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에 이어 다음으로 [문제1-2]에 대해 살펴보자. 처음 실시하는 모의논술에서는 「다음 지문에 드러난 관점에서 제시문(나)와 (다)를 평가하시오」라는 형태로 나왔다. [문제1-1]이 (가), (나), (다)로 지칭되는 제시문 ‘본문’에 나타난 비교 관점을 통해 주제에 대한 주요 논지를 제대로 이해했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면 [문제1-2]는 ‘본문’과는 다른 관점을 개입시켜 제시문들의 주요 논지를 평가하고 비판할 수 있는지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고 볼 수 있다. 가령, 「제시문(라)의 주장을 분석하고, 그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제시문(다)에 나타난 두 신문의 책임소재를 다루는 관점을 평가하시오」처럼 말이다.
이때 제시문(라)에는 비만의 원인이 유전적 요인이나 부족한 육체적 활동, 자동차 사용 증가와 같은 개인적 생활 방식에 있는 것이 아니라 소득 불평등이라는 연구 결과를 보여준다. 비만의 원인이 개인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요인에 있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제시문 (다)에서는 같은 살인사건을 두고 영자신문과 한자신문이 서로 다른 관점으로 작성한 기사 내용이 소개되고 있다.
어느 한 개인의 살인행위를 두고 서로 다른 관점에서 분석한 기사 내용을 살인과는 거리가 먼 비만에 관한 연구 결과를 놓고 평가하라고 하니 처음에는 무엇을 쓰라고 하는 것인지 눈치채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1-2]가 [문제1-1]의 확장 버전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면 평가의 기준이 이 논술의 주제인 책임소재를 전제로 개인에게 책임을 묻고 있는지, 사회에게 책임을 묻고 있는지에 대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결국 제시문(라)는 사회에게 책임을 묻고 있기에 개인에게 책임을 묻고 있는 영자신문은 비판하고, 사회적 상황에 책임을 돌리는 한자신문은 긍정적으로 평가하면 되는 것이다.
[문제2-1]도 [문제1-2]와 크게 다르지 않다. [문제1-2]가 새로운 제시문(지문)으로 본문의 주제에 대해 한 발짝 더 나아가는 식의 문제의식을 요구한다면 [문제2-1]은 그래프나 도표를 통해 논술 주제에 대해 더 멀리 나아가는 식이다. 덧붙이자면 [문제2-2]는 수학적 사고과정을 통해 주제에 나타난 문제의식을 수리적으로 검토하도록 요구한다. 그래서 처음에는 연대 논술이 4문제로 보이지만 나중에는 한 문제로 보인다고 말한 것이다.
다시 [문제1-2]로 돌아오자. 지난 호에서도 소개한 ‘글쓰기와 지식 발전의 관계’에 대한 문제에서는 하나의 사례를 지문으로 주고 제시문(나)와 제시문(다)의 관점에서 평가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니까 이 평가는 두 가지 방향이 다 가능하다.
새로운 지문을 주고 ‘본문’을 평가하라고 할 수도 있고 (‘책임소재’의 경우), -방금 전 언급한 ‘글쓰기와 지식 발전의 관계’에서처럼-‘본문’의 내용으로 새로운 사례(지문)를 평가하라고 할 수도 있다. 본문을 대상으로 평가할 때는 주로 [문제1-1]에서 언급하지 못했던 제시문의 숨은 전제를 비판하는 방식으로 연결되지만 ‘본문’의 내용으로 평가하라고 할 때는 (주로 사례가 등장하므로) 본문의 주요 개념을 사례에 적용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그 중 하나의 사례를 소개하자면,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뉴욕 여성의 삶과 사랑을 그려낸 미국 TV드라마에 대해 대만의 고학력 여성들 사이에서 활발한 토론이 벌어진다. 이 토론은 주로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이루어지고 이러한 소통을 통해 대만 여성들은 주체성을 찾기 위한 영감을 받거나, 감각적 세계를 즐기며 개인적 만족을 추구하는 경향이 생겨났다.
이 사례를 제시문(나)와 제시문(다)로 평가하라는 것이다. 우선 제시문(나)는 인터넷을 통한 글쓰기를 연대성 강화를 위한 제2의 구술성이라는 이름으로 긍정하는데 제시문(다)는 새로운 매체를 통한 소통은 합리적인 사고를 불가능하게 하면서 단지 수다를 떨기 위해 이용할 뿐이라는 매우 부정적인 입장이다. ‘제2구술성’이라는 공통된 개념을 가지고 각기 다른 입장에서 사례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지 서술해야 한다. 여기서 수험생이 주의해야 할 것은 사례에 나타난 구체적인 표현을 추상화해서 혹은 개념화해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례 속 ‘인터넷 게시판에서 활발한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는 문장에서 수험생은 ‘연대성’이라는 추상적인 개념을 떠올릴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나)와 (다)의 핵심적인 차이가 제2의 구술성이 연대성을 증가시키느냐 약화시키느냐에 있기 때문이다. 사례에서는 간단히 인터넷 게시판의 토론으로 스쳐 지나가는 문장처럼 써 놓았지만 이를 제시문(나)와 (다)의 핵심적인 개념 중 하나인 ‘연대성’으로 치환할 줄 아는 능력이 연대 논술에서 요구하는 사고력이다. 얼핏 보면 연대 논술이 무지 어렵다는 생각이 떠오를 것이다. 그러나 겁먹을 필요는 없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물을 모두 추상화해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다. 단지 그러고 있는 줄 모를 뿐이다. (다음 호에 계속)
파주 운정 대입논술전문 스카이논술구술학원
김우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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