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한 학생들이 ‘영혼을 갈아’ 노력하는 자사고에서 성적향상은 말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 성적이 오른 다른 친구들의 밝은 얼굴 사이로 기죽어 있던 JW가 1년의 고생 끝에 마침내 1등급을 받았다는 소식을 아이들에게 전하다 목이 꽉 막혀 교실을 나가야 했다. 기침이 나서 잠시 나갔다 왔노라 둘러댔지만 영민한 제자들이 눈치를 못 챘을 리 없다. 다음 날 선생님이 울었다는 소문이 퍼져 나를 머쓱하게 만들었다.
내 경험상 배재고에는 ‘들어올 때부터 1등급’인 학생보다 ‘노력으로 얻은 1등급’이 두 배는 더 많다. 오직 배재고 학생들만 가르치며 배재고 내신만 연구하는 이유는 그런 노력하는 학생들을 더욱 돕기 위해서다. 가르치는 배재고 학생이 100명을 넘어가도 나는 그 흔한 채점 알바조차 두지 않는다. 학생들의 시험지를 채점해서 돌려주는 것 또한 소통이기에. 24시간 열려있는 SNS는 시험기간 늦은 밤과 이른 아침 내내 울린다.
지난 해 내내 주말 24시간 수업을 했다. 때론 답답한 마스크를 쓴 채로, 또는 온라인의 좁은 창으로 학생들을 보면서도 지치지 않고, 수업이 즐거웠던 건 나에게 감동을 주고 선생을 성장시키는 “진짜 제자들” 이 있었기 때문이다.
‘죽도록’ 공부하는 학생, YS
친구들이 인정하는 전교에서 가장 공부를 열심히 하는 학생이다. 중학교 때는 ‘동네에서 좀 놀다가’ 배재고 와서는 1학기에 영어부터 1등급을 찍더니, 이후 내신종합 성적은 3점대→2점대→1점대까지 상승했다. ‘치열히’도 부족하다, ‘죽도록’ 공부하는 학생이다.
Never stop questioning, SJ
“언제든 질문하라”는 내 주문에 가장 잘 응답한 학생이다. 한밤중이든 이른 아침이든 SNS가 쉼 없이 울려댔다. EMC에 오기 전에는 공부법을 몰라 “무식하게 암기에 매달렸다”고 했다. 이제는 “내신 준비를 어떻게 해야 효율적으로 꼼꼼하게 할 수 있는지 알게 되었다”고 한다.
'긍정의 힘' HW
PPST 267등을 받았던 그가 반전드라마를 쓰고 있다. 영문법과 단어장을 포기하지 않고 매달려 6등급에서 2등급까지 올랐다. 그러나 아직 만족을 모른다. "영혼을 갈아 투자한 영어 단어에서 한 문제를 틀려 안타까웠다. 3학년 땐 꼭 1등급을 받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겸손한 전교 1등 YE
지난 학기 종합 등급 1.1을 찍고 전교 1등에 복귀했다. 일본어를 제외하면 모두 1등급, 경이로운 1.0이다. 모의고사는 다른 학생보다 두 배 빨리 푼다. 2학기 시험에서는 전국 등수를 찍기도 했다. 그럼에도 영어 시험 전날 두 차례 실시한 ‘온라인 직보’의 참석률은 100%였다.
단어 암기의 달인 JM
선비 같이 고상한 학생이다. 배재고 2학년 대다수에게 좌절 그 자체인 영어 단어장을 수월하게 외운다. 교재 학력경시 대상은 물론 내신영어도 2학년 내내 상위 1%다. 단어장 암기의 비결은? “소리 내면서 외우고 시험 기간 전에 반쯤 미리 외워서 부담을 줄인다”고 한다.
전학생의 반전 JH
일반고에서 본 첫 시험은 4등급. 전학 후 EMC를 다니며 밤낮으로 질문을 열심히 하더니 첫 시험부터 만점을 받았다. 더 ‘쎈’ 자사고로 전학 와서 1년 내내 1등급을 받은 비결이 무엇일까? “정신 차렸다”고. 남학생들은 철이 들면 엄마 ‘걱정 끝’이다.
노래 불러주는 IW
교육자에게 편애는 안 되지만 단 한 명 예외가 있다. 그는 누구보다 내가 사랑하는 학생이다. 퇴근 길 함께 탄 자동차 안에서 나에게 감미로운 노래를 불러주기 때문이다. 공부도 그 이상으로 잘한다. 올해 영어 1등급 한자리는 예약. 숙제든 단어든 완벽 그 자체다.
이 외에도 소중한 제자들이 너무 많다. 제자들의 90도 인사를 받을 때마다 똑같은 감동을 느낀다. “성적이 오른 것은 선생님 덕분”이라고 치사를 한다. 코로나 시국이 힘들어도 이런 학생들 때문에 산다. 국가적 불행 속에서도 나는 어느 누구보다 행복한 선생이다. 이 아이들 때문에 나는 올해 또 진화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EMC이승환영어전문학원 오영한 부원장
02-413-43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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