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피워 가정파탄의 원인을 제공한 남편이 사업 실패로 빚더미에 앉아 빚이 재산보다 더 많은 경우에도 부부 간 재산분할을 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는 판결이 나왔다.
A씨(여)와 B씨(남)는 2002년 1월 결혼해 아이를 낳고 15년 이상 부부 관계를 유지해왔다. 결혼 후 B씨는 김해시에 있는 모텔과 부산 북구에 있는 모텔 등을 매수해 숙박업을 하면서 모텔 직원인 C씨(여)와 내연관계를 맺어 왔다. 2018년 이 같은 사실을 알게 된 A씨는 B씨와 별거하다가 "위자료를 지급하고, 재산을 분할해 달라"며 이혼소송을 냈다. 변론종결일 기준 금전적 가치가 있는 재산권을 모두 합친 적극재산에서 채무 등 소극재산을 뺀 A씨의 순재산은 4,100여만원이었고, B씨의 순재산은 -5억 5,000여만원이었다.
부산가정법원은 A씨가 B씨를 상대로 낸 이혼 등 청구소송에서 "두 사람은 이혼하고, B씨는 A씨에게 위자료로 4,000만원을 지급하며, A씨의 재산분할청구는 기각한다"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2018드합201361 판결).
재판부는 "재산분할 시 소극재산의 총액이 적극재산의 총액을 초과하더라도 그 채무의 성질, 채권자와의 관계 등의 사정을 참작해 채무의 분담을 정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인정되면 재산분할 청구를 할 수 있다"면서 "다만 재산분할에 의해 채무를 분담하게 되면 채무초과 상태가 되는 경우에는 채무부담의 경위 등을 살펴 채무를 분담하지 않게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A, B씨 부부공동재산 형성 과정을 보면, 주로 B씨가 주도적으로 투자여부를 판단하거나 자산관리를 했고, 특히 모텔을 매수할 때 거액의 담보대출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며 "반면 별거 중에도 B씨는 A씨에게 생활비나 양육비 등 경제적 지원을 하지 않고, 자녀들을 A씨 혼자 양육하고 있어 A씨가 B씨의 채무를 분담하게 될 경우 A씨는 채무초과상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혼인 파탄의 주된 책임은 B씨에게 있으므로 B씨는 A씨에게 위자료를 지급하고, 재산분할은 하지 않고 A씨와 B씨의 적극재산 및 소극재산은 그 명의대로 각자에게 귀속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공증인가 법무법인 누리 대표변호사 하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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