, 안검염, 맥립종, 산립종, 제3안검탈출, 각막염, 각막궤양, 각막천공, 결막염, 안구돌출, 이물, 안충감염, 안검폐쇄부전, 사시 등 눈으로 바로 발견이 되는 경우도 있고, 포도막염, 수정체탈구, 백내장, 녹내장, 시신경염, 망막박리, 안내출혈, 급성후천성망막변성 등 확인을 위해 검사가 필요한 경우도 있다. 보통은 눈에 통증이 심한 경우는 각막손상이나 녹내장일 가능성이 큰데, 이 두 경우 시력을 잃을 가능성이 크므로 빨리 검사를 해봐야 한다. 각막손상은 검안경이나 염색검사로 알 수 있고, 녹내장은 안압검사로 알 수 있다.
눈은 보는 기관이다. 그렇다보니 안과 진료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시력을 살리는 것이다. 볼 수 있으려면 각막, 안방, 수정체, 초자체를 지나 망막에 닿기까지 빛이 차단되면 안 되는데, 우리가 볼 때 반려동물의 눈이 뿌옇다는 것은 빛이 눈 안으로 못 들어간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망막에 닿은 빛이 감지되어 뇌까지 전달되어 인지하는데 이상이 없어야 실질적으로 본다고 할 수 있다. 위에 언급한 어느 한곳에만 문제가 생겨도 시력을 잃게 되다 보니 안과질환이 있을 때는 최선을 다해 시력을 잃지 않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시력을 못 찾는다면 그 다음은 삶의 질을 생각해야한다. 동물은 사람보다 후각, 청각이 월등히 뛰어나다 보니 시력을 잃어도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는 빨리 적응하는 편이다. 그러므로 안타깝기는 하지만 통증이 있다거나, 시력이 없는 눈을 보존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면 미용보다는 반려동물이나 보호자가 힘들지 않을 방법을 선택해야 한다. 예를 들어 녹내장으로 인해 망막박리가 되어 영구적으로 시력을 잃었다면 안압을 조절하기 위해 평생 안약을 넣어주는 것 보다는 수술적인 방법으로 통증을 덜어주는 것이 반려동물과 보호자 모두에게 좋은 방법이다. 또한 생활하는 공간에서 불편하지 않도록 집안의 가구나 구조를 가급적 바꾸지 않는 것이 좋다.
눈은 외부에 노출된 장기 중에서 가장 약한 부분이다 보니 이상이 생기면 악화도 빠르다. 가끔 너무 빠르게 진행되어 치료 시기를 놓치는 병도 있지만, 대부분은 일찍 발견하면 통증 없이 시력을 보존하며 회복할 수 있다. 그러므로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눈을 자주 마주치고, 평소와 다른 경우가 발견되면 병원에서 빨리 확인을 받아봐야 한다. 특히 눈을 너무 아파한다면 시력을 잃을 수 있는 응급한 경우일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꼭 명심하자.
목동 월드펫동물메디컬센터 이철기 원장
문의 02-2698-75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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