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입시 설명회를 개최할 때 마다 꼭 나오는 질문이 있다. “왜 우리 아이는 머리가 좋은데 성적이 안 오를까요?” 혹은 “우리 아이는 열심히 학원도 다니고 인강도 보고 있는데 왜 성적이 안 오를까요?” 나는 항상 같은 대답을 들려주곤 한다.
“간혹 있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성적은 공부 머리와 상관없이 오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교육과정은 일반적인 학생들이 동일 연령에서 학습하여 수업을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만들어져 있기 때문이지요.
실제 수업을 받는 학생들 입장에선 황당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지금의 연령별 교육과정은 수많은 학자와 연구자들이 수십 년간 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내놓은 검증된 결과물입니다. 따라서 교육과정의 틀대로 잘 따라간다면 성적은 반드시 오릅니다.” 십중팔구 학부모님은 살짝 김이 샌 표정으로 조금 더 구체적으로 질문을 하신다. “인 서울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러면 나는 역시 조금 더 구체적인 대답을 해드린다.
“소위 인 서울의 마지노선은 매년 생기는 작은 편차를 감안해도 대략 평균 3등급 이내 성적입니다. 그렇다면 과연 이 성적을 받은 학생의 백분위는 어떨까요? 3등급의 커트라인인 23%? 천만의 말씀. 전국 상위 10%입니다. 혼동해서는 안 됩니다.
어느 한 과목을 3등급 받은 학생의 해당 과목 백분위가 상위 23%인 것뿐 모든 과목의 성적이 3등급이어서 평균 3등급이라 말할 수 있는 성적의 학생은 전국에서 10~12%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상위 10%라 함은 10명 중 1명, 100명 중 10명, 1000명 중 100명 꼴로 이는 자녀가 10명이라 가정했을 때 1명만이 인서울의 가능성을 갖고 있다 볼 수 있지요.”
여기까지 들은 학부모는 이제는 조금 답답한 표정의 얼굴로 나를 보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성적을 올리라는 건가요?” 처음에는 누구나 할 수 있다고 하더니 그토록 어려운 게 인서울이라고 하니 황당할 만도 하다. 그러나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쉽지는 않고 반대로 쉽지는 않지만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인서울이다. 그러기 위해서 학생들은 문제를 푸는 것에서 벗어나 공부를 해야 한다.
학생은 문제를 푸는 것을 벗어나 진짜 공부를 해야 한다
가령 수학에서 하나의 이론이 인정받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과정(가설.정의.정리.증명.예제)을 거친다. 하나의 가설로 정의를 내린 뒤 그 정의에 따른 성질을 정리하고 증명한 후 예제를 통해 검증한다. 그런데 대부분의 학원이나 강의에서는 정리에서 예제로 바로 넘어가 중간 과정을 모두 건너뛴다. 왜 이런 내용의 문제가 나왔는지 이해가 안 되는데 무조건 다량의 과제를 내어준다.
학생은 눈앞이 깜깜해지고 손댈 엄두조차 안 난다. 답이 나올 때까지 익숙해질 때까지 풀고 또 풀라고 한다. 수학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의 경우도 동일하다. 지문을 해석할 능력이 없는데 그저 단어만을 외우고 많은 지문을 접해보라고 한다. 이 지점에서 중도 포기하는 학생들의 수가 늘어난다. 학원을 운영하는 사람 중 하나지만 많은 학원들이 또는 강사들이 자신들도 모르는 사이 또는 알고도 이런 방식으로 가르친다. 말도 안 되는 얘기다.
신유형을 대비하여 문제를 더욱 더 많이 풀어보자고 한다. 개인적으로 신유형이 무엇을 뜻하는지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수능에서 교육과정을 벗어난 새로운 것이 나온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기존의 익숙해진 방식과는 다른 문제유형이 출제됐으니 그만큼 문제를 추가하여 풀자고 하는 것은 밑 빠진 독에 더욱 많은 물을 붓자는 것과 같다. 이 마당에 신유형 타이틀을 걸고 추가강의를 개설한 학원을 과연 신뢰할 수 있을까?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지문 해석능력을 키워야
성적이 오르려면 공부를 잘해야 한다. 공부를 잘하기 위해서는 그저 보기에서 답을 고르는 것이 아니고 지문 자체에 대한 해석 능력을 키워야 한다. 답을 찾는 방법이 아니고 지문 분석 능력을 키워야 한다. 수학 선생님들은 세상의 모든 문제를 다 풀어봤기 때문에 문제를 잘 푸는 것일까? 전혀 아니다.
기본 개념을 완벽히 이해한 상태에서 파생되는 이론과 조건을 모두 알고 있기 때문에 변형된 문제가 제시되어도 시간은 조금 걸릴지언정 해결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기본 개념이 완전히 이해되면 학생들은 문제를 풀 때 재미를 느낀다. 내가 숙지한 개념을 연결과 변형을 통해 문제에 접목하게 되기 때문이다. 퀴즈와 비슷하다. 즐거운 자기주도 학습 시간이 되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숙제는 공부가 되기는커녕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다가올 것이고 이것은 학습 의지를 저해하는 큰 요소가 될 것이다.
나의 자녀가 공부에 어려움을 겪고 학업 스트레스에 힘들어한다면 문제풀이라는 노동으로 지친 것이 아닌지 의심을 해볼 때다. 보다 즐거운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부모가 나서서 도와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일산 아스트룸학원 김승현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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