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논술 문제는 세 문제로 구성되어 있다. 100분이라는 시험시간 동안 [문제 1], [문제 2]는 250~400자, [문제 3]은 550~700자 분량으로 써야 한다. 예전에는 제시문이 짧아서 글을 독해하는 데 시간이 걸리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제시문의 길이가 길어졌고, 문제의 요구사항도 많아져서 답안을 압축해서 서술해야 한다는 부담도 무시 못한다. 차라리 논술답안이라 생각하지 말고 서술형 답안을 좀 길게 쓴다고 생각하는 것이 (머리는 불편하겠으나) 마음은 편할 것이다.
작년 기출문제를 예시로 살펴보겠다.
[문제 1] 제시문 (라)에 나타난 줄임말이나 신조어 사용 현상을 하나의 ‘문화’라고 볼 수 있는 근거를 (가)와 (나)를 참조하여 네 가지 이상 제시하시오. 그리고 줄임말이나 신조어가 의사소통에서 ‘어떤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수 있으며 이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를 (가)와 (다)의 내용을 토대로 추론하여 서술하시오.
읽어보면 알겠지만 복잡하다. 도대체 400자 분량으로 써야 할 말들이 이렇게 많나? 라는 생각이 나도 모르게 떠오른다. 침착하자. 일단 천천히 심호흡을 하면서 출제자의 요구사항이 무엇인지 파악하자. 먼저 (라)에 나타난 신조어 사용 현상을 문화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이거 중요하다. 답안을 첫 문장은 무조건 ‘줄임말이나 신조어는 문화를 반영하는 현상’이라고 쓰면서 시작한다) 그 근거를 네 가지 이상 쓰라는 것이고, 만약 줄임말이나 신조어가 의사소통에 어떤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인지와 그 해결책을 쓰라는 것이다. 다시 살펴보니 요구사항은 두 가지가 아니라 세 가지다. 이 세 가지 물음에 답해야 한다. 첫 번째 물음은 200자 정도 써주고, 두 번째는 100자, 세 번째도 100자 정도 써주면 되겠다. 분량이 250자부터라고 되어 있지만 이 답안은 결코 250자 분량으로는 가능하지 않다. 그냥 400자를 쓴다고 생각하며 써 주는 것이 좋다.
네 가지 근거는 제시문 (나)에 나와 있다. 제시문 (나)에는 ‘문화는 다음의 여러 속성들을 지니고 있다.’라고 친절하게 나와 있고, 그 속성들을 다섯 가지로 분류하고 있으니 네 가지 이상 쓰는 건 문제가 안된다. 다음은 부정적 영향이다. 제시문 (다)에는 비윤리적 언어 사용은 사회 구성원 사이에 소통의 단절이나 사회적 갈등, 심지어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는 문장이 있다. 이를 참고하면 된다. 그리고 마지막 요구사항은 해결책인데 (라)를 읽고 힌트를 얻어서 문장을 만들어내야 한다. 해결책은 제시문에 나와 있지 않다. 이는 다른 대학 논술시험에서도 마찬가지다. 해결책은 문제점을 뒤집어 생각하면 되기 때문에 굳이 제시문으로 보여주지 않는다. 그러니 제시문을 뒤적거리며 시간 낭비하지 말고 문제점으로부터 추론해서 써야 한다.
[문제 2] 제시문 (마)에서 설명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가),(나)의 내용과 (다),(라)의 사례를 활용하여 기술하시오.
이 답안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문장으로 시작하고 바로 그 이유를 써 주어야 한다. 활용해야 할 제시문이 네 개나 되기 때문에 이유를 쓰더라도 적어도 세 가지 이상을 (이왕이면 번호를 붙여 가며) 써 주어야 한다. 하나의 이유를 100자 정도 쓴다면 300자는 그냥 채워진다. 그러니까 이유 외에 다른 걸 쓸 생각을 하면 안된다. 분량이 적으면 이럴 땐 좋을 수 있다. 앞에서 서술형 답안이라고 한 이유를 알 것이다. 제시문이 길어서 찾기 힘들 수 있겠지만 이유를 쓰기에 좋을 개념은 깔끔하게 나와 있다. 사회적 영향력, 도덕적 숙고, 이윤에 따른 부작용, 기업에 필요한 요소 등 제시문에 나와 있는 핵심어를 가지고 사회적 책임을 져야 할 이유로 써 주면 된다.
[문제 3] 제시문 (가)에서 ‘위대한 인간 선언’이 의미하는 것과 그것이 위대한 이유를 설명하고, (나)를 바탕으로 (다)에 나타난 국가(스웨덴)의 정당성에 대해 서술하시오, 그리고 앞에서 답한 내용과 (라)를 활용하여, (마)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개인과 국가’가 기울여야 할 노력과 그 이유를 서술하시오.
이 문제는 분량이 550~700자다. 길게 써야 할 문제는 항상 마지막에 배치되어 있다. 이럴 땐 시간 안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문제 2]에서 머뭇거리면 [문제 3]을 못쓸 수 있다. 더구나 요구사항은 다섯 가지나 된다. 첫 문장에 나와 있는 요구사항은 200자 이내로 함께 써주고, 정당성에 대해서는 150자, 마지막 ‘개인과 국가’의 노력과 그 이유에 대해서는 300자 정도 써 주면 되겠다. 문제의 요구사항이 많다 보니 어느 정도의 분량으로 써 줄 것인지 결정하고, 서술형 답안 쓰듯이 써 주면 되겠다. 우선 길고 긴 제시문(가)의 내용을 그대로 옮겨 쓰지 않도록 조심하면서 ‘위대한 인간 선언’의 의미와 이유를 구분해서 써 주어야 한다. 다음으로 국가의 정당성을 서술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국가가 해야 할 일을 당연히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지막 요구사항은 어렵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해결책은 제시문에 나와 있지 않다. 내가 유추해서 써 주어야 하는 영역이다.
작년 기출문제를 예시로 보았지만 동국대 논술시험은 요구사항은 많은데 분량은 정해졌고, 시간은 짧다. 평소에 많은 기출문제를 풀면서 수능공부하면서 닦아둔 순발력을 (조금은) 발휘해야 하겠다.
파주 운정 대입논술전문 스카이논술구술학원
김우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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