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번 글에서 저는 정시가 40% 이상이 되길 간절히 빌었다고 했습니다. 그것은 공부할 때를 놓친 학생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면 정시 40% 이상이 모든 학생들에게 좋은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재학생들에겐 다양하던 대학 입시의 문이 좁아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우선 입시가 수능과 내신(교과)으로 단순화되었습니다. 대세였던 학종 그리고 논술, 특별전형 등이 거의 사라졌습니다. 동아리 활동, 봉사 등 교과 외적인 것들이 입시에서 의미를 잃은 대신 그 자리를 수능과 내신(교과)이 차지했습니다. 내신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이고 수능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국어 공부는 어떻게 하는 것이 현명할까요?
입시가 변했다고 국어의 본질이 변하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어휘력이 중요하고 문법, 문학 지식이 필요하며 독해력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독해력이 더욱 중요해졌다는 것입니다.
사실 최근 학종이 대세였던 입시에서는 내신을 잘 챙기고 비교과를 잘 챙기면 수능은 최저를 맞출 정도만 준비하면 되었습니다. 그동안 수시는 재학생들끼리의 경쟁이었기 때문입니다. 정시는 의대를 지망하든가 내신은 나쁜데 수능은 잘 나오는 특목고 학생들 그리고 성적이 좋은 재수생들의 전유물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나 정시를 염두에 두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재학생은 재수생과 정면 승부를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수능 국어에서 재수생과 재학생은 차이가 많이 납니다. 그 중심에 독해(비문학)가 있습니다. 재학생과 재수생 간에 문법이나 문학은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런데 독해력에서는 엄청난 차이가 납니다.
문법은 범위가 좁기 때문에 조금만 공부하면 다 맞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큰 차이가 안 납니다. 문학은 폭이 넓고 광범위하지만 최근 수능에서 별로 어렵지 않을 뿐더러 중•고등학교에서 워낙 많이 공부해 재학생들도 충분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문제는 독해력입니다.
재학생들이 재수생에 비해 독해력이 월등히 약한 이유는 중•고등학교에서 독해 수업을 제대로 못 받았기 때문입니다. 제 말에 부모님들, 그리고 학생들이 의아하게 생각하시겠지만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고등학교 수업을 보면 문법과 문학을 열심히 가르치고 열심히 배웁니다. 그렇게 배운 능력으로 수능을 보면 문법과 문학은 충분합니다.
그런데 독해(비문학)는 교과서에 지문은 적고 그나마 있는 것도 환경 문제, 다문화 사회 등 대부분 어렵지 않은 내용들입니다. 게다가 학교 내신에서는 교과서에 나온 지문을 가지고 문제를 냅니다. 수능에서와 같이 처음 보는 글이 아니라 익히 아는 글입니다. 몇 번을 읽고 문제로 확인한 글이라 첫 구절만 보면 전체 내용이 떠올라 바로 문제 풀이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한 마디로 ‘처음 보는 글을 한 번 읽고 이해해야’ 하는 진정한 독해가 아닙니다. 3년 내내 학생들은 제대로 독해(비문학) 수업을 들을 기회도 독해력을 테스트할 기회도 없었습니다.
수능에서의 독해는 내신에 나오는 독해와 두 가지 면에서 확연히 차이가 납니다. 첫째는 내용이 어렵습니다. 최근 나온 경제, 과학 지문 등은 거의 전문가적 지식을 요구합니다. 둘째는 처음 접하는 글이라는 것입니다. 진짜 독해력은 처음 보는 글을 한 번 읽고 난 후 이해해서 주어진 문제를 푸는 능력입니다. 고도의 능력이건만 대부분의 학생들은 고1, 고2 때는 멋모르고 있다가 고3 모의고사를 접하고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지만 그 약점을 극복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합니다. 여기서 오롯이 1년을 더 투자할 수 있는 재수생들이 월등히 유리해집니다.
대입에서 수능이 차지하는 비중이 훨씬 커졌습니다. 수능 국어를 잘 보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독해력 함양이 필수입니다. 고1부터 아니 가능하다면 중학교 때부터 독해에 관심을 가지고 “처음 보는 글을 한 번 읽고 이해해 나가는 힘”을 길러 나가야 합니다.
‘그 방법은?’하고 묻는다면 많은 지면이 필요합니다. 우선은 독해(비문학)에 대해서 가급적 빨리 그리고 많이 관심을 가집시다.
한결 원장
한결국어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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