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니 자녀의 하찮은 습관들까지 신경이 쓰인다. 특히 주말에만 잠깐씩 자녀를 대하던 아빠는 오랜만에 아빠 노릇 제대로 한 번 하고 싶은데 여의치가 않다. 자녀와 낯설게 대화를 시도하는 아빠들은 금세 자괴감에 빠져든다. 내가 이렇게 버릇없이 키웠나? 험한 세상에 나가서 살아남을 수나 있을까? 진즉에 신경 좀 쓸 걸…
결국은 설교를 시작하게 되고 자녀는 입을 닫고 침묵시위에 들어가고 만다. 어려운 아빠 역할, 전적으로 아빠들 시각에서 짚어보자.
먼저, 대화를 하고 싶으면 자녀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귀기울여 듣자. 대화는 상대와의 공감대 형성이 필수인데 그것은 상대의 이야기를 듣고 이해하는 것에서 출발한다. 그런데 어떤 아빠들은 듣지 않는다. 듣는 척하지만 결국 바른길로 안내하리라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바른 소리만 늘어놓는다. 내가 자녀의 이야기에 귀기울이지 않는데 자녀가 내 이야기에 귀기울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어리석은 꼰대는 되지 말자.
둘째, 자녀가 미숙할지는 몰라도 어리석은 존재는 아니다. 얼른 깨닫자. 나보다 자녀가 훨씬 더 똑똑하고 논리적이라는 사실을. 내가 가르쳐야 할 대상이 아니라, 내가 배워야 할 존재라는 사실을. 세대의 기준이 30년에서 15년 주기로 바뀐 지도 오래다. 이러한 시대에 미래를 살아갈 자녀에게 아빠의 경건한 직업관을 강요하는 것은 넌센스다. 오히려 자녀에게 묻고 배워야 한다. 컴퓨터 프로그램과 새로운 앱의 설치법과 사용법에 대해, 나아가 아빠의 노후에 이루어질 사회적 변화들에 대해. 이 시대의 자녀들은 아빠들의 든든한 길잡이이다. 아빠들이여, 자녀의 말에 귀를 쫑긋 세우자.
셋째, 자녀에게 먼저 산 어른의 지혜를 전해 주어야 한다. 상전벽해의 급류 속에서 지식을 전달하기보다는 지혜를 가르치려 애써야 한다. 콘텐츠는 자녀 스스로 배우고 익히고 적응해 갈 것이다. 다만, 아빠는 어지러운 세상에서 자녀들이 자신을 잃지 않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 온몸으로 미래를 헤치고 나아가는 아빠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힘든 삶 가운데에서도 자신을 놓치지 않고 살아가는 힘을 자녀가 가지게 해 주어야 한다.
입실론수학전문학원 강석인 고3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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