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이 되어도 언제나 어릴 적 꿈을 꾸는 사람이 그림책 작가가 아닐까. 굳이 외국 작가를 떠올리지 않아도 구름빵의 백희나 작가나 볼로냐 라가치상을 수상한 이수지 작가의 이름이 익숙해지는 요즘이다. 어릴 때 읽었던 그림책 속에서 우리는 꿈을 꾸고 행복을 느끼지 않았던가. 아름다운 작품을 통해 감동을 주는 이시원 작가를 만나 그림책 작가의 세계에 대해 들어보았다.
어릴 적 화가의 꿈이 그림책 작가로
‘숲 속 사진관’ 등 4권의 그림책을 집필한 이시원 작가는 10여 년간의 작품 활동을 통해 아름답고 따뜻한 메시지를 전하는 그림책 작가이자 송파구민이다.
“어릴 때부터 화가를 꿈꾸며 미대(시각디자인과)에 진학했습니다. 생계를 위해 직장을 다녔지만 작품 활동을 이어가고 싶다는 열망을 가슴에 품고 살았지요.” 대학 졸업 후 방송국에서 모션 그래픽 디자이너로 안정적인 삶을 살았지만 마음 한 켠은 왠지 허전했던 그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관람하게 된 볼로냐 그림책 원화전시회에서 이 작가는 그림책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그림책이 비단 어린이들만 보는 책이 아닌, 아름다운 그림을 글과 함께 완성시키는 예술 작품이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작가의 꿈을 구체적으로 꾸기 시작했다. 퇴근 후 한겨레 그림책 아카데미 수업을 들으며 그림책 작업을 해나갔다.
“그림책 작가가 되고 싶다는 꿈이 확고했지만,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방송국에서 근무하면서 작품 활동을 병행하기란 어렵다는 판단이 들어 과감하게 이직을 결정했습니다. 가족의 지지와 격려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지요.” 이 작가의 말이다.
그림책 작가로 생업을 이어간다면?
아카데미 수업 동안 만든 더미북(가제본)이 좋은 평가를 받아 이 작가는 여러 곳에서 출판 제의를 받게 되었다. 그림책 작가의 꿈이 현실이 되는 것 같아 그동안의 고생은 사라지는 듯 하였으나 더미북이 출간에 이르기까지는 4년의 시간이 걸렸다. 출판할 수 있는 수준으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지속적으로 수정하는 작업을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출간된 첫 그림책이 바로 이 작가의 대표작인 ‘숲 속 사진관’이다.
“첫 책을 출간했을 때의 뿌듯함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아요. 교보문고에 가서 가족들과 함께 인증샷도 찍었지요. 그림책 작가의 꿈을 향해 달려왔기에, 책을 내면 인생이 달라질 줄 알았어요. 하지만 특별한 일은 일어나지 않더군요.” 이 작가는 웃으며 말했다.
그렇다면 그림책 작가로 사는 삶은 어떨까? 이 작가에게 현실적인 수입을 물었다. 그림책 작가의 수입원은 인세인데, 보통 책값의 10% 정도로 계약을 한다. 소설이나 에세이처럼 베스트셀러가 드문 그림책의 특성상 대부분의 작가들이 1쇄(약 3000부)만 찍는다. 책을 출간하기까지는 최소 1년이 걸리는 것을 감안할 때 연봉 300만원의 직장인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이 작가도 전업 작가로서의 삶을 진지하게 고려해보았지만, 가장으로서 현실적인 문제를 외면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다행히 본인은 그림책 작가의 일을 업무로 할 수 있는 회사에서 근무하기에 이직 후 연봉이 줄었지만 작품 활동을 할 수 있는 지금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또한 ‘숲 속 사진관’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으며 도서관이나 유치원 등에서 강연 요청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어 아이들(독자들)을 만나 소통하는 기쁨을 누리는 동시에 부수입이 되어준다고 귀띔했다.
그림책 작가를 꿈꾸는 사람들에게
이 작가는 최근 슬럼프를 겪었다. 오랫동안 직장 생활과 작가 일을 병행하면서 번아웃이 온 것이다. 컴퓨터 작업이 많은 일의 특성상 어깨와 손목 등의 질환이 생겼고, 혼자 작업하며 외로움을 느꼈다. 본인보다 뛰어난 작가들은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았으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그를 점점 움츠러들게 했다. 그때 이 작가의 생각 속에 떠오른 주제가 ‘자존감’이었는데, 이를 통해 탄생한 작품이 신간 ‘나는 회색거미야’이다.
“작품 활동을 해나갈수록 느끼는 것은 좋은 작품을 만들려면 좋은 삶을 살아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더군요.”
꿈을 이루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지만, 이루어낸 꿈을 ‘살아내’려면 무엇보다 작가 자신의 몸과 마음을 잘 돌보아야 한다고 이 작가는 강조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라고 했던가. 그림책 작가로 이르는 길이 앞이 보이지 않아도, 주어진 현실 속에서 매일 조금씩 발걸음을 내디딘다면 언젠가 그 꿈에 닿아 있을 것이라는 이 작가의 따뜻한 조언으로 인터뷰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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