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에서 중요한 평가 기준은 대학마다 다소 차이는 있지만 이해력과 논증력, 표현력과 창의력으로 나눌 수 있을 것이다. 이 중에서 가장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것은 제시문에 대한 이해력이다. 논제를 분석하고 출제자의 의도에 맞게 제시문을 읽어 나가는 작업이 만만치 않은 이유는 제시문 간의 연관 관계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서다. 어느 대학이든지 논술문제에는 ‘테마’가 있다. 주요쟁점이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는데, 그 해의 시사적인 문제나 시대적인 관심 사항을 논술 주제로 구성하기 마련이다.
제시문 간의 이론과 사례의 연관성을 파악해야
논술 주제가 무엇이든 상관없이 같은 주제로 묶인 제시문에는 이론과 사례가 함께 등장한다. 주로 문학작품이나 실험결과, 통계자료, 심지어 사진이나 그림도 사례로 제시되는데, 이러한 사례가 제시되는 이유는 구체적 사례를 추상적인 개념으로 사고할 수 있는지를 묻기 위해서다. 현재 고등학교 교과과정으로는 수험생에게 ‘내재화된 이론적 근거’를 전제하기 힘든 까닭에 논술 출제자는 사례와 관련된 이론적인 글도 함께 제시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래서 제시문 간의 ‘이론과 사례’의 연관성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가령, 제시문 (가)와 (나)의 공통점을 묻는 문제라면 제시문 (가)와 (나)는 ‘사례’일 경우가 많다. 이론적인 글을 주고 공통점을 찾으라고 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 구체적인 사례들을 통해 공통점을 찾아내라는 것이 얼핏 보면 간단하게 보여도 이런 작업을 수행하는 능력은 개별적인 사물들을 추상화할 줄 아는 능력과 같다. 가령, 서로 다른 모습의 나무들을 쳐다보고 ‘이것들’을 하나의 ‘나무’라고 파악하는 능력인데 ‘나무’라는 추상화된 개념으로 구체적인 나무의 개별성을 사상(捨象)하는 이러한 능력은 고도로 발달된 전두엽을 지닌 인간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사고력을 키운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 구체적인 개별 현상들을 추상화된 개념으로 전환시킬 줄 아는 능력과 다르지 않다. 물리학의 법칙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세상의 모든 물체들이 하는 개별적인 운동들이란 각기 다른 형태로 나타나겠지만 물리학자는 이를 간단한 공식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처럼 논술 답안을 쓰는 과정에서도 물리학자가 하나의 공식으로 여러 개별적인 운동을 추상화하는 능력과 비슷한 능력이 사용된다. 하지만 제시문 간의 연관 관계를 파악할 수 있다면 이러한 능력은 제시문에 대한 이해력으로 대체될 수 있다. 앞서 말한 (가)와 (나)가 ‘사례’에 해당하는 제시문이라고 인식했다면 이와 연관된 ‘이론’에 해당하는 제시문에서 논제가 요구하는 개념을 찾아낼 수 있다는 것이다.
출제자의 제시한 글을 활용해 자신이 작성한 논증이 참임을 증명해야
물론 제시문 간의 연관성을 파악하고 각 제시문을 완전히 이해했다고 해서 답안을 작성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 다음에 필요한 과정이 논증인데, 출제자의 요구사항에 대한 나의 답변을 ‘명제’라 한다면, 수험생은 자신이 제시한 명제가 참임을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이때 내가 서술한 명제가 참임을 증명하는 과정은 세상에 없던 것을 새로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출제자가 제시한 글을 통해서 하는 것이다. 그래서 이때도 제시문이 활용된다. 논증이 제시문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는 건 아니냐는 의문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 논술문제는 제한된 시간 안에 출제자가 묻는 말에 대답하는 글이기에 제시문을 벗어나기는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가령, 앞서 말한 문제에서, ‘그 공통점을 제시문 (다)와 (라)의 관점에서 평가하라’는 식으로 묻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그러니 논증을 하는 과정이 결국 주어진 제시문을 ‘요약’하는 과정이 되겠지만, 이때 요약을 단순요약으로 이해하면 곤란하고, 명제를 논증하는 데 필요한 문장을 제시문에 나타난 핵심어로 작성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런 까닭에 논술은 ‘정답’이 있음에도 하나의 답안으로 제한되지 않는다. 하나의 단어를 활용해서 표현할 수 있는 문장이 무수히 많은 것처럼 다양한 답안이 ‘하나의 정답’으로 작성될 수 있는 것이다. 그렇기에 논술을 공부하는 과정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제시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이해력), 논제가 요구하는 답안의 내용을 논리적으로 타당하도록(논증력), 이를 자연스럽고 적절하게 표현하면서(표현력), 그동안 자연스럽게 길러진 창의력을 나도 모르게 드러내는 과정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파주 운정 대입논술전문 스카이논술구술학원
김우인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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