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기 중간, 기말 그리고 여름방학까지 끝이 났다. 이 반년이라는 시간을 어떻게 보냈는지는 학생들 개개인이 가장 잘 알 것이다. 그리고 누구보다 학생들을 가까이에서 장시간 지켜본 나 또한 학생들이 어떤 자세로 임하는지 체감하고 있다.
크게 두 부류인데, 1학기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말자는 자세와 1학년 1학기부터 내신이 기대에 못 미쳤으니 빠르게 포기하고 정시를 치르겠다는 학생들이다. 오늘의 기고를 적는 이유는 당연히 후자에 해당하는 학생들에 도움이 되고자 함이다.
알파고도 1학년 성적으로 수시, 정시를 골라주지는 못한다
공부에 있어서 수시와 정시를 따로 놓고 보는 것은 매우 잘못됐다. 그도 그런 것이 내신에는 모의고사 기출문제나 모의고사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기 위해 필수적으로 알아야 할 유형이 존재한다. 이런 문제를 버리고 정시만 생각하는 것은 모순이다. 원서를 접수하는 그 순간까지는 그저 ‘수학 영역 공부’를 한다는 표현이 맞다. 출제가 매우 유기적으로 잘 배합되는 좋은 문제들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이를 위해 특정 단원만이 아니라 이미 배우고 넘어간 고등수학 영역 전부의 지식, 직관이 요구된다.
목표는 무엇이든 좋다. 그러나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한 방법을 절대 한가지로 고정해서는 안 된다.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은 열어두고 결과만 쟁취하면 된다.
새로운 걸 두려워하지 말자
이번 방학 특강 기간 동안 학생들이 생각보다 새로운 풀이에 경직된다는 것을 느꼈다. 기본 유형 반에서 다뤘던 풀이와 전혀 다른 풀이가심화반에서 펼쳐진다면 적지 않은 당혹감을 내비치는 모습이었다. y=x^3+|3x-a| 가 실수 전체에서 증가하기 위한 조건은 무엇일까? 절댓값이 나왔으니 범위를 둘로 나누고 봐야 할까? 증가+증가는 확인할 필요조차 없으니, -3의 기울기로 인해 원래 증가함수인 y=x^3에 감소인 구간이 생기지 않게끔 잡아주면 된다. 즉, 도함수 값이 3 이상으로만 이뤄진 부분에 a/3를 배치하면 간단하다. 증가함수의 도함수 성질을 사용했을 뿐, 새롭다고 할 것은 없다. 여러 시중 문제집에도 실려 있는 유형이지만 대부분은 절댓값에 정신이 팔려 풀기 전부터 겁을 먹거나, 중학생 때 그랬듯, 범위에 따라 나눠 풀이를 하려 한다.
강사는 학생을 절대 과대평가하지 않는다. 사용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서면, 무조건 도움이 되기에 어떻게든 새로운 시각이라는 무기를 쥐여 줄 뿐이다. 여러 논리가 모순 없이 적당히 잘 선다면 이를 수식으로 옮겨서 해결하면 끝인 과목이 수학이다. 속칭 스킬이라 불리는 여러 방법은 사실은 수식을 일반화했거나, 조금만 생각해보면 금방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논리가 대부분이다. 계속해서 자신의 것을 넓혀나가자.
시험지를 채점하며 웃을 날이 그렇게 많지 않다
사람마다 공부에 타고난 정도가 다르다는 말에 나는 어느 정도 동의하는 편이다. 완벽한 백지상태인 학생 둘을 놓고 같은 수업을 해도 자리에서 일어나는 그 순간의 이해도에는 차이가 있다. 하지만 노력해도 소용없는 일이 있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성적에 비관적인 학생들은 대부분 ‘정말 열심히 했는데도 성적 변화가 없다’라고 하소연한다. 나는 그럴 때마다 ‘떨어지진 않았잖아’라고 답해준다.
사실 한 달 남짓한 시간 동안 공부를 통해 100점을 받기를 원한다는 건 배부른 소리다. 그보다 앞서서 이미 공부를 해 온 그룹이 존재하기 때문에 정말 기량을 전부 끌어올려서 공부에 임했다고 한들, 한 번에 가시적인 성장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정말 열심히 했기에 중간보다 난이도가 높아진 기말에서 점수 변화는 없는 것이다. 노력이 결실이라는 꽃을 피우지 못하는 것을 난 본 적이 없다. 형식적인 말이지만 요행을 바라지 않고 꾸준히 정진하다 보면 같은 문제를 바라봐도 시각의 차이가 생기게 된다. 그 차이가 시간 관리를, 맞고 틀리고를 좌지우지하고 결과적으로는 한 번 더 검산할 여유까지 챙겨주게 된다.
채점하며 웃을 날은 많지 않다지만, 수능 날은 그래야 하지 않겠는가!
일산 후곡 아이디수학학원 김재현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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