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는 까다롭다. 그래서 진학지도를 책임지는 교사가 체감하는 책임감은 묵직하다. 영동일고는 미래인재교육부, 진로진학부, 3학년부가 진학의 트라이앵글이 되어 긴밀하게 협업한다. 진로진학부가 입시의 큰 틀을 설계하면 미래인재교육부는 고1~2학생들에게 필요한 입시 프로그램, 진로, 진학 상담을 진행하고 3학년부는 입시의 최전선에서 뛴다.
오청락 교사는 3학년부를 이끌며 영동일고 입시의 한 축을 책임지고 있다. 수년간 축적한 입시 데이터를 분석하고 대학의 전형 변화를 날카롭게 살피며 고3을 위한 수시와 정시 전략을 가이드한다.
“동료 교사들과 합격 ˙ 불합격 케이스 스터디를 집중적으로 해요. 어떻게 붙었을까? 왜 떨어졌을까? 교사들의 경험치를 하나로 모아 난수표처럼 복잡한 진학의 방향성을 찾아 함께 공유합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Q. 수능을 앞두고 킬러문항과 변별력 논란이 뜨겁습니다. 최근 고3 교실 분위기는 어떤가요?
정부 발표 직후 고3들이 술렁거렸지만 지금은 차분합니다. 9월 모의고사를 치러야 올해 수능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으니까요.
현행 상대평가 수능체제에서 변별력은 필수입니다. 수능 선택과목에 따라 유불리가 발생하지 않는게 중요하죠. 최근 논란이 됐던 킬러문항 이슈도 냉정히 바라볼 필요가 있어요. 킬러 문제 정답률이 약 20%나 됩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초고난도 문제를 맞춘 학생들이 많아요. 아마도 올해 수능은 낯선 제시문이나 전문적인 내용을 다룬 지문은 줄어들지만 시험 변별력은 어떤 식으로든 유지될 겁니다. 특히 최상위권은 한 문제라도 실수하면 여파가 크므로 대비가 필요합니다.
Q. 수시 원서 접수를 앞두고 있습니다. 학생부를 면밀히 검토해 지원 대학, 학과를 결정해야 하는데 학종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 명심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수시에서 내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학생부교과, 학생부종합전형의 합격 컷이 비슷해지고 있습니다. 교과전형, 학종에서 여전히 내신 성적이 중요하지만 내신만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대학에서는 지원자의 고교 3년간 이수 과목을 꼼꼼히 살핍니다. 건축학과나 사회환경공학부 등을 지원했는데 물리를 수강하지 않았다면 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합니다. 반면에 문과계열인 지리학과 지원자가 지구과학을 선택했다면 유리하겠죠. 특히 입시 경쟁이 치열하고 분포층이 넓은 내신 2점대~3.5점대 구간의 학종지원자들은 이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이과계열 대학을 지망하는 현 고1, 고2 학생은 문리, 화학, 생명과학을 모두 선택하는 것이 좋습니다.
Q. 자소서, 추천서가 모두 사라지면서 학생부의 비중이 커졌죠. 어떻게 관리해 할까요?
2~3년 사이 학생부 교과세특은 상향평준화됐습니다. 이제 자율활동, 동아리활동, 행동발달특기사항 등 학생부 다른 항목에서 학생의 특장점이 명확히 드러나야 합니다.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생기부’는 평가자가 알아챕니다. 대학이 중점적으로 보는 건 학생의 자발적 탐구심입니다. 기억에 남는 제자가 있어요. 저는 윤리를 가르치는데 어느 날 수업을 진행하지 않는 반 학생이 국어지문을 들고 찾아왔어요. 철학을 다룬 지문 내용이 이해되지 않아서였죠. 앎에 대한 호기심이 느껴졌어요. 당연히 입시 결과도 좋았습니다. 이처럼 배운 내용을 자발적으로 깊이 있게 탐구하려는 노력, 그 과정에서의 느낀 점이 학생부에 드러나야 합니다.
학생부 간소화로 입시에서 면접 영향력이 커지는 분위기입니다. 대학마다 학생부에 기재된 내용이 과장이 없는지 ‘진짜 역량’을 파악하겠다는 의도이지요.
Q.영동일고 의대 MMI면접 지도가 호응을 얻고 있지요?
MMI면접에서는 생명존중, 의료진의 윤리적 딜레마 상황에 대한 견해를 묻는 경우가 많아요. 정답은 없지만 답변을 뒷받침하는 논리적인 사고 과정을 보는 거지요. 제시문 속 내용, 통계 데이터를 정확하게 분석한 후 답하는 훈련을 개인 맞춤형으로 진행합니다. 면접은 연습한 만큼 실력이 늡니다. 고3 때 준비만으로는 부족하기 때문에 고1, 고2 의대 지망생을 대상으로 MMI 면접 특강을 확대했는데 반응이 좋습니다. 학생이 고민과 준비의 시간을 가진 만큼 면접장에서 심리적 여유를 가지고 대처하더군요.
Q. 줄곧 입시 지도를 담당했습니다. 어떤 선생님이 되고 싶은가요?
14년차 윤리교사입니다. 초임 교사 시절에는 지식을 멋들어지게 알려주는 ‘지식 전달자’ 역할에 주력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학생이 학교에서 무엇을 얻어갈 수 있게 할까?’를 고민합니다.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고 생각을 확장하고 자신의 삶을 고민하는 기회를 많이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성적’에 소외된 학생일수록 이런 경험들이 필요합니다. 입시는 중요하지만 고교 3년을 오로지 입시를 목표로 달려가는 건 바람직하지 않죠. 생각의 힘을 길러야 할 시기입니다.오
위 기사의 법적인 책임과 권한은 내일엘엠씨에 있습니다.
<저작권자 ©내일엘엠씨,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