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생 딸들을 데리고 제주도를 가기로 한다. 남들 다 가는 제주도인데 우리가 여유가 없는 것도 아니고 우리도 가야겠다. 근데 아이들이 어리니 가서 갑자기 아플까 봐 비상약을 챙긴다. 일교차가 클까 봐 도톰한 겉옷도 챙긴다. 바쁜 와중에 어렵게 가는 여행을 망치기 싫어 만반의 준비를 하며 확인하고 또 한다. 날씨가 좋아 비행기에서 맑고 파란 하늘을 감상하면서도 어린 딸들을 살피느라 긴장된다. 드디어 제주도다! 제주도에 도착한 뒤에도 아이들이 낯선 음식에 탈이 날까 조심한다. 사진을 찍으면서도 긴장은 여전하다. 짧은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지쳐 가방을 풀면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 예상 밖의 일이 생길까 봐 마음을 졸이기는 했어도 여행을 결정한 그 순간부터 나는 이미 행복했구나! 달력을 보면서, 숙소를 정하면서, 비행기 안에서, 어디서건 우리 가족 모두 이미 행복했었구나!
“그런 건 다 대학 가서 해야지! 지금은 공부만 하기에도 시간이 모자라다!” 이 흔한 말이 공부하는 십 대들은 대학 갈 때까지는 행복을 일시 정지해야 함을 의미할까? 때로는 건조하고 때로는 숨 막히는 상황에서도 십 대들은 얼마든지 매 순간마다 행복할 자격과 능력이 있다. 대학을 가기 전인 지금도 십 대들의 매일 매일은 소중하고 찬란하다. 대학을 가려면 참고 견뎌야 할 일상들이 많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어제와 오늘이 함부로 생략돼도 되는 무가치한 시간은 아니다. 목적지에 도착한 후부터만 여행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대학에 꼭 가야지! 그러려면 열공 해야겠다!’ 마음먹은 그 순간부터 여행이 시작되는 것이다. 아침을 굶어 기운이 없지만 맛있는 급식을 친구와 먹으면서, 잠이 안 깬 등굣길 아침 차가운 공기를 맡으면서, 손도 못 대던 문제에 방법이 보인 날, 열심히 공부하느라 지친 얼굴에서, 바로 지금이기 때문에 더 눈부신 그들은 멋진 여행 중인 것이다. 목적지는 사정에 따라 바꿀 수 있지만 그들의 여정은 되돌릴 수 없는 더 소중한 과정인 것이다!
정은경 원장
더큰교육영어학원
문의 031-487-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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