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 보면 후회와 반성을 자주 하게 된다. 아이에게 화를 내거나 소리를 질렀을 때, 짜증을 내고 난 뒤 밀려오는 후회와 자책. 다음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반복하는 자신의 모습이 속상하고 실망스럽다. 그런 엄마들에게 “괜찮다”고, “죄책감 좀 내려놓고 살자”고 말하는 사람, ‘양성희심리치유센터’ 양성희 대표다. <더 이상 나를 건드리지 말아줘>라는 책을 펴낸 그를 만나보았다.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로드맵
양 대표는 심리상담사로 일한지 10년째다. 더불어 사람들에게 글쓰기를 지도한지 6년째. 50대를 향해가는 길목에서 이제껏 걸어온 자신의 길을 돌아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동안 해왔던 일들을 정리하고 전문화하는 과정으로 책을 펴내기로 마음먹었고, 1년을 매달려 원고를 완성했다. 이 책이 나오기까지, 또 오늘의 그를 있게 한 가장 고마운 사람은 세 딸이다. 그의 가장 큰 스승인 아이들. 첫째 아이를 시작으로 21년째 수업을 받는 중이고, 애가 셋이라 세 개의 대학에 다니는 셈이란다. 지적장애 1급인 큰아이를 키우며 절망하기도 했고, 깊은 우울증에 빠지기도 했던 그는 아주 문제가 심각한 엄마였다고 고백한다.
“상담을 하고, 글쓰기 지도를 하며 많은 엄마를 만나봤지만 저처럼 심각한 사람은 아직 못 봤을 정도로 저는 문제가 많은 엄마였어요. 결국 몸과 마음이 힘들어 해결책을 찾아야 했고, 상처받은 마음을 치유하려고 상담도 많이 받았죠. 아마 저만큼 상담을 많이 받은 사람도 없을 거예요. 평생 흘릴 눈물을 다 흘리며 치유의 시간을 지나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마음의 상처를 끌어내며 치유하는 로드맵’이라는 부제처럼 이 책은 그가 마음을 치유하고 성장하게 된 경험과 과정을 바탕으로 쓰였다. 절망의 바닥을 헤쳐 나온 그는 무엇보다 자신처럼 힘들어하는 엄마들을 도와주고 싶어 책을 펴냈다.
글쓰기는 마음을 치유하는 도구
매주 수요일 한양문고에서는 양성희 대표가 진행하는 심리글쓰기 수업이 열린다. 글쓰기를 하며 자신의 마음을 들여다보는 시간, 마음속 깊이 묻어둔 말 못 했던 이야기가 글로 나오는 시간이다. 글쓰기를 계기로 힘들었던 시절의 나를 돌아보고 그때의 나를 인정하고 위로해주면 상처를 치유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지금의 나는 과거의 나와 이어져 있고, 어릴 적 상처가 됐던 경험은 엄마가 된 후에도 이어져 아이를 키우는 데 걸림돌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마음속 상처를 치유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신을 관조하려면 먼저 내가 나를 한번 보겠다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나를 사랑하고 삶을 바꿔보겠다는 의지로 차근차근 글쓰기를 하다 보면 어느새 상처를 회복하고 마음이 편안해진 자신을 느끼게 됩니다.”
소그룹으로 진행되는 수업에서 서로 마음을 열고 대화를 나누며 위로와 격려, 지지를 받는 경험은 또 다른 치유의 힘을 갖는다. 양 대표는 글쓰기 수업을 꾸준히 함께한 수강생들의 글을 모아 문집을 내거나 자서전을 만들도록 돕고 있다.
“다 괜찮으니,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
엄마들은 좋은 엄마가 되고 싶어 한다. 그런데 마음과 달리 아이를 키우며 후회와 반성을 많이 한다. 반복되는 행동이 죄책감으로 이어지고 악순환의 사슬에 들어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양 대표는 “괜찮다”라고 말한다. 아무도 못 하는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엄마들에게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살라며 격려한다. 100점짜리 엄마가 되고 싶었던 욕심을 내려놓고 평소 하고 싶었던 것을 찾아 하며 나답게 살다 보니 어느새 지금의 자신이 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자신처럼 장애가 있는 자녀를 키우며 힘들어하는 엄마나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사는 엄마, 자녀를 키우며 죄책감에 시달리는 엄마들을 진심으로 돕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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