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위드 코로나(단계적 일상회복)가 시행되었는데요. 확진자수가 증가하면서 백신접종 제외 대상인 미성년자의 확진 판정도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학교가 정상화되고 각종 활동 범위가 넓어지면서 부모님의 걱정도 커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더불어 2년 동안의 이러저런 습관 탓에 일상회복에 어려움을 표하는 학생들도 많습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 코로나 이전엔 당연시 되던 것들이 어색하고 낯설게 느껴지는 것도 어쩔 수 없는데요. 우리 이웃들은 어떤지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 송파강동 내일신문 교육취재팀
통제와 정적이 흐르는 교실을 답답해하는 아이
중학교 2학년인 아이는 학교생활이 너무 답답하다고 한다. 학교에서 마스크를 쓰는 일은 당연하지만, ‘친구들과 대화하지 마라’ ‘서로 붙어 있지 마라’ ‘뛰지 마라’ ‘거리두기 해라’ 등 종일 ‘~하지 마라’는 말만 듣고 와서 힘들다는 푸념을 쏟아낸다. 예전에는 별로 대수롭지 않고, 크게 느껴지지 않던 행동들이 정적이 흐르는 교실에서는 오히려 너무 크게 느껴져 서로 놀라고 통제 받을 때가 많다고 한다. 학교에서는 긴장되고 위축되는 마음이 자꾸 커져 차라리 집에서 자유롭게 온라인 수업을 듣는 것이 훨씬 더 편하다는 말을 자주 하고 있다. 힘든 중2 학교생활이 끝나고 겨울방학만 기다리고 있는 아이. 작년에도 등교를 거의 못하고 올해 역시 학교 부적응을 겪고 있어 중3 시기를 어떻게 보낼지 고민이 된다.
김*연 (44·방이동)
운전 셔틀 다시 시작이네요
아이가 다니던 학원은 그동안 온라인과 현장강의를 병행하여 수업을 했다. 위드코로나가 시행되며 전면 대면수업을 하게 되면서 반가웠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다시 운전 셔틀 시작이구나...’ 싶었다. 아이들이 셔틀버스가 운행하지 않는 학원을 다니다 보니 아이 셋의 학원을 데려다주고 다시 데리러 가는 일이 하루에도 몇 번씩, 일과 중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온라인 강의를 할 때는 사실 내 몸이 편했다. 이제 대면수업을 하니 아이들의 활기가 느껴져 좋지만 다시 운전할 생각을 하니 급 피곤해지는 건 어쩔 수 없다. 아이를 내려주려 잠시 정차했다가 주차위반 스티커를 받은 일이며, 끝도 없이 막히는 도로에서 학원 시간에 늦지 않으려 진땀 흘리며 운전하던 일상이 다시 시작되었다. 그렇다해도 아이들이 공부만 열심히 해준다면 이런 운전, 매일 해도 즐겁게 할 수 있을 텐데... 이*숙(43·잠실동)
학교에 왜 가야 하나요? 묻는 초1
초등 1학년은 학교라는 ‘새로운 세계’를 만나는 시기다. 친구를 사귀고 단체 생활의 규율을 익히며 아이들은 서서히 사회화 과정을 거친다. 그런데 코로나 상황으로 모든 것이 멈춰버리면서 ‘학교’란 첫 경험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내가 음악을 가르치는 초1 여학생, 생각을 많이 하는 영리한 아이다. “도대체 학교에 왜 가야 하는지 모르겠어요?”라며 투정부리면서 학교에 가고 싶지 않다고 한다.
뜨문뜨문 나가는 학교에서는 그동안 한데 어울려 놀며 친구를 제대로 사귈 수도 없었고 마스크 쓰며 앉아있는 통에 반 아이들 얼굴도 정확히 알지 못했다. 이처럼 ‘비정상 1학년’을 보낸 후유증을 어린 초등학생들이 꽤 크게 받고 있구나 싶었다. 공부는 전처럼 온라인으로 하면 되는 거 아니냐며 반문하는 아이의 말을 들으니 순간 말문이 막혔다. 위드 코로나로 전환된 지금부터라도 초1을 위한 즐거운 학교생활 경험이 섬세하고 세밀하게 설계되어야 할 듯싶다. 김*숙(48·잠실동)
백신 맞는 ‘요일’이 정해져 있다는 아이
위드코로나 시대. 고1 아들이 백신을 맞겠다고 나섰다. 그런데 월요일이나 화요일, 수요일에만 맞겠다는 조건을 달았다. 백신을 맞고 3일을 연속으로 학교에 가지 않겠다는 심산인 것. 엄마 입장에선 금요일에 맞고 토일을 쉬고 월요일부터 정상적으로 등교하길 권했지만 아들에게서 돌아온 말은 “누가 백신을 금요일에 맞아? 백신은 월~수에 맞는 거야.” 기가 차기도 했지만 친구들이 모두 그렇다니 할 말이 없었다. 안전 수능을 대비해 고1도 곧 온라인수업으로 들어간다는데... 그때 맞아도 되고, 방학 때 맞아도 되련만. 어떻게든 3일을 꼭 챙겨서 쉬어야겠다는 아들. 결국 아이의 뜻대로 1차 백신접종을 마쳤다. 코로나로 인해 중3과 고1을 흐지부지 보낸 것 같아 마음이 불안한 건 결국 엄마뿐인 것 같아 마음이 씁쓸한 가운데, 백신 부작용이 없기만을 바라고 있다. 최*연(49·잠실동)
13일 간 10회의 PCR 검사를 한 다섯 식구
초등학생인 셋째 아이의 같은 반 친구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아이도 검사를 받으라는 연락이 왔다. 역시 초등생인 위의 두 아이까지 덩달아 등교 보류. 학교 측으로부터 받은 통지는, 막내의 학급은 전원 2주간 등교 중지였다. 주 2~3일 교차 등교하는 두 아이는 자가 격리 중인 동생이 있어 72시간 이내 음성 확인서를 가지고 등교하라고 했다. 부모의 PCR 검사는 필수는 아니지만, 부모의 음성 결과도 함께 제출하면 좋다는 둘째아이 담임의 연락을 받았다. 13일 동안 다섯 식구가 10회의 PCR 검사를 했다. 모두가 음성이라 다행이긴 했지만 순식간에 코를 찔리는 검사를 한 아이들은 힘들어했다. 외식도 못하고 집에만 머물게 되니 집밥에 집착하는 아이들을 위해 삼시세끼 챙기는 일이 정말 힘들었다. 정**(45·암사동)
학교 수업의 판이 바뀌다
교사로 35년 간 학생들을 가르친 내게 코로나 상황을 겪은 지난 2년 동안 가장 큰 변화를 체감했다. 우선 온라인 수업이 학교생활 깊숙이 들어온 점을 꼽고 싶다. 동료 교사들도 공감하는 부분인데 앞으로 코로나 상황이 끝나더라도 수업은 오프라인과 온라인이 믹스된 형태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온라인 수업의 장점을 꼽으라면 학생에게 1:1 피드백이 가능하다는 점, 학생들의 발표 내용이며 결과물이 온라인상에 기록으로 남는다는 점이다. 교사가 가르친 내용을 학생들이 어느 정도 이해했는지, 아이가 무엇을 느끼는 지 좀 더 디테일한 측정이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학생 평가가 이제 점수만이 아닌 정성평가가 바뀌는 추세인 만큼 온라인 수업 방식은 대면 수업과 병행해 앞으로도 다양하게 활용될 듯싶다. 오*정(57·방이동)
일상회복? 잃어버린 것 너무나 많아
2년 가까이를 방에서 혼자 온라인 수업을 이어온 학생들. 막상 학교가 정상화되면서 일상이 제자리를 찾은 듯 하지만 교사로서 안타까움을 느낄 때가 너무 많다. 어떨 땐 상당 부분 퇴보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하고... 예전엔 수업 시작 전 ‘핸드폰 넣어라’는 말을 한 적이 거의 없다. 수업 전 핸드폰을 넣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요즘은 수업할 때 자신들 방에서의 습관이 그대로 나온다. 그야말로 핸드폰과의 전쟁이다. 그리고 아침에 등교하는 자체를 힘들어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다. 온라인수업 땐 눈만 뜨고 자기 방 컴퓨터 앞에 앉으면 됐지만, 이젠 학교까지 와야 하니까 그만큼 아이들은 힘듦을 표한다. 예전엔 당연한 것들이 이젠 ‘힘든 것’이 돼 버린 것이다. 위드코로나시대. 가정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학생들 스스로 일상을 되찾기 위한 노력을 해야 될 때라고 생각한다. 김**(52·방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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