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을 코앞에 두고 수험생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온 경우가 많다. 기력이 딸리는 경우부터, 불안・불면증에 시달리는 경우, 공부한 내용이 생각나지 않는 건망증까지. 이런 현상을 자양분 삼아 옳지 못한 일들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일반 식품이 총명탕으로 둔갑하기도 하고, 큰 효과 없는 총명탕을 꾸역꾸역 먹이는 경우도 있다. 서초동 <경희로운 한의원>의 이아영 원장을 만나 총명탕을 최대한 총명하게 복용하는 법은 무엇인지 들어봤다.
총명탕, 정말 머리가 좋아질까?
총명탕은 과거시험을 앞둔 선비들이 주로 복용했던 보약이다. 기록을 찾아보면 중국 명나라의 의관인 ‘공정현’의 저서 ‘종행선방’에 수록되어 있는 처방이다. 동의보감 내경편에는 ‘다망(多忘:건망증)을 치료하며 오래 복용하면 하루에 천 마디를 외울 수 있다’고 기록되어 있다. 이런 근거로 실제 오랫동안 기억력 감퇴와 건망증 등의 병증을 치료하는 데 총명탕이 활용돼 왔다. 한의학에 대한 과학적인 접근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최근에는 총명탕의 성분 중 일부가 치매를 유발하는 독성 단백질의 생성을 막고 이 단백질의 독성을 완화해 기억력을 향상시킨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러나 이아영 한의사는 처방 없이 먹는 총명탕으로는 진정한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고 말한다. 그는 “기억력이 감퇴하거나 건망증이 생기는 원인은 개인별로 다 다릅니다. 복용하는 이의 현재 건강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채 구입한 총명탕으로는 큰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예를 들어 뇌 혈액순환에 문제가 발생했을 수도 있고요. 체력이 떨어진 경우일 수도 있고요, 스트레스가 과도하거나 긴장이 심해서 나타나는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이 경우마다 다르게 총명탕이 처방되어야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맥진은 기본, 현대의학적인 검사 후 처방
한의학에서 맥진은 기본이다. 맥진은 인체 내에 흐르는 에너지의 흐름으로 전신 십이경락의 부조, 오장육부의 상태와 그 증후의 음양허실, 표리한열 등을 판단해내고, 근원적인 심(心)의 허와 실까지 진단한다. 하지만 맥진은 고도의 전문적 ·주관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한의학을 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아영 한의사는 맥진과 함께 내장기의 기능과 체질량 측정 검사를 함께 진행한다. 실제 환자가 갖고 있는 스트레스 정도와 약해진 신체 기능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이런 과정을 거친 후 개인별로 처방되는 총명탕의 구성은 각자 다를 수밖에 없다. 이아영 한의사는 “뇌세포를 활성화시키거나 뇌의 혈류량을 증가시켜 뇌기능을 향상시키는 것에 집중할 수도 있고요. 위경련이나 설사・변비 등 과민한 대장 증상완화에 집중할 수도 있습니다. 대사가 떨어지면서 몸이 비정상적으로 불어난 경우도 있고, 가슴 두근거림을 완화시켜야 하는 경우도 있어요. 하지만 공통적으로 배 속이 편안해지고 오장육부가 튼튼해지며 몸의 순환이 원활해지면, 머리가 맑아지고 자신감이 생기면서 기초체력과 함께 자연스럽게 기억력이 좋아지게 됩니다.”라고 말한다.
총명탕 처방으로 극복할 수 없는 조용한 ADHD
시험을 목전에 둔 수험생이 아니더라도 학업 성취가 더딘 것은 걱정과 불안을 야기하곤 한다. ‘설마 우리 아이가?’ 하며 놓치기 쉬운 사례가 바로 조용한 ADHD다. 이 경우는 단순히 총명탕 복용으로 극복하기 어렵다. 정확한 진단 및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조용한 ADHD는 겉으로 봐서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인다.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시간도 길고, 트러블을 일으키는 경우도 별로 없다. 그런데 만족할만한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 주의력이 결핍된 조용한 ADHD이기 때문이다. 이아영 한의사는 “조용한 ADHD가 발생하는 원인은 다양합니다. 전두엽 활동성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고, 청지각적 기능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일 수도 있습니다. 우선은 정확한 원인을 찾는 게 중요하죠. 아이가 학교에서 말썽을 일으키지도 않고 선생님, 친구들과도 관계가 원만한데 학업에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에 비해 성취가 낮다면, 그래서 조용한 ADHD가 의심된다면 정확한 진단과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라고 말한다.
도움말 경희로운한의원 이아영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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