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가을과 어울리는 전시회를 보기 위해 용인 한국미술관을 찾았다. 가을이 가득한 마당에 세워진 조각 작품이 운치를 더한 미술관에는 ‘탄천현대작가회’ 회원들의 작품, 26점이 전시돼 있었다. 이번 작품들은 외롭고 소외된 현실을 치열하게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마음의 위로가 되는 작품들을 전시한 것으로 평소 미술을 즐기지 않았던 초보 관람객이라도 편하게 즐길 수 있다.
일상을 돌아보게 만드는 시간
구상화 중심의 작품은 보는 이들을 편하게 만들어 준다. 물론 비구상화 작품이 주는 매력도 있지만 즉각적인 감동이 전해지는 구상화가 한결 여유롭게 전시를 돌아보게 해주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사실이다. 작가들의 개성이 넘치는 작품들은 잊고 있던 문화감성을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그중에서도 이경용 작가의 ‘산택-느리게 걷다’라는 작품이 눈에 띄었다. 산책길에서 쉽게 눈에 띄는 민들레를 형상화한 그림은 사진과 다른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처음에는 친근한 마음에 들여다보게 되지만 이내 차가운 도시 아스팔트를 뚫고 나온 민들레의 모습에서 힘을 얻게 된다.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민들레도 마찬가지구나’라면서 말이다.
벽 틈을 뚫고 나온 식물을 그린 김영신 작가의 그림도 인상적이다. 그림인 동시에 조각적 작업을 하는 작가의 작품 속에 그려진 식물의 생명력은 지친 일상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전해준다.
꿈꾸는 씨앗이 꽃 필 그날을 기다리며
어릴 적 잔뜩 짜놓은 물감을 양 손에 힘을 주어 누르면 생기는 자국을 연상하게 하는 이지윤 작가의 작품은 묘한 감동을 선사한다. 처음에는 ‘꿈꾸는 씨앗’이라는 제목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지만 작은 씨앗의 눈을 발견하면 나도 모르게 ‘아~’라는 탄성이 나온다. 단단하고 죽어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품고 있는 씨앗은 나중에 큰 나무, 화려한 꽃, 그리고 달콤한 열매가 될 수도 있다. 어릴 적 손가락 장난을 떠올리게 하는 작가의 독특한 표현법은 씨앗 안에 꿈틀거리고 있는 생명력과 무한한 가능성을 나타내는 듯하다.
이외에도 커피로 만들어진 신명길 작가의 작품은 익숙한 커피의 새로움으로 한참을 바라보게 되며 작품 속 작은 분홍 의자에 앉으면 행복한 일들이 일어날 것 같은 이영희 작가의 ‘F1510 Finding Happiness’의 재미남은 신선하면서도 그곳 의자에 앉고 싶다는 유혹을 느끼게 만든다.
가을을 맞아 조금은 가벼운 마음을 지인들과 전시를 둘러보고 싶다면 11월 30일까지 한국미술관 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를 놓치지 말자.
위치: 한국미술관 신관 (경기도 용인시 기흥구 마북로 244-2)
문의: 031-283-6418
관람시간: 오전 10시~오후 5시(월요일 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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